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서울전에서 오스마르와 볼 경합을 펼치고 있는 성남FC 공격수 뮬리치(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무대는 1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29라운드였다. 승점 2점 차 11위 성남과 12위 서울 간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이었다. 성남은 5경기 연속(2무3패), 서울은 6경기 연속(1무5패) 승리가 없던 상황이어서 서로를 제물로 분위기를 돌려야 했다.
성남이 믿을 건 뮬리치(27·세르비아) 뿐이었다. 그는 올 시즌 리그에서만 10골을 넣었는데, 성남엔 그를 제외하고 리그 2골 이상 넣은 선수가 없을 만큼 의존도가 컸다. 결국 최전방에 선 뮬리치가 얼마나 수비를 흔들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그런데 뮬리치의 존재감은 경기 내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무딘 성남의 공격도 힘을 잃었다. 결국 뮬리치는 팀이 선제 실점을 허용한 뒤 후반 20분 교체됐다. 1골이 절실한 상황에 팀 내 최다득점자이자 유일한 해결사의 교체는, 김남일 감독이 마지못해 내린 '과감한 결단'이기도 했다.
경기 후 김남일 감독은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상대가 라인을 올렸을 때 뒷공간을 침투할 것을 주문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미흡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특히 그는 "본인도 상대로부터 집중마크를 계속 당하다보니 퍼포먼스가 떨어지고 있다. 오늘 같은 경기력이면 앞으로 변화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며 향후 선발 제외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팀 내에서 유일하게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용병의 활용 방안을 고심할 정도로 이날 뮬리치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전에서 경기 종료 후 벤치에 앉아 아쉬워하고 있는 FC서울 팔로세비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팔로세비치도 교체 투입 후 재교체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교체 사인을 확인하고 곧장 벤치로 나간 그는 유니폼을 벗어 던지는 등 분노를 표출했다. 안 감독도 그런 팔로세비치의 행동을 한참을 쳐다보면서 서울 벤치엔 묘한 긴장감마저 돌았다.
안 감독은 팔로세비치의 재교체 배경에 대해 "경기장에서는 비일비재한 현상일 뿐"이라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승리가 절실했던 경기에서, 그것도 부임 첫 경기에서 용병의 이른 재교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성남과 서울 모두 잔류를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데다, 뮬리치와 팔로세비치 모두 각자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두 사령탑이 어떻게 해결책을 찾느냐, 나아가 두 용병이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두 팀의 향후 생존 경쟁에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홈에서 승점 1을 챙긴 성남은 승점 28(6승10무12패)로 3경기 덜 치른 강원FC를 끌어내리고 10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서울은 승점 26(6승8무14패)으로 여전히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