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탈락팀도, 준우승팀도 웃었다... KBL 컵대회의 값진 의미

상주=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09.19 06:15 / 조회 :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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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상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 MG 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결승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서울SK와 원주DB 선수단. /사진=KBL
준결승(4강)에서 탈락한 팀들도,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친 팀도 미소를 보였다. 탈락이나 우승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나 반성보다는 자신감과 소득에 더 의미를 뒀다. 정규리그를 앞두고 열린 KBL 컵대회의 값진 의미였다.


지난 11일 경북 상주실내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21 MG 새마을금고 KBL 컵대회가 18일 서울 SK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전희철(48) 감독이 이끄는 SK는 결승전에서 원주 DB를 90-82로 꺾고 첫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초보 사령탑' 전 감독은 데뷔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겹경사를 맞았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는 김선형(33·SK)이 선정됐다.

전희철 감독은 컵대회 여정을 모두 마친 뒤 "기분이 너무 좋다. 열심히 잘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그동안 훈련 과정에 있었던 부분들을 테스트할 겸, 공식 대회에서 통할 수 있을지를 봤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며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그에겐 수석코치가 아닌 감독으로서 '모의고사'의 기회도 됐다.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새 시즌을 앞두고 중요한 경험을 쌓은 것이다. 전 감독은 "그동안 문경은 감독님 뒤에서 보던 느낌과는 달랐다. 순간순간 판단해야 하는데, 작전 지시 등 순간적인 판단이 아직 미흡했다"면서도 "그래도 코치를 오래 한 덕분에 경기가 흘러가는 흐름 등은 도움이 됐다. 순간순간 작전 지시 같은 부분에서 모의고사를 잘 치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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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DB 감독(가운데) /사진=KBL
경기를 마친 뒤 미소를 보인 건 비단 '우승팀 사령탑' 전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감독도, 전날 준결승 무대에서 탈락한 사령탑들도 모두 웃으며 컵대회를 마쳤다. 결승이나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나 반성보다는, 정규시즌을 앞두고 저마다 값진 소득과 자신감을 얻은 덕분이다.


결승전에서 쓰라린 패배의 맛을 본 이상범(52) DB 감독은 '자신감'을 컵대회 최고의 소득으로 꼽았다. 결승전 직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 감독은 "선수들 모두 대회를 치르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팀이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이 감독은 "이번 컵대회를 굉장히 의미 있게 치른 것 같다. 우리 팀이 올 시즌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강조했다. 우승에 실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보다는, 결승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노력과 이 과정에서 확인한 자신감에 대한 만족감에 더 무게가 쏠렸다.

전날 4강에서 탈락해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한 사령탑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동철(53) 수원 KT 감독은 "아직은 더 맞춰야될 부분들이 있다는 걸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작년과는 달리 분명히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상범 감독처럼 컵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것에 대해 크게 만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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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수원 KT 감독. /사진=KBL
서 감독은 "이번 컵대회를 통해 많은 소득을 얻었다. 이제 조금 더 준비를 잘 하고, 우리의 모습을 만든다면 더 강한 팀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면서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마무리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결승 진출에 실패한 유재학(58)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앞선 감독들과는 결이 약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 삼성이 코로나19 여파로 컵대회에 불참하는 바람에 예선을 부전승으로 통과해 4강에 올랐는데, 4강에서 DB에 져 탈락했기 때문이다. 컵대회에서 단 1경기만 치르고 대회를 마친 셈이다.

대신 유 감독은 정규시즌을 앞두고 팀의 현주소를 파악한 기회가 됐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프로랑 제대로 게임을 한 번 해봤다. 팀이 '이렇구나'라는 걸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느꼈을 것"이라며 "잘된 부분도 있지만 수비에서 많은 문제가 보였다. 더 잘 준비해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제 각 구단들은 다음 달 9일 막을 올리는 프로농구 정규리그 대장정에 대비한 마지막 준비에 돌입한다. 결과를 떠나 컵대회를 통해 저마다 얻은 소득과 자신감, 또는 과제가 새 시즌 개막 전 마무리 준비의 핵심이자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지난 8일 간의 KBL 컵대회 여정에 담긴 값진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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