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NO, 진실되게" '유미업' 콩쥐 윤시윤을 응원하는 이유[★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09.20 14:00 / 조회 :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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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시윤 /사진=웨이브(wavve)


"아는 후배가 저를 '콩쥐' 역할이라 하더라고요. 제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 포장하고 허세부리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보여드렸을 때 응원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 윤시윤(34)이 '제빵왕 김탁구',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 이어 웨이브 오리지널 8부작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극본 모지혜, 연출 김장한, 이하 '유미업')으로 '자존감 극복캐' 트릴로지를 완성했다. 미숙하고 어리바리해 좌절하던 인물이 각성하는 용식의 모습이 그간 성장형 인물을 보여준 윤시윤의 연기 결과 잘 맞아 떨어졌다. 윤시윤은 오랜 취업 실패, 추리닝에 가발을 쓴 후줄근한 모습, 핑크 오타쿠인 성향, 남자의 자존감까지 잃은 용식 역으로 역대급 짠내와 공감을 자아냈다.

'유미업'은 고개 숙인 30대 용식(윤시윤 분)이 첫사랑 루다(안희연 분)를 비뇨기과 주치의로 재회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섹시 발랄 코미디 드라마. '유미업'은 '발기부전'이란 파격적인 소재를 '자존감'이란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에 녹여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를 선보였다. 이에 '유미업'은 웨이브 신규 가입자 견인 콘텐츠 1위, 9월 첫째 주 웨이브 드라마 차트 5위, 전체 프로그램 차트 7위를 차지했다.

윤시윤은 극중 발기부전으로 마지막 남은 자존감까지 잃어버린 30대 공시생 도용식 역을 맡았다. 용식은 루다의 현재 연인 지혁(박기웅 분)과 삼각관계가 되지만, 순수한 사랑으로 루다의 마음을 얻고 취업에 성공, 발기부전도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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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시윤 /사진=웨이브(wavve)



-'유미업'으로 자존감 낮은 용식의 성장 스토리를 보여줬다.

▶나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주변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을 관찰하고 알아보려고 하니 나는 너무 부끄럽게도 복 받은 사람이고 자존감이 높더라.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자신을 내세우는 것에 소극적이더라. 내가 타인에게 어필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서 감정선을 최대한 절제하고 억제한다. 그에 비하면 나는 감정 표현도 잘 하고 모든 감정이 얼굴에 잘 나타난다. 윤시윤이란 배우가 가진 에너지를 줄이는 과정이 필요했고, 감정 표현을 절제하려고 했다. 용식이가 한 발짝씩 내딛는 과정을 보여주고 성장하고 자신감을 찾아나가듯, 나도 용식이를 통해 힐링하고 단단해지고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즐거웠다.

-용식의 발기부전 상황, 자존감을 잃은 모습 등이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회사에서 대본을 보여주면서 연기할 수 있겠냐고 묻더라.(웃음) 40세 이후부터 탈모 등 몸에 이상이 생긴다고들 하더라. 내 건강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고 깨달았다. 단순히 야한 동영상을 보다가 이상해진 내 신체를 보고 충격 받는 게 아니라, 신체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아는 모습으로 접근했다. 신체 멀쩡한 젊음이 아니란 걸 알고 충격 받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고 목숨 걸고 한 큐에 가고 싶었다. 책상이 떨리는 연기는 지금 생각해도 떨린다.(웃음)

-용식과 닮은 부분이 있을까.

▶자꾸 자기만의 세상에 숨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용식이에게 루다가 있었고, 나에게도 내 가족과 팬들이 있었다. 내가 당당하게 서서 나아가는 모습을 응원해줬다. 용식이처럼 내가 우뚝 일어서는 순간도 바라고 있다.

-안희연과 함께 로맨스 연기를 한 소감은?

▶(안)희연 씨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연인처럼, 동생처럼 해주니 나도 루다에 관심을 갖고 빠져들게 됐다. 나는 희연 씨의 감성을 보고 그 안에서 리액션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너무나 즐거운 작업이었다. 희연 씨가 워낙 성격도 좋고 털털해서 기대를 하고 작품에 들어갔다. 의외로 멜로 부분도 러블리하고 진솔하게 너무 너무 잘 해줬다. 하니 씨가 지금도 현장이 많이 그립다고 얘기한다. 좋은 상대 배우와 짧은 시간 작업한 게 그립다. 희연 씨도 루다에 대해 본인의 경험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고 했고 나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미숙한 내가 연애를 하면서 차분해지고 배운 첫사랑이어서 용식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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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시윤 /사진=웨이브(wav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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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웨이브(wavve)


-'유미업'에서 가발 쓴 모습 등 외적인 망가짐도 불사헀다.

▶처음에 가발 피팅을 하는데 너무 꺼벙해 보이더라. 안 웃기고 꺼벙해 보이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여자 스태프들이 가발 쓴 모습을 너무 좋아했다. 주변에서도 가발 쓴 모습을 캡처해서 보내주고 반응들이 너무 좋았다. 가발 쓰길 너무 잘 한 것 같다.(웃음)

-용식이는 핑크를 좋아했는데, 윤시윤은 어떤 색을 좋아하는가.

▶모노톤을 좋아한다. 물건과 옷에서 무난하고 위험하지 않은 것이 내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집돌이다. 스트레스 받으면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푼다. 다시 돌아올 집을 위해 깨끗하게 만들어 놓고 나가려 한다. 늦잠 자고 허둥지둥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정리를 하고 나가려 한다.

-윤시윤에게 멜로란?

▶멜로는 말 그대로 상대 배우의 에너지에 집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사실 멜로 장르에 자신이 없는 편이다. 작품 스코어도 좋지 않아서 자신감이 없었는데 희연 씨와 해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상대 배우의 연기를 받아들일 역량이 생긴다면 나도 멜로를 조금 더 즐겁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유미업'에서 코믹 연기도 잘 소화했다. 코믹 연기를 좋아하는 편인지?

▶주변에서 나에게 하는 말인데 '재능이 없는데 웃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신이 재능을 주신다면 '유머'를 갖고 싶다. 유머는 되게 질투나는 재능이다. 그런데 재미있게 연기를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내가 재미있게 하려고 해서 재미있게 나오진 않기 때문이다. '유미업'도 웃길 수밖에 없는 대사와 상황이 있었고 잘 받아준 명품 연기자들이 있어서 웃기게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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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시윤 /사진=웨이브(wavve)


-해보고 싶은 사랑 이야기가 있다면?

▶'유미업'에선 희연씨와 내가 사랑하면서 뜨거웠던 순간들을 각자 역할에 녹여내고 있더라. 가장 뜨거웠던 순간에 남아있는 감정을 많이 녹여낼 수 있는 멜로를 하고 싶다.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옛날의 감정을 꺼내고 치유하는 시간이 있었다. 아직은 풋풋한 사랑, 모자란 듯한 소년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30대 중반의 윤시윤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사랑은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생각한다. 30대 중반인 나는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인, 가족, 친구, 반려견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 이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꼭 지켜 나아가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혜로워야 하고 열려있어야 하고 희생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도 기다리는 연인은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싶은 뜨거운 마음이 드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의 필모를 보면 윤시윤은 '제빵왕 김탁구',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유미업'처럼 어리바리하고 어수룩해 보이지만 반전이 있는 캐릭터의 소화력이 좋다.

▶아는 후배가 얼마 전에 '오빠는 여배우로 치면 콩쥐 역할이잖아'라고 말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 내가 콩쥐 느낌이더라. 나의 멋진 모습에서 박수 받는 것보다, 재미있게도 나의 모자란 부분, 가발 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정을 느끼고 응원해 주시더라. 그게 연예인 윤시윤의 모습이기도 한 것 같다. 예능에서 대단히 터지는 것도 아니고 이슈가 되는 게 아닌데, 연기도 한없이 모자란데 응원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 모습이 연기에 투영되는 것 같다. 내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 포장하고 허세부리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보여드렸을 때 응원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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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시윤 /사진=웨이브(wavve)


-2009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해 10여년간 연기하면서 스스로 어느 정도 성장한 것 같은가.

▶한 작품씩 하면서 느끼는 것이 주연 배우라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크지 않고 함께하는 거라고 느낀다. 배우들과 얘기도 많이 해보면서 연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의 나는 조금씩 '겸손'을 배우는 것 같다. 좋은 연기를 위해선 연합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용식이처럼 자존감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면?

▶지금도 극복 중인 것 같다. 나는 연기자로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에 신인이 주인공을 맡아서 50%의 시청률을 받은 걸로 인식됐다.(KBS 2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신인 때부터 시청률 50%를 했던 배우가 다음 작품에선 어떻게 할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실망되는 결과물이 있으면 상처가 되고 슬럼프로 작용한 것 같다. 결과에 대한 압박과 자존감을 극복하는 것은 개인의 삶에서 도전하며 성취감을 얻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취미, 도전을 하면서 조금씩 성취하고 이겨내 나갔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일도 정말 중요하고 열정있게 하지만 내 개인의 삶 또한 일만큼 열정적이게 하지 않으면 위험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을 잃은 용식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대단한 도전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경험과 성취감을 얻으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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