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승부욕, 40세 노장은 팬 위해 몸을 날렸다

수원=김동윤 기자 / 입력 : 2021.10.25 08:13 / 조회 : 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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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준./사진=KT 위즈
KT 위즈의 맏형 유한준(40)이 두 번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팀에 분위기를 가져왔다. 오랜만에 구장을 찾은 홈 팬들에게 패배를 보여주기 싫은 승부욕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유한준은 지난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 경기에서 4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그의 2안타를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몰아친 KT는 키움에 7-1 대승을 거뒀다. 5연패를 끊어낸 2위 KT는 1위 삼성과 격차를 1경기에서 0.5경기로 줄였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공·수·주 모두에서 좋은 밸런스를 보여준 날이었다. 타선에서는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였다. 상·하위 타선이 적재적소에서 터져줬는데 그간 부진했던 타선이 오늘부로 반등하길 바란다"면서 "특히 최고참 유한준의 2회말 2루타와 집념의 주루플레이들이 선수들이 살아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따로 코멘트를 남겼다.

이강철 감독이 칭찬한 상황은 이러했다. KT가 0-1로 뒤진 2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유한준은 에릭 요키시(32·키움)의 3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외야로 보냈다. 키움의 우익수는 강견의 이정후인 만큼 만 40세의 노장인 그가 2루까지 가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유한준의 플레이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거침없이 2루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렸고 넉넉하게 세이프가 됐다. 숨을 골라봤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속 타자 장성우가 좌익수 앞으로 가는 짧은 안타를 때려내자 유한준은 오직 홈만 보고 달렸다. 그가 3루를 돈 시점과 키움 좌익수 예진원이 포구를 한 시점은 거의 동일했다. 예진원은 정확하게 홈으로 뿌렸고 키움 포수 박동원은 침착하게 유한준을 태그했다. 하지만 유한준의 손이 더 빨랐다. 이번에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었다.


경기 후 유한준은 "내 나이대에는 무리가 오는 동작이긴 하다. 그런데 또 다른 선수들은 잘만 하는데 못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내 플레이가 팀에 좋게 작용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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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재윤이 지난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팬들 앞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KT 위즈
지난 17일 한화전 이후 KT는 원정 4경기를 치렀다. 그 과정에서 5연패를 당했고 약 3개월 만에 1위를 내준 채 홈으로 돌아왔다. 유한준은 "전혀 예상치 못한 5연패였다. 나도 당황스러웠고 5연패를 하는 동안 고참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충격을 받고 홈으로 돌아온 KT 선수들을 반겨준 것은 2145명의 관중이었다. 지난 18일부터 KBO리그의 관중 유치가 허용이 됐고, 이날은 모처럼 팬들과 만나는 자리였다. 1위를 내줘 실망할 법도 하건만, KT 팬들의 응원은 뜨거웠다.

이들을 보며 유한준은 승부욕이 생겼다. 하지만 승부욕에 온도를 잴 수 있다면 유한준의 그것은 펄펄 끓거나 뜨겁지 않은, 따뜻한 최적의 온도를 갖고 있었다. 그는 이날 마주한 홈 팬들뿐 아니라 전날(23일) 대구까지 내려와 자신들을 응원해준 KT 원정 팬들도 함께 떠올렸다.

유한준은 "5연패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다시 홈 구장으로 왔고 오랜만에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데 연패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고 승부욕을 보이면서 "그래도 잘 추스르고 경기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것 같다. 다른 베테랑들도 오늘 경기의 의미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들 홈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22일~23일)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많은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돼 실망스러웠고 무엇보다 대구까지 찾아와 주신 팬들에게 죄송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이 SSG와 무승부를 거두면서 KT는 자력 우승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전날 패배 때는 자력 우승이 불가능했지만, 하루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이런 예측불허의 상황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KT다. 유한준은 "결국 우리가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 남은 경기에서 모든 열정을 쏟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고 선수들과 얘기했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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