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보는 OTT..스크린으로 불러들이는 영화계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1.09.20 11:00 / 조회 :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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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네임', '지옥' 포스터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만이 진짜 영화라고 주장하던 말들은 이제 해묵은 이야기가 돼 버린 듯 하다. OTT가 영화계에 깊이 들어오며 이런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듯하다. 수년 전, 봉준호 감독이 만든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 될 때만 해도 프랑스 영화계가 온라인 스트리밍 되는 넷플릭스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했던 것도 이제 옛날 이야기다.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세계적 영화제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국 영화계도 비슷한 걸음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7편의 넷플릭스 작품을 영화제서 선보인다. 넷플릭스에서 공개 돼 화제를 모았던 영화 '승리호'와 '낙원의 밤'은 물론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과 '지옥'도 초청했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서 선보이는 거장의 신작 영화도 부산국제영화제서 소개한다. TV로 보기 위해 만든 작품을, 영화계가 스크린으로 불러 들이고 있는 것이다. 극장에서도 넷플릭스 작품들을 스크린에서 특별 상영하는 형식으로 넷플릭스 영화를 개봉하고 있다.

OTT의 등장 이후 예상되던 흐름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넷플릭스 등 OTT는 우리 생활에 더욱 빠르고 깊숙하게 들어왔다. 이에 더 이상 상영 플랫폼으로 영화냐 아니냐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해 진 듯 하다. 영화 감독들도 더 이상 극장서 상영 되는 80분에서 120분 짜리 영화 연출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수 많은 감독들이 넷플릭스 등 OTT서 시리즈물을 연출하고 나섰다. 마틴 스콜세지와 스티븐 스필버그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상황에서, 더 이상 영화냐 아니냐로 나누는게 의미 없어진 듯 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영화인들은 스크린서 영화를 보는 행위를 통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관에 가달라고 관객에게 호소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관객들 역시 알고 있다. 어두운 극장에서 120분의 시간 동안 오롯이 집중해서 한 작품에 빠져들어 내 옆의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는 경험은, 집에서 TV로, 혹은 휴대폰으로 언제든지 화면을 정지시키며 영화를, 혹은 시리즈물을 감상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제약이 있긴 하지만, 극장서 감정을 함께 공유했던 경험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OTT가 우리의 삶에, 영화계에 깊숙하게 들어온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코로나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고 극장에 가는 즐거움을 찾게 된다면 또 어떤 변화가 오게 될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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