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100만·'싱크홀'200만·'모가디슈'300만이 남긴 숙제 [종합]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8.30 11:24 / 조회 : 3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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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극장가가 마무리 수순이다. 올여름 극장가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보다 한층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그럼에도 극장과 영화제작사, 투자사, 유료방송업계가 힘을 모으고, 관객들이 극장을 찾으면서 위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

30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월 28일 개봉한 '모가디슈'는 29일까지 305만 8619명이 찾았다. '모가디슈'는 마블영화 '블랙위도우'(295만명)를 제치고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8월11일 개봉한 '싱크홀'은 30일까지 198만 2361명이 찾아 200만명 돌파 초읽기에 돌입했다. 8월18일 개봉한 '인질'은 30일까지 113만 9692명이 찾았다. 비록 7월28일 개봉한 '방법: 재차의'가 17만 2170명으로 그쳐 투자배급 및 제작까지 참여한 CJ ENM에 충격을 안겼지만, 올여름 개봉한 한국영화 빅4 중 '모가디슈'와 '싱크홀', '인질'은 선전을 펼치고 있다.

올여름 극장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영화계의 살 길과 숙제를 동시에 안겼다. 좋은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극장을 찾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모가디슈' 등은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켰다. 한편으로는 민간의 힘 만으로는 한국영화계가 살 길을 도모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입증했다.

올여름을 앞두고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와 유료방송업계는 한국영화 텐트폴 개봉을 유도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한국영화가 개봉하면 제작비의 절반 가량을 돌려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오디션을 봐서 7월 '모가디슈', 8월 '싱크홀'을 개봉 지원작으로 선정했다. 이에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모가디슈'를, 쇼박스는 추석 개봉을 검토했던 '싱크홀'을 개봉시켰다. 올해 '서복'과 '미드나이트' 등 극장 개봉과 자사 OTT서비스 티빙 공개를 실험했던 CJ ENM은 '방법: 재차의'를, NEW는 '인질'을 개봉했다. 제작사 외유내강은 '모가디슈'와 '인질', 두 편의 영화를 올여름 개봉하는 데 합의했다.

사실 외유내강은 '모가디슈' 개봉을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거리두기 격상 등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모가디슈'가 7월22일 기자시사회를 직전까지 공식화하지 않은 까닭이다. 실제로 외유내강은 19일 '모가디슈' 올여름 개봉 연기를 결정하려 했다. 고민과 회의를 거듭한 외유내강 측은 19일 자정께 '모가디슈' 올여름 개봉을 최종 결정했다. 총제작비가 250억원 인데다 '군함도' 이후 류승완 감독의 복귀작이었던 만큼,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싱크홀' 측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 등이 발표되자 개봉 연기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싱크홀' 측은 '모가디슈'가 개봉을 고심 끝에 확정하자 역시 긴 논의 끝에 개봉을 최종 확정했다. 올여름 극장가에서 '모가디슈' 개봉이 가진 의미가 남다른 까닭이다.

어렵게 각 영화들이 개봉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찾는 수도권 극장들이 오후 10시 이후 상영을 할 수 없었다. 오후 10시 시간대 관객이 일일 총관객의 7~8%대를 차지하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관객 확장성이 제한됐다는 점이다. 오후6시 이후 2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면서 극장에서 오직 영화만 봐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에서 극장을 찾는 행위가 단지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기 전후의 여가 활동이 포함된 것이란 걸 고려하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 극장가가 마무리되면서 개봉한 각 영화들의 손익분기점 계산도 시작됐다. P&A를 포함한 총제작비가 250여억원이 넘는 '모가디슈'는 극장 지원 등으로 극장 관객 손익분기점은 대략 320만명 전후다. 해외 판매와 VOD 서비스 등 2차 판권 등으로 수익이 소폭 발생할 전망이다. 총제작비 145억원 가량인 '싱크홀'도 극장 지원 등으로 극장 관객 손익분기점은 대략 200만명 가량이다. 해외 판매와 VOD 서비스 등으로 수익이 발생한다. '모가디슈'와 '싱크홀' 모두 극장에서 제작비 절반을 보존해는 모델은 처음이라, 부율 조정 및 정산이 손익분기점 돌파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인질'은 순제작비 57억원에 P&A를 포함한 총제작비가 80억원 가량이라 극장 관객 손익분기점은 대략 200만명 내외다. 각 영화들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올여름 극장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여파와 올림픽 등으로 악재가 겹쳤지만 '블랙위도우'를 비롯해 '모가디슈' '싱크홀' '인질' 등의 선방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다만 오후10시 이후 상영 금지가 지금처럼 계속되고, 좌석 거리두기로 좌석 가동률이 60% 이하인 상황이 지속되면. '모가디슈'와 '싱크홀' 같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는 개봉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극장의 제작비 절반 지원책이 없었다면, '모가디슈'와 '싱크홀'은 손익분기점 돌파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한국영화들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당분간 개봉을 꺼릴 수 밖에 없게 됐다. 추석 개봉을 고려했던 '해적2'가 개봉을 보류한 까닭이다. 극장들로서도, 여름 성수기에 지원책을 써서 매출을 늘리려 했으나 오후10시 이후 상영 금지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원 대비 매출 상승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게 됐다. 때문에 하반기에도 비슷한 지원책을 더 쓸지는 미지수다. 한 극장 관계자는 "매출이 늘었다지만 막상 손에 쥐어지는 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토로했다.

각 한국영화 단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호소한 것도 이런 상황과 닿아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영화계 11단체들은 지난 20일 영화발전기금에 국고 출연을 요구하는 성명을 공동으로 냈다. 영화발전기금은 영화관으로부터 티켓값 3%를 걷는 부과금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매년 500억원대였던 규모가 100억대로 급감하며 고갈 위기에 처했다. 영화발전기금은 올해 효력이 만료돼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극장 관객에게서 돈을 걷어 주는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는 논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영화단체들은 영화발전기금이 코로나19 상황으로 고갈되고 있는 데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관객에게서 돈을 걷어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은 한계에 달한 만큼 정부의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영화계 지원이 소비 진작에 쏠려 있는 것도 문제다. 영화 관람 유도를 위해 할인 쿠폰 등을 배포하는 기존 방식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 바로 중단된다. 극장들이 한국영화 개봉 유도에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소비보다 공급과 유통에 지원을 해야 영화산업에 돈이 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영화 공급과 유통에 직접 지원을 하는 건 자칫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비출 수 있다는 이유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올여름 극장가 상황은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한, 한국영화산업 붕괴는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걸 의미한다. 가장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에서 제작비 250억원이 넘는 영화가 관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데도 500만명도 동원하지 못한다는 게 입증됐다. 민간이 아무리 힘을 합해도 정부 지원 없이 규제만 있는 상황에선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과연 올여름 드러난 한국영화산업의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마지노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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