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김 내려 놓은 이정재 "'오징어 게임' 통해 확실히 오징어 됐다" [인터뷰②]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1.09.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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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사진제공=넷플릭스


인터뷰 ①에 이어

배우 이정재(49)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오징어가 됐다고 밝혔다.


이정재는 29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스타뉴스와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국내는 물론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전 세계 TV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내 '오늘의 TOP 10' 1위에 랭크되기도.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83개국에서 TOP 3를 유지하고 있다.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영화 '도둑들', '신세계', '관상', '암살', '신과 함께' 시리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에서 등장만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던 이정재. 그런 그가 강렬함을 벗고 소시민으로서 파격적인 변신에 나섰다. 이정재는 극중 기훈 역을 연기했다. 기훈은 실직, 이혼, 도박, 사채까지 전전하며 가족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인물. 이정재는 기훈을 통해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양한 감정의 격랑에 휩쓸리는 모습을 표현했다.

-앞서 황동혁 감독이 '이정재의 반전 매력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했는데.

▶ 황동혁 감독님이 생각했던 것과 제가 다음 작품은 어떤 걸 할지가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먹다 보니까 센 역할, 악역 밖에 제안이 안 오더라. 근래에 했던 작품들이 극중에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켜야만하는 그런 캐릭터들이 주로 많이 들어왔다.

저도 그런 캐릭터들이 들어올 때마다 조금씩 무언가 다르게 다른 모습이나 다른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노력은 했었는데 계속 그런 캐릭터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내가 더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는 찰나에 황동혁 감독님이 기훈 캐릭터를 제안해주셨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오랜만에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황동혁 감독님의 제안이 반가웠지만 캐릭터를 보고 더 반가웠다.

-선보인 적 없었던 색깔을 연기한 기분은 어떤지, 연기 전 각오는 어땠나.

▶ 무섭다고 표현한 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섭다기 보다는 처음 봤을 때 '저렇게 연기를 했었나?' 하면서 한참 웃었다. 많은 걸 벗어던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상시에 잘 쓰지 않은 표정도 나왔고, 호흡에 의한 동작들도 많이 나왔다. 오래 전에는 그런 연기를 했었던 게 기억이 나지만, 근래엔 없었던 표현이어서 웃었다.

사실 생활 연기가 가장 힘들다. 초반에 캐릭터 설정을 잡으면 잡혀져 있는 캐릭터로 밀고 가면 조금 수월하게 연기가 되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런데 생활 연기는 신경을 더 많이 써야한다. 자연스러워야 하고 우리 일상에 있었던 사람들처럼 보여야 하는 그런 지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시나리오 받고 연습을 하는데 뭔가 자연스럽지 않더라. '이상하다? 생활적으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데 왜 불편하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계속 시간을 갖고 연습을 하다 보니까 지점이 해소가 됐다.

매 게임마다 매 캐릭터들과 시간이 지나면서 극한 상황 안에서도 교감이라든가 감정을 표현해야되는 것들의 수위가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고민이 많았다. 저 같은 경우에는 달고나 뽑기 게임에서 핥는 장면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니까 '그럴 수 있겠죠'라고 하면서 열심히 햇다. 매 게임 마다 매 시간을 거듭해나가면서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겪는 그런 것들이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질 수 있는 연기와 극한에서 또 느껴지는 연기를 섞어서 왔다 갔다 하면서 했었던 것 같다.

-'오징어 게임' 속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지, 망가지는데 부담은 없었나.

▶확실히 오징어가 됐다. 보신 분들은 제게 '진짜 모자가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 왜 하필 그 모자를 썼냐고 그러더라. 모자를 썼을 때 머리를 안으로 깔끔하게 쓰지 왜 저렇게 대충 썼냐고 하더라.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다. '신세계' 때 처음 같이 했던 조상경 의상 실장님의 입장에서는 제게 뭘 입혀서 '진짜 쌍문동 반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지'라는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저보고 어떻게 입고 싶냐고 물어보더라. 감독님하고 조상경 실장님과 셋이 있었는데, '나는 그냥 가져온 거 좋은 거 같으니까 주는대로 입겠다'라고 했다.

망가진다는 표현은 연기를 하는 제 입장에서 망가졌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자니까 이런 역할도 하고, 저런 역할도 하는데 성기훈 역을 잘 해내기 위해 했던 것이기 때문에 망가져야 된다는 생각은 준비를 할 때나 촬영을 할 때나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다.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생활 연기를 해야되는 건 망가지는 게 아니라 생활 연기를 하는 것이다.

-힘을 뺀 연기는 어땠나.

▶ 제가 연기 했었던 그룹을 크게 나누면 '태양은 없다', '선물' 그리고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나 '암살' 이런 캐릭터들 두 그룹으로 묶으려고 하는 것 같다. 저는 그래도 제가 고민해서 하나씩 조각해서 만든 캐릭터다 보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 다르게 보여졌으면 하는 게 제 마음이다. 계속 강한 역할들만 하다가 오래만에 풀어진 캐릭터를 몸이 풀어진 듯 자연스럽게 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하게 됐다.

-기훈과 닮고 싶었던 점은 무엇인가.

▶ 아마 외국 시청자들이 보셨을 때는 성기훈이 저런 극한 상황에서도 남들을 도와주고 싶은 혹은 도와주는 그런 생각이나 행동이 공감을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가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에도 그렇게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따뜻한 친구구나라는 식으로 읽혀졌다. 이해가 안 되서 연기를 못하겠라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성기훈의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했다. TV쇼이기도 하지만 성기훈의 성격이 메시지성으로 반영이 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인터뷰 ③으로 이어짐

강민경 기자 light3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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