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 팀에서 나온 '구단 첫 홀드왕', 우려에 앞서 선수를 믿어줄 때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1.10.24 07:20 / 조회 : 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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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식./사진=KIA 타이거즈
"오늘 날씨가 좋았다. 워밍업 때부터 몸이 가벼웠고 자신감이 있었다. 홀드왕을 확정해서 정말 기쁘다."


KIA 타이거즈 첫 홀드왕 장현식(26)이 구단의 새 역사를 쓴 하루를 이렇게 돌아봤다.

장현식은 지난 2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팀이 7-4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4홀드를 기록했다. 큰 위기도 없었다. 첫 타자 나성범을 좌익수 뜬 공으로 처리하는 데 7개의 공이 필요했을 뿐 후속 두 타자에게는 공 6개면 충분했다.

이렇게 34홀드를 달성하면서 장현식은 홀드 부문 2위 주권(26·KT)의 27개와 차이를 7개로 벌렸다. 주권이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홀드를 기록하지 못하면서 장현식은 단독 1위로 홀드왕을 차지하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00년부터 홀드를 집계한 이후 처음 탄생한 KIA의 홀드왕이다.

장현식이 올 시즌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NC에 지명된 장현식은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중반 트레이드됐고 KIA에서도 37경기 4승 4패 6홀드, 평균자책점 10.76을 마크하며 트레이드 실패 사례 중 하나로 남는 듯했다.


그러나 장현식은 이대로 물러날 선수가 아니었다. 지난해 친정팀 NC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밖에서 지켜보게 된 장현식은 "축하는 오늘까지만 마음속으로 하겠다"라고 예의를 지키면서도 "(NC의 우승을) 독한 자극제로 만들겠다. 이젠 그냥 상대 팀일 뿐이고 예전 팀에 대한 애정만큼 앞으로 내 팀 KIA에서 잘하겠다. 올해는 정말 못해서 죄송했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절치부심했던 그는 구단의 요청에 따라 선발 투수로 2021시즌을 준비했다. 긴 이닝을 소화할 체력을 만들었고, 훈련 루틴도 경기 전 공을 많이 던지는 것이 아닌 매 경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오랜 기간 되지 않던 것이 한 번에 바뀔 리는 없었다. 5월까지 26경기 평균자책점 5.67로 여전히 부진했다. 그러다 대선배 오승환(39)에게서 부족했던 나머지를 채웠다. 장현식은 구단 최초 30홀드를 기록했던 16일 두산전에서 "지난 6월 대구 원정에서 오승환 선배가 4점 차 리드 상황임에도 나오는 것을 봤다. 그 모습을 보고 '나이가 더 많으신데도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고 계시는구나'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트레이닝 코치님과 상의해 훈련을 더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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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식./사진=KIA 타이거즈
그때부터 장현식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6월 3.27에 달하던 평균자책점이 7월 1.69, 8월 0.00으로 낮아졌다. 9월 평균자책점은 3.55로 다소 높았지만, 키움전에서 ⅓이닝 3실점이 컸을 뿐이다. 10월에는 다시 철벽이 됐다. 13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하면서 마무리 정해영(20)과 함께 KIA가 10월 승률 1위(12승 4무 7패)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가을야구와 거리가 먼 9위임에도 이기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판하는 장현식을 보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지난 8일 LG전부터 10일 한화전까지 이어진 3일 4경기 등판은 성난 팬심에 기름을 부었다.

혹사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다. 아직 26세의 어린 나이지만, 누적된 피로는 향후 커리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팬들은 지난날 어린 나이에 혹사로 스러져간 어린 투수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일수록 팬들은 몇 초 만에 사그라드는 화려한 불꽃보다 추운 밤을 견딜 수 있게 오랜 기간 함께 있어 줄 은은한 모닥불 같은 존재가 돼주길 바란다.

하지만 장현식은 그런 팬들에게 1년간 잘 준비해온 자신을 믿어주길 바랐다. 지난해 NC의 우승을 독한 자극제로 만들겠다는 다짐도 괜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때 친정이었던 창원에서 홀드왕이 확정됐다. 트레이드를 통해 기회를 얻고 열심히 한 것을 친정팀에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다. 선수, 코치, 팬분들까지 모두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좋은 기록과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감사드린다"고 주변에 공을 돌리면서 "이제 6경기가 남았는데 남은 기간 목표는 월간 최다 홀드 기록 경신이다. 도전해 보고 싶고 현재 몸 상태 좋다.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KBO리그 월간 최다 홀드는 2019년 6월 당시 키움 소속이던 김상수(34·SSG)가 기록한 11홀드다. 장현식이 10월 현재 기록한 11홀드와 동률이다. 사실상 남은 5경기 중 최소 한 경기는 더 나서고 싶다고 의지를 보인 것이다.

물론 선수의 의지도 때론 더 먼 미래를 위해 막아야 하는 것이 감독이 할 일이다. 다행히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그럴 줄 아는 감독이다. 신인왕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이의리(19)가 복귀전 준비 도중 물집이 잡히자 시즌 마감을 선언했다. 그런 만큼 장현식의 등판도 목표가 이뤄진 시점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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