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태양' 유오성, 과거 '활동 암흑기' 심경 "일방적 몰매 괴로웠다"(인터뷰③)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10.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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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오성 /사진=MBC


배우 유오성(55)이 과거 활동 암흑기를 겪었던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유오성은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MBC 창사 6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검은태양'(극본 박석호, 연출 김성용) 종영 관련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검은 태양'은 일 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 한지혁(남궁민 분)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박석호 작가의 2018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작, MBC 첫 금토극, 150억 대작의 웰메이드로 주목 받았다.

유오성은 극중 '암막 뒤의 설계자'로 어둠의 권력을 틀어쥔 백모사(유오성 분) 역을 맡았다. 백모사는 과거 국정원 요원이었다가 국가에 버림 받고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 지하 세계로 흘러가 악의 세력을 구축하고 국정원에 복수를 꿈꿨다. 이후 국정원 요원이 된 딸 유제이(김지은 분)를 만나지만, 인질극을 벌이다가 한지혁의 총격에 사망했다.

유오성의 대표 필모그래피로 여전히 영화 '친구', '주유소 습격사건'이 회자된다. 주로 어둡고 진지한 역할을 맡아온 터라 그도 유쾌한 캐릭터에 갈증이 있지 않을까. 유오성은 "'친구', '주유소 습격사건'도 내가 그 역할을 해야겠다 정해서 한 것은 아니다. 배우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내가 판을 깔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 같다. '친구'에서 캐릭터가 셌기 때문에 대중들이 세게 기억을 해주신 것 같다. 캐릭터 이미지와 관련해서 내가 스트레스 받은 적은 없다. '너도 인간이니', '장사의 신', '검은 태양'도 그렇고 드라마를 찍다 보면 극중에 내 편이 없더라. 한 명이서 여러 명과 싸우니 나는 참 가성비 좋은 배우인 것 같다"며 웃었다.


유오성은 이어 "내년이면 30년 차인데 '범사에 감사하자',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생각을 한다. 자기 뜻이 분명하면 어느 정도 나아갈 길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연기를 해야한다. 연기를 해야 존재의 근거를 찾게 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연기가 어려울 수 있을까. 유오성은 "그렇다. '센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센 놈'이라는 말이 있지 않냐. 나도 오래 하면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갖춰질 거라 생각한다. 감정적인 걸 교류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하는 일이 남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게 숙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잘 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 해내야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한 번도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에 맞게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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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오성 /사진=MBC


그는 "힘들어하는 배우가 고민 토로를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네 남은 복이 있다. 상대적으로 비교하지 말라'고 말해줬다.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포텐셜이 터질 거라고 했다"며 "나 처음에 영화 찍을 때 단역을 할 때 오디션을 보고 시작해서 이 판에 부채의식이 없다. 그 다음에 단역을 다시 시작했다. 단역이 홀대 받는다. 나는 후배들에게 '연기할 때 NG 내는 걸 겁내지 말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유오성은 자신의 인생을 100세 중 '3쿼터'를 맞이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해 "'경험'은 사람에게 유일한 예열이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는 내가 좋아한 부분을 잘 지켜내고 결함이 있었던 부분을 두 번 다시 반복하면 안 되겠다. 인생을 살면서 똑같은 반성을 해야할 상황은 없을 것 같다. 영화 흥행이 됐을 때 송사 문제도 그렇고. 내가 가장, 아버지, 남편, 배우란 네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위의 세 가지를 지탱하는 게 배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유오성은 소속사 영화에 출연키로 했다가 계약을 파기하고 타영화사의 영화에 출연한 이유로 소속사 영화 출연이 금지 당하며 영화제작자협회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영화제작자협회에 불공정행위라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유오성은 활동 암흑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연예계에 만연한 문제였던 '노예계약' 사건이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그 시간이 많이 괴로웠다. 감정을 전달하는 직업의 사람이 비인간적이고 비인격적인 몰매를 일방적으로 맞는 것에 대해 많이 괴로웠다. 나는 이 판에 부채의식이 없는데, 그때는 독고다이였다. 그쪽은 편이 있는데 내 편이 거의 없었다. 영화제작자협회들이 나를 퇴출시키자고 하기도 했다. 반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건 부당하다고 했다. 나는 일개 배우인데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다"고 힘들었던 심경을 터놓았다.

유오성은 "센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센 거라고 느꼈다.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소명, 이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롤, 절대적인 가치를 인생 2쿼터 때 느꼈다. 나도 남의 것을 신경쓰지 않는 편이었는데 나머지의 시기에는 모인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별도 반복하는 직업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 추억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나서 현장의 후배, 스태프에 더 마음이 쓰이게 됐다는 그는 "막내 스태프들은 진짜 막내뻘이다. 힘든 일을 선택했으니 서로에 대해 연민이 많이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누아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누아르는 기본적으로 '페이소스'이고 '연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은태양'은 지난 23일 종영했다. '검은태양' 국정원 요원 서수연(박하선 분)와 장천우(정문성 분), 도진숙(장영남 분)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 '뫼비우스 : 검은 태양'은 29일, 30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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