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 로버츠 향한 질타, 누구도 그에게 돌을 던질 순 없다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1.10.28 14:13 / 조회 : 5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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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 /AFPBBNews=뉴스1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LA 다저스는 올해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해 2년 연속 우승의 꿈을 접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게임에서 세인트루이스를 꺾고, 디비전시리즈(NLDS)에선 지구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를 3승 2패로 눌렀으나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애틀랜타에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팬들과 LA 타임스 등 지역 언론들은 패장이 된 데이브 로버츠(49) 다저스 감독의 용병술을 지적하며 그를 질타했다. 과연 패배의 원인은 오롯이 로버츠만의 책임일까.

다저스는 이번 포스트시즌 시작과 함께 오랜 시간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클레이튼 커쇼(33)가 부상으로 빠졌다. 지난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영입한 선발 트레버 바우어(30)는 시즌 중 사생활 문제로 이탈한 뒤 돌아오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저스는 올 시즌 코디 벨린저(26)와 더스틴 메이(24), 코리 시거(27)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팀의 중심타자 맥스 먼시(31)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베테랑 저스틴 터너(37)도 포스트시즌 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패전의 멍에는 로버츠에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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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저스틴 터너. /사진=이상희 통신원
로버츠 감독은 일본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이다. 일본 오키나와 나하에서 출생했다. 좌타 외야수였던 그는 1994년 디트로이트에 신인 28라운드 지명된 후 99년 클리블랜드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다저스와 보스턴,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등 총 5개 팀에서 10시즌 동안 빅리그를 경험했다.

통산 성적은 832경기에서 타율 0.266, 721안타 23홈런 213타점 243도루로 그리 뛰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단 반 시즌(45경기)만 뛰었던 보스턴 시절 자신의 선수 경력에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다. 바로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 성공한 2루 도루였다.

당시 보스턴은 뉴욕 양키스에 3연패한 뒤 4차전에서도 9회초까지 3-4로 뒤져 탈락 위기에 몰렸다. 9회말 선두 타자 케빈 밀라가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보스턴은 로버츠를 대주자로 투입했다. 그는 열흘이나 벤치만 지켜 실전 감각이 없는 상태였다. 상대팀 투수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52)였다.

로버츠는 리베라가 다음 타자 빌 뮐러에게 초구를 던지는 순간 2루를 향해 뛰었고 간발의 차이로 도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뮐러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아 4-4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보스턴은 연장 12회말 6-4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한 뒤 기세를 몰아 양키스에 4승 3패 대역전극을 펼쳤다. 월드시리즈에서도 세인트루이스를 4승 무패로 꺾고 1918년 이후 86년 만에 이른바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리고 챔피언에 올랐다.

로버츠 감독은 그 해 월드시리즈에서 뛰진 못했지만 그가 성공시킨 ALCS 4차전 9회말 도루는 보스턴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도루로 기억된다. 2008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로버츠 감독은 2009년 보스턴 지역방송의 해설자를 거친 뒤 2010년 샌디에이고 1루 주루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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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샌디에이고 연수 시절 전준호(왼쪽) 코치와 당시 로버츠 코치. /사진=이상희 통신원
2011년 샌디에이고 구단에서 메이저리그 코치 연수를 했던 전준호(52) NC 코치는 당시 샌디에이고 코치였던 로버츠 감독과 지도 철학이나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전준호 코치는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로버츠 감독은 스타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고민을 풀어나갈 줄 아는 배려 깊은 지도자였다"며 "바른 성품과 쉬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지도자 철학이 훗날 그를 메이저리그 감독 자리에 오르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2015년 11월 다저스는 다수의 후보자 가운데 로버츠를 제32대 감독으로 선정했다. 다저스 구단 역사상 최초의 소수민족 출신 사령탑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16년 무려 2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로 이끌었다. 91승 71패 승률 0.562의 성적을 올렸고, 그 해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도 수상했다.

이후 로버츠 감독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서부지구 1위를 기록했으며 세 차례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계로는 처음이고, 흑인으로는 역대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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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진과 이야기하는 데이브 로버츠(오른쪽 2번째) 감독. /사진=이상희 통신원
역대 다저스 감독은 6년 이상 장기간 지휘봉을 잡았던 이가 로버츠를 포함해 단 6명뿐일 만큼 수명이 길지 못했다. 뉴욕 양키스(1996~2007년)를 12년간 이끌며 왕조를 이끌었던 명장 조 토리(81) 감독도 다저스에선 3년 만(2008~2010년)에 물러났을 정도다.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그것도 빅마켓(Big market)을 대표하는 다저스 구단에서 사령탑으로 6년 이상 장수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로버츠 감독이 그만큼 구단 수뇌부에 자신만의 성과와 능력을 입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구도 쉽게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전 야구선수이자 해설가였던 정수근(44)은 박명환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야구에서 패전의 원인은 선수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소신 발언을 했다. 그는 "경기를 뛴 선수들이 잘못해서 진 것을 마치 감독이 잘못해서 진 것처럼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패전의 이유는 전적으로 선수들이 못했기 때문이며 이는 선수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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