MZ세대 멀어지는 프로야구, '리그 가치하락' 부채질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1.10.28 12:45 / 조회 : 13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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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일부 관중의 입장이 허용된 잠실구장 모습. /사진=뉴스1
올 시즌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가을 야구'가 아니라 '겨울 야구'다. 기본적으로 도쿄 올림픽 때 리그 일정이 뒤로 밀렸기 때문에 11월에야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 여기에 지난 7월 선수들의 '술자리 파동'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논란 끝에 리그를 중단해 더욱 일정이 순연됐다.


KBO는 팀당 144경기를 어떻게든 소화하기 위해 더블헤더 편성을 늘리고, 후반기에는 연장전까지 없앴다.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도 기존의 5전3선승제가 아닌 3전2선승제로 변경해야 했다.

여기에는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함께 추운 날씨 속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하는 혹독한 '겨울 야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의 '겨울 야구'는 지난 25일 이미 시작됐다. 프로야구 중계사인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 4개사가 지난 7월 일방적인 리그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계사들은 '술자리 파동'에서 비롯한 리그 중단으로 팬들의 여론이 악화돼 시청률이 급감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프로야구 시청률은 전반기 0.775%를 기록했지만 후반기에는 0.543%로 떨어졌다.


4개 중계사는 아울러 후반기 들어 더블헤더 증가로 광고효과가 낮은 평일 오후 경기가 많이 편성됐고 연장전 폐지로 무승부 경기가 늘어나 팬들의 흥미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3전2선승제로 바뀌면서 방송사의 광고도 감소할 가능성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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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치어리더들이 지난 25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임성균 기자
사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우려되는 부분은 프로야구의 가치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번 손해배상 요구는 연간 540억 원의 중계권료를 KBO에 지불하는 방송사들이 2년 뒤 다시 펼쳐질 중계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일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지금 같은 수준의 중계권료를 더 이상 프로야구에 낼 수 없다는 경고라는 의미다.

실제로 방송사는 최근 2년 동안 프로야구 중계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전반적인 프로야구 인기 하락에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적자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도쿄 올림픽 야구 메달 획득 실패라는 악재까지 발생해 프로야구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욱 감소했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 중계 제작비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혹자는 방송사의 상황이 이렇다면 KBO가 이른바 인터넷 포털업체와 웨이브, 쿠팡, 티빙 등으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에 중계권을 팔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프로야구 생중계 제작을 하지 않는다. 방송사가 제작한 생중계 화면을 받아 서비스를 할 뿐이다. 이런 이유로 KBO에 방송사는 절대적인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 KBO가 뉴미디어 서비스 업체로부터 중계권료를 받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클린 피드(중계 영상)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KBO는 지난 2019년 프로야구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을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 3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 2개 인터넷 포털업체에 팔았다. 당시 입찰 경쟁에는 스포츠 전문 TV도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5개 통신·포털 컨소시엄에 패했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5년간 총 1100억 원(연평균 220억 원)으로 기존의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보다 연 평균 127억 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프로 스포츠 뉴미디어 중계권 사상 최대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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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사진=스타뉴스
문제는 당시 5개 업체와 체결한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으로 인해 프로야구 관련 콘텐츠가 인터넷에서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뉴미디어에서 프로야구 영상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 5개 업체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올라 오는 프로야구 영상 관련 콘텐츠를 규제했다. 이 결과 소셜 미디어에서 이른바 프로야구 '움짤'은 사라졌고 프로야구에 대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의 소구력도 감소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대중적 인기가 높아진 프로야구는 산업과 문화적 측면에서 모두 '국민 스포츠'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고교야구의 인기를 이어받아 지역 밀착에 성공했던 프로야구는 야구 팬의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발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야구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과 미디어의 집중적 관심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프로야구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국제대회 성적도 부진했지만 미디어가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아졌다. 여기에 MZ세대들의 놀이터인 유튜브에서도 프로야구 영상을 찾을 수 없다.

근본적 문제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야구는 '참여 스포츠'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 1980~90년대에는 동네에서 방과 후 어린 학생들이 야구를 즐겨 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초등학생들이 야구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수업시간에 간간이 하는 '발야구' 정도다.

중·고등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찾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그들의 관심사는 대부분 유럽 프로축구이며 상대적으로 프로야구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지금이라도 KBO가 전향적인 태도로 차가운 바람을 따뜻하게 해줄 '스토브 리그'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내년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시즌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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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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