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16강→핵심선수 충격 이적... 우여곡절 이겨낸 포항 '기동 매직'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10.21 04:09 / 조회 : 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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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울산현대를 꺾고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는 포항스틸러스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스틸러스가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가까스로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여름 이적시장엔 핵심 선수의 충격 이적 등 우여곡절을 겪고도 이뤄낸 반란이어서 더욱 드라마틱한 성과로 남았다.


김기동(50)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20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의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단판)에서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하고 결승 진출권을 따냈다.

포항이 ACL 결승에 오른 것은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앞서 나고야 그램퍼스(일본)를 꺾고 4강에 오른 것도 12년 만이었는데, 여세를 몰아 결승 무대까지 밟게 됐다. 결승전은 오는 11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알 힐랄(사우디)과 단판 승부로 펼쳐진다.

올 시즌 유독 많은 부침을 겪었다는 점에서 포항의 ACL 결승 진출은 더욱 극적이었다.

지난 6~7월 태국에서 열렸던 조별리그 통과부터 쉽지 않았다. 당시 포항은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랏차부리FC(태국), 나고야 그램퍼스(일본)와 한 조에 속해 3승2무1패(승점11점) 조 2위의 성적으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이번 대회부터 본선 진출팀이 32개 팀에서 40개 팀으로 늘어나면서 5개 조 2위 중 상위 3개 팀만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상황. 먼저 조별리그를 마친 포항은 다른 조 결과를 지켜봐야 했는데, 전북현대가 H조 2위 팀인 감바 오사카를 꺾어주면서 포항은 각 조 2위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16강 진출권을 가까스로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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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전북의 감바오사카전 승리 직후 구단 SNS를 통해 16강 진출 확정 소식을 전했던 포항스틸러스. /사진=포항 SNS 캡처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에는 그러나 충격적인 소식이 포항을 덮쳤다. 핵심 공격수였던 송민규의 전북 이적설이었다. 당시 송민규는 올림픽대표팀 차출로 포항의 ACL 일정에 함께하지 못했는데, 그 사이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특히 김기동 감독마저 송민규의 이적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들의 거센 반발도 이어졌다.

결국 송민규의 전북 이적이 공식화된 뒤에야 포항 구단은 "현재 구단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을 줄이고, 더욱 원활한 선수단 운영을 도모하고자 했다"며 "구단과 선수는 시기의 긴급성으로 인해 김기동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충분한 조율 없이 이적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사과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김기동 감독 입장에선 시즌 도중 핵심 선수를 잃고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래도 김 감독은 "포항은 한 명의 선수가 아닌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팀"이라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ACL 이후 리그에서 연승이 없을 만큼 부침을 겪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전북과 세레소 오사카(일본·ACL 16강)를 원정에서 잡아내는 등 저력을 발휘하면서 남은 여정을 이어갔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8강·4강전을 앞두고도 사실 포항은 '언더독'에 가까웠다. 전열 골키퍼인 강현무가 전열에서 이탈하는 등 불안요소가 더해진 데다, 나고야는 앞서 조별리그에서 1무1패로 열세를 겪었던 상대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K리그 우승을 다투는 울산과 전북 간 '현대가더비' 승리 팀이 결승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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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가 20일 울산현대를 꺾고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포옹하고 있는 김기동 감독과 신광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포항은 나고야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고 보란 듯이 지난 조별리그 무승의 설욕에 성공했다. 나아가 울산과의 '동해안더비'에서도 선제골 실점 이후 수적 우위를 잘 살려내며 후반 44분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승부차기에선 단 한 명도 실축하지 않고 승리해 12년 만의 결승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2009년 당시 포항 선수로 우승을 경험했던 김기동 감독은 이제는 감독으로 포항의 아시아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면서 "팬보다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편이 되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클럽을 대표해서 가는 결승전인 만큼,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는 출사표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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