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훈 감독 "꼰대라는 말 들을지언정 '기적'의 핵심은 '꿈'"[★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1.09.22 10:00 / 조회 : 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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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적'을 연출한 이장훈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적'을 연출한 이장훈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핵심은 꿈이었다.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 분)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다.

데뷔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이장훈 감독.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기적'에 따뜻한 상상력을 더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꿈에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과정과 그 속에 담긴 각 인물들의 사연을 경쾌한 웃음과 따스한 공감으로 담아냈다.

'기적' 속 기본의 이야기가 잡혀있는 상태에서 연출 제안을 받은 이장훈 감독이다. 그는 "저도 양원역을 처음 알게 됐다. 더 옛날 이야기임에도 새로웠고, 나의 색깔을 입히면 더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 옛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 이야기가 담길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전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같이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된 이장훈 감독이다. 비슷한 결이어서 고민을 했었지만, 아내의 한 마디가 힘이 됐다고. 이장훈 감독에게 힘을 준 한 마디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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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적'을 연출한 이장훈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장훈 감독은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보는 순간 해야 하나 싶었다. 비슷한 결이어서 처음엔 할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와이프가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물론 불안함도 있었지만, (전작) 경험이 도움됐다"라고 했다.

"꿈에 대한 이야기까지는 아니였다"라고 밝힌 이장훈 감독. 사실 '기적'은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가 메인이었다고. 이야기의 매개체로 양원역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장훈 감독은 "이야기의 핵심은 '꿈'이었다. 요새는 꿈을 꾸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고, 어이없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현실에 만족하면서 사는 게 현명하고 행복하다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저는 적어도 인생을 시작한 젊은 친구들에게 이런 분위기를 강요하는 게 속이 상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너희들은 해도 안 되니까 만족해'라는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느껴졌다. 누군가 한 명쯤은 욕먹을지언정 '너네 꿈을 가져야 되지 않아?'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현실에 만족하는 것도 추천하지만, 꿈을 위해 노력을 해보는 게 어떤지 물어보고 싶었다. 물론 '꼰대다', '현실 감각 없다'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꿈을 이루는데 있어서 도와줄 수 있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옆에서 도와주고 이룰 수 있게 말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30대 배우 박정민과 임윤아가 10대 청소년으로 변신했다. 특히 박정민은 자신의 나이 때문에 '기적'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었다고 했다. 박정민과 반대로 이장훈 감독은 자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장훈 감독의 생각은 이랬다. 자신이 생각하는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 캐릭터를 맡아주는 게 최우선이었다는 것.

"준경이가 가지고 있는 모습과 정민씨의 보여지지 않은 모습으로 보여진다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사람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정민씨와 제가 상상한 준경이와 닮았다. 사실 정민씨를 만나러 가는 날 제 아이가 '배우가 이렇게 만나기로 한 건 시나리오가 좋았다는 건데 만나고 나서 안한다고 하면 싫어하는 거'라고 하더라. 이걸 정민씨한테 이야기 했더니 부담스러워 했다. 이 이야기가 정민씨의 선택에 영향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 같다. 불쌍하게 매달렸다. 무릎만 안 꿇었지 하고 싶었던 건 다 할 생각이었다. 무릎을 꿇을 자신이 있었다. 정민씨는 두려워 했다고 했지만 저는 자신이 있었다.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욕을 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이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득했다. 영화 시작하고 10분~15분 지나면 그 인물에 빠져서 같이 따라갈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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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적'을 연출한 이장훈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아이돌로서, 배우로서 프로답게 포장된 임윤아의 모습 보다 평소의 임윤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장훈 감독이 임윤아를 캐스팅한 결정적인 계기는 한 영상 때문이었다. 해당 영상은 임윤아가 친언니와 함께 팬들을 위한 SNS 라이브 영상이었던 것. 당시 임윤아는 중국 음식인 훠궈를 먹다가 친언니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화가 나서 화를 내려고는 하지만 방송이 켜져있어서 화를 내지 못하고 라이브를 이어가는 게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그런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 모습이 탐났고, 제가 생각하는 라희의 모습과 비슷했다. 오래 활동했지만 보지 못했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에 꼭 같이 하고 싶었다."

이장훈 감독은 위의 말을 웃으면서 이야기 했지만, '기적' 촬영 현장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촬영 시작부터 코로나 상황이었다. 투자가 굉장히 위축된 상황이었고, 심사 진행이 안 되는 분위기였다. 어렵게 어렵게 심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빠듯한 예산과 배우분들의 스케줄 등 기본적으로 돈과 시간이 부족했다. 모든 현장이 다 그렇겠지만, 돈이 부족하면 시간으로 메꾸고, 시간이 부족하면 돈으로 메꾸면 된다. 저희는 둘 다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프리프로덕션 3개월을 해야하는데 두 달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시작했다. 촬영을 하면서 준비를 병행할 수 밖에 없었고,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배우분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어느 현장에서든 문제점이 다 있지만, 다들 열심히 잘 해주셨다. 그래서 원하는 그림들을 다 얻을 수 있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장훈 감독은 '기적'을 본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두 시간만큼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완전히 지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가는 그 순간은 영화를 보러 들어오기 전 상황보다 조금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욕심이 있다. 많은 분들께서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보면서 '세상이 조금은 아름답구나', '삶이 살만하구나'라는 생각을 조금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강민경 기자 light3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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