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용과 주근깨 공주' 알면 사랑에 빠진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9.24 10:20 / 조회 : 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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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었다. 비 오는 어느날. 급류에 쓸려갈 위기에 빠진 생판 모르는 아이를 구하려다 죽었다. 나를 두고 가지 말라고 했지만, 그렇게 엄마는 떠났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스즈는 그래서 힘들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빠와도 말을 잘 안하게 됐다. 좋아했던 노래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어릴 적 자신을 지켜주겠다던 소꿉친구는 멋지게 자랐지만 그래서 더 가까이 하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스즈는 'U' 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을 스캔해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가상의 공간. 전세계 50억명이 'U'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다. 스즈는 그곳에서 벨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닮고 싶었던, 언제나 아이들의 중심에 있는 예쁜 소녀 루카의 얼굴에 자신의 주끈깨가 담긴 모습이다.

벨은 'U'에서 비로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 벨의 신비한 노래는 삽시간에 'U'에 퍼지면서 큰 인기를 얻는다. 현실에선 여전히 자신 없는 스즈지만, 'U'에선 예쁜 외모에 신비한 노래를 부르는 인기스타가 됐다.

' U'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연 날. 용이 콘서트장에 난입한다. 'U'에서 정의를 지킨다는 무리들에게 쫓기고 있다. 용이 도장깨기를 하고 다니는 모습이, 정의 구현을 외치는 사람들에겐 못마땅한 모양이다. 용 때문에 공연을 망쳤지만 벨은, 아니 스즈는 왠지 용에게 마음이 간다. 그가 궁금하다. 그의 등에 그려져 있는 멍이 궁금하다.

'U'와 현실 세계에선 벨과 용의 정체가 화제다. 벨은 알고보니 인기스타라느니, 용은 범죄자라느니, 온갖 이야기가 널띈다. 그렇지만 벨은 그저 용이 알고 싶다. 벨은 숨겨져있는 용이 살고 있는 성을 찾아나선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 '늑대아이' 등으로 한국에 두터운 팬을 갖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미녀와 야수'를 자신의 세계관에 넣어 '용과 주근깨 공주'로 재탄생시켰다. 자신이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호소다 마모루의 테마다. 가상의 세계에서 자신이 바뀌고, 그래서 세계가 바뀌는 이야기. 호소다 마모루는 이 세계관 속에서 디즈니는 결코 할 수 없는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완성했다. 왕자와 공주님은 그 뒤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다. 상처받은 아이가 상처받은 아이를 만나 서로 때문에 상처를 이겨내는 이야기로 그려냈다. 그 여름날의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괴물아이'를 '모비딕'에서 영감 받았던 것처럼, '용과 주근깨 공주'는 '미녀와 야수'에서 영향을 짙게 받은 듯 하다. 그래도 디즈니 '미녀와 야수'처럼 노래 부르지만, 같이 추는 댄스 같은 로맨스는 없다. 대신 상처를 어루만진다.

알고 싶다. 구하고 싶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이 테마를 '썸머워즈' 같은 한여름 소동처럼 풀어내면서 깊이를 더한다. 그 깊이가 재미와 맞물려 있으니, 호소다 마모루 유니버스는 한층 깊고 넓어진 듯 하다.

가상 공간 'U'는 최근 한창 유행인 메타버스다. '썸머워즈'에서 익히 보여줬듯이 아바타가 나를 대체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을 꾸미며 살아간다. 유명해지면 스폰서가 붙는다. 가상의 공간이지만 사실 현실과 다를 바 없다. 거짓으로 포장하고, 자신의 정의를 강요한다. 그럼에도 진심은 통하는 것까지 현실과 닮았다. 가상의 세계와 현실이 소통하는 이야기. 어쩌면 '용과 주근깨 공주'는 다가올 메타버스 세계의 교과서 같은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를 형상화한 것 같다. 언제나 사랑의 시작은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호소다 마모루 세계를 알고 있는 관객은 더 사랑에 빠질 것 같고, 알고 싶은 관객에게는 좋은 시작이 될 것 같다.

9월29일 개봉. 전체 관람가.

추신. OST를 나카무라 카호가 불렀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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