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에 '패배' 종용하는 충격적인 팬들... 부끄럽지도 않나

잠실=김동영 기자 / 입력 : 2021.09.27 04:54 / 조회 :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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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
"난 이기겠다."

현재 한화 이글스는 리그 최하위다. 즐거운 상황이 아니다. 어느 팀도 꼴찌는 싫다. 그런데 아닌 한화 팬도 있는 모양이다. '패배'를 종용하는 메시지를 카를로스 수베로(49) 감독에게 보낸단다. 충격적이다. 나름의 이유야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선'을 넘은 것은 확실하다.

수베로 감독은 2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열린 브리핑에 참석했다. 질문과 답변이 끝날 무렵 갑자기 수베로 감독이 먼저 말을 꺼냈다. 격앙된 목소리였다. "메시지가 많이 온다. 나를 비판하는 것은 괜찮다. 질문도 하고, 그에 대한 답도 내가 한다. 그런데 요즘은 '져라'는 메시지가 너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내년 드래프트 1순위를 차지해 심준석을 뽑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계속 져서 10위를 하라고 한다.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린다. 일부러 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여러분 시간 낭비다"고 일침을 가했다.

심준석은 '역대급' 유망주로 꼽힌다. 현재 덕수고 2학년이다. 1학년 때부터 150km를 훌쩍 넘기는 강속구를 뿌렸다. KBO 리그 10개 구단이 모두 주시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도 받고 있다. 내년에 열릴 2023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사실상 예약한 모양새다.

이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으려면 올해 10위를 해야 한다. 이에 한화 팬들 가운데 일부가 패배를 '종용'하고 있다. 2022 드래프트에서 문동주-박준영을 얻었고, 2023년 심준석으로 완성을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직 프로에서 공 1개도 던지지 않은 유망주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다.

사실 변수 투성이다. 2022년 3학년 때 부상을 입어 유급이라도 한다면 올 시즌 10위는 의미가 없어진다. 중학 혹은 고교 시절 유급을 하는 케이스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은 기량이 급격하게 하락할 수도 있다. 1~2학년 때 잘하다가 3학년 때 부진하면서 지명 순위가 밀리는 경우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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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2학년 우완투수 심준석.
심준석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드래프트부터 신청자만 지명 대상자가 되는 것으로 규정이 변했다. 심준석이 내년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역시나 한화가 올해 10위를 해도 심준석을 뽑을 수 없다.

물론 1순위 지명권이 있으면 드래프트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 '리빌딩'을 진행중인 한화이기에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특급 유망주를 뽑기 위해 최하위를 노리는 '탱킹'을 하기도 한다. 2013년과 2014년 시청률 0%라는 굴욕을 감내하면서 유망주를 은 후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오른 휴스턴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고의로 지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는 '승부조작'을 하라는 뜻이 된다. 그것도 팬이 감독에게 "패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더 문제다. 삐뚤어진 팬심일 뿐이다.

수베로 감독은 "과거부터 팬과 소통을 중시했다. SNS가 활성화 되기 전부터 그랬다. 느낀 것이 있다. 팬들은 감독보다 팀을 더 사랑한다. 팬들은 구단이 자신들의 것이라 믿는다. 감독보다 더 많이 안다고 믿는 팬들도 있다. 상관 없다. 나는 팬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하고, 그 결과 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10위가 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우리가 10위지만, 어제(25일) 두산이라는 강팀을 이겼다. 미란다라는 좋은 투수를 상대로 이겼다. '패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모든 경기를 이길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쾌활한 수베로 감독이지만, 필요하다 판단하면 '직설'도 아끼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입을 열었고, 열변을 토했다. 프로 감독에게 패배를 주문하는 팬을 팬이라 할 수 있을까. 수많은 한화 팬들이 한화를 응원하고 있고, 승리하면 함께 기뻐하고 있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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