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팬들이 원하는 걸 생각하라, 나는 지금도 야단 맞는다" [한국야구, 길을 묻다]

김동영 기자 / 입력 : 2021.09.09 10:45 / 조회 : 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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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위원. /사진=뉴스1
출범 후 40번째 시즌을 맞은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놓여 있다. 리그의 질적 수준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지적 속에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는 노 메달 수모를 겪었다. 일부 선수들의 일탈도 끊이지 않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팬들의 관심마저 시들고 있다. 스타뉴스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KBO리그의 산증인들에게 한국 야구가 나아갈 길을 물었다. /스포츠부

[한국야구, 길을 묻다] ① 김성근 ② 김인식 ③ 허구연 ④ 이순철 ⑤ 이승엽

"선배로서 안타깝고 미안하다. '내 잘못'이라 해주고 싶다."

KBO 리그 '레전드'이자 '홈런왕'인 이승엽(45) SBS 해설위원(KBO 홍보대사·기술위원)이 후배들에게 따끔한 일침과 따뜻한 격려를 동시에 남겼다. 비판은 감수하되 더 좋은 플레이를 위해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야구 외적으로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위원은 방송 해설자로 이번 도쿄올림픽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중계하며 아쉬움을 함께 맛봤다. 2008 베이징 금메달 멤버이기에 안타까움은 더 컸다. 올림픽 이후 분위기도 잘 알고 있다.

이 위원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사실 (대표팀) 전력은 역대 최고라 말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금메달을 딸 것이라 이야기를 했다.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결과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일본전이나 도미니카공화국전 모두 박빙 승부를 하다 졌다는 점이다. 작은 미스가 있었고, 투수가 무리해서 2이닝씩 막기도 했다. 선수층이 얇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짚었다.

안 좋은 분위기에서 대회에 나간 데다 결과도 나빴다. 비판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승엽 위원은 "올림픽 이후 야구에 대한 말이 많다. 이름값에 비해 거품이 많다고 한다.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프로다. 프로이기에 야단을 맞을 것이 있으면 따끔하게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대신 다시 기회가 왔을 때에 대한 준비를 잘해야 한다. 다시 실패하지 않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무조건 비관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도쿄 참사를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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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위원.
이번 올림픽을 거치면서 더 자주 나온 이야기가 한국야구의 '수준 저하'다. 이승엽 위원도 조금은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선수층이 얇아졌다고 하면 얇아진 것 같기도 하다. 어이없는 실수들, 예전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미스들이 나온다. 프로는 그러면 절대 안 된다. 아마추어는 '과정'이지만, 프로는 '결과'다. 그 결과를 낼 수 있는 경기력을 갖춰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어 "예전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기도 싫다. 나도 프로 선수 출신이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밖에 안 되지 않나"면서 "다만, 예전과 비교해 아쉬움은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최고의 모습이 안 나온다면 어떻게 해서든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겠으나 더 노력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이승엽 위원을 대변한 문장이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정점이 섰던 선수다. 평범한 노력으로 가능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전설'이자 '대선배' 입장에서 비판만 한 것은 아니다.

이승엽 위원은 "나도 실수를 했다. 이승엽이라고 하면 아직도 '사인' 이야기를 하지 않나. 나는 프로였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도 실수를 했다. 나는 지금도 야단을 맞고 있다. 당연히 인정하고 있다. 후배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며 자신부터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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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오른쪽) 위원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결승 투런포를 터뜨린 후 베이스를 돌고 있는 모습. 쿠바와 결승에서도 선제 투런포를 쐈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AFPBBNews=뉴스1
이어 "결국 모든 판단은 대중들, 팬들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여주는 직업이다. 보여주지 못하면 언제든지 겸허하게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예전과 많이 다르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밖에 나가면 실시간으로 노출이 된다. 선수들이 이 부분을 생각하면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팬 서비스도 강조했다. 이승엽 위원은 "시대가 변했다. 예전에는 늘 '야구장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제는 옛말이 됐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야구만 잘하면 됐던 선배들과 다르다. 후배님들이 팬들에게 더 다가가 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내가 선수 출신이기에 선수 편을 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며 "선수도 힘들 때가 있다.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팬들께서, 그리고 미디어에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시면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를 생각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도 남겼다.

끝으로 이승엽 위원은 "최근 선수들이 많은 질타를 받았다. 나도 선수였고, 지금은 기술위원이다. 선배들의 잘못이 많다. 후배들에게 '내 잘못이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큰 짐을 지게 한 것 같아 안타깝고 미안하다. 야단 맞을 것은 맞으면 된다. 주눅들지 않고 좋은 플레이를 해줬으면 한다. 어차피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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