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유니폼에도 새겨진... '연 1700억' 베팅업체 후원 금지 논란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1.09.25 09:45 / 조회 : 6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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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햄튼 황희찬. 유니폼 상의에 한 베팅업체 이름이 새겨져 있다. /AFPBBNews=뉴스1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프리미어리그)와 2·3·4부리그(잉글리시 풋볼리그)의 최대 후원자는 베팅업체다. 프리미어리그는 유니폼 스폰서십으로 베팅업체로부터 연간 약 7000만 파운드(약 1127억 원)를 벌어들였다. 2·3·4부리그의 베팅업체 후원액도 연간 약 4000만 파운드(약 644억 원)에 달한다. 이를 합하면 1억 10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무려 1771억원이나 된다.

2021~2022 시즌 프리미어리그 20개 클럽 가운데 베팅업체가 유니폼 스폰서인 클럽은 모두 9개로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유니폼 스폰서가 아니라도 대부분의 프리미어리그 클럽은 베팅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으며 경기장 광고판에도 베팅업체의 광고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유니폼 스폰서는 아니지만 토트넘도 베팅업체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2016~2017 시즌에 런던에 위치한 베팅업체 윌리엄 힐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토트넘의 공식 베팅 파트너 회사가 된 윌리엄 힐은 경기장 내 LED 광고는 물론이고 홈 구장을 찾는 토트넘 팬들에게 초고속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윌리엄 힐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바일 베팅을 활성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스폰서 시장의 큰 손으로 베팅업체가 등장한 시기는 지난 2005년 영국 정부가 도박 관련법을 완화시킨 뒤였다. 통신, 금융, 하이테크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유니폼 광고의 주도권도 이 때부터 베팅업체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베팅업체가 잉글랜드 프로축구를 장악하면서 도박 중독 등 사회적 문제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영국의 시민단체들은 축구 경기를 통한 베팅업체의 광고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실제로 지난 해 영국 상원은 베팅업체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유니폼 스폰서십을 2023년까지만 허용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권고안에는 베팅업체와 관련된 광고가 스포츠 경기장에서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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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햄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린 런던 스타디움에 베팅업체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AFPBBNews=뉴스1
이 권고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영국 내에서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인구가 43만 명에 달하고 여기에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베팅업체 광고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 뒤였다.

상원 권고안에 대한 영국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은 늦어도 올해 말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 정부 입장에서 상원의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챔피언십(2부리그) 클럽에 대한 베팅업체 후원 금지는 구단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챔피언십의 공식 후원사는 베팅업체인 스카이벳이다. 또한 챔피언십 클럽 가운데 2/3에 해당되는 구단은 베팅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다. 만약 베팅업체 후원 계약이 영국 상원 권고안처럼 2023년까지로 한정된다면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클럽이 많다.

이 때문에 잉글리시 풋볼리그의 릭 패리 이사장은 베팅업체 후원 금지가 리그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히려 그는 베팅업체가 축구 경기를 통해 많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이 업체들이 프로축구를 지원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리차드 마스터스 대표도 축구계에서 베팅업체의 활동은 자체적으로 규제되고 있으며 베팅업체의 프로축구 스폰서십이 금지돼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프로축구 재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베팅업체의 후원 때문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팅업체의 무분별한 광고를 규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만약 베팅업체 후원을 금지시킬 경우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하위리그 클럽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월부터 베팅업체의 스포츠 경기를 통한 광고와 스포츠 클럽 후원을 금지해 왔던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프로축구 클럽을 살리기 위해 2년 동안만이라도 베팅업체의 광고를 통한 클럽 후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역시 베팅업체의 스포츠 경기 광고가 금지돼 있는 프랑스 프로축구 클럽들은 수입 확대를 위해 우회 전략을 사용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가상광고를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PSG의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팬들에게만 베팅업체의 광고를 노출하는 방법을 활용해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베팅업체 광고 금지는 프랑스 국내에 국한된 법이라는 점을 노린 전략인 셈이다.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유럽 프로축구 클럽 재정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베팅업체의 후원과 광고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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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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