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인·양지은 보며 희망 얻어" 김유라, 7년 무명 딛고 날갯짓 [★FULL인터뷰]

'트롯신이 떴다2' 출신 김유라, 신보 '꿀 떨어진다' 발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1.08.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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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구성지고 애절한 목소리가 일품인 트로트 가수 김유라(30)는 송가인, 양지은을 이을 '국악 트로트'의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SBS 경연 프로그램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에 도전한 그는 1라운드 전체 1위를 차지하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7년의 무명생활을 딛고 이뤄낸 성과였다.

'트롯신이 떴다2'에서 그가 부른 이태호의 '간대요 글쎄' 무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34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그는 '트롯신이 떴다2' 출연 이후 '여자 진성'이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장기화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 속에도 지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그를 스타뉴스가 인터뷰했다.


"예전엔 제가 방송을 하고 싶어서 막 찾아 다녔는데 '트롯신이 떴다' 출연 후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저에 대한 수식어도 없었는데, 요즘엔 '여자 진성 김유라입니다'라고 인사해요. 진성 선배님은 제가 '여자 진성'이라고 하고 다니는 줄 잘 모를 거예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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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유라의 활약을 가장 기뻐한 이는 다름 아닌 어머니다. 어머니는 김유라의 무명 시절 매니저 역할을 자처할 정도로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 그는 "'트롯신이 떴다2' 촬영이 자정 넘어서 끝나곤 했는데, 어머니가 SBS 지하주차장에서 계속 대기하고 계셨다"며 "어머니가 몸이 불편하신데도 하나도 안 힘들다면서 너무 기뻐하시더라"고 말했다.

김유라는 10명을 뽑는 4라운드에서 11위를 기록해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0등과 1점 차이 밖에 안 나서 굉장히 아쉬웠죠. 솔직히 3일 동안 거의 밥을 못 먹었고, 물 한모금 못 넘길 정도로 힘들었어요. 바로 4kg이 빠지더라고요. 탈락하고는 방송을 못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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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트롯신이 떴다2'를 마치고 그는 지난 6월 새 앨범 '꿀 떨어진다'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꿀 떨어지다'는 흥겨운 사운드와 꿀처럼 달달한 가사가 인상적인 트로트 곡으로, 현 소속사 스타뮤직컴퍼니 이승한 대표가 김유라를 위해 직접 만든 노래다. 이 대표는 박현빈의 대표곡 '곤드레 만드레'를 쓴 히트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님이 저와 계약하기 전 첫 미팅을 하고 집에 들어가시는 길에 15분 만에 만드신 곡이에요. 저에게 전화를 하셔서 직접 후렴구를 불러주셨는데 느낌이 좋더라고요. 대표님이 곡 제목처럼 제가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었다고 하셨어요. 남녀 사이에 또는 누구든 서로 함께 한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가사가 담겼어요. 굉장히 경쾌해요. 요즘 같은 시국에 다운될 수도 있는데, 덩실덩실 춤을 출 수 있는 노래예요."

앨범에는 지난해 1월 가수 겸 작곡가 정음이 김유라에게 선물한 '천년학'도 수록됐다. 심금을 울리는 서정적인 가사에 김유라의 가창력이 더해져 깊은 감성을 끌어내는 곡이다. 김유라는 "그냥 묻히기 아까운 곡이라 생각했다"며 "정음 작곡가님이 '힘들 때 이 곡 가지고 활동해 보라'며 공짜로 주신 노래다. 열심히 날갯짓을 해서 큰 꿈을 향해 날아가라는 가사가 너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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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유라는 2014년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기 전까지 국악을 배웠다. 어려서부터 기관지가 좋지 않아 몸이 약했다는 그는 "아기가 거품 물고 쓰러지니까 일주일에 3~4번씩 응급실에 뛰어갔다고 하더라"며 "한글도 못 떼고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때는 언니가 가방을 들어줘야 했다. 워낙 아프다 보니까 가족들도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다. 내가 기죽을까 봐 '예체능을 시키면서 기를 살려놔야겠다' 싶어서 가야금을 시작하게 했다"고 말했다.

용인대학교 국악학과를 졸업한 김유라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전수자다. 중, 고등학교 시절엔 청소년 종합예술제, 전국학생국악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국악 스승은 가야금 병창 인간문화재 강정숙이다. 김유라는 국악에서 트로트로 전향하면서 스승에게 꾸지람을 들을까 두려워 미처 말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선생님이 아껴주신 걸 너무 잘 알거든요. 혼날 것 같아 무서워서 레슨도 드문드문 다니다 결국 안 다니게 됐죠. 사실 트로트를 좀만 하면 금방 뜰 줄 알았어요.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성공하고 빨리 찾아뵈어야지 했는데 벌써 8년이 흘렀어요.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고 싶었는데…나중에 잘 되어서 선생님과 '아침마당'에 같이 나오는 걸 상상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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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우연한 기회에 접한 '이름 모를' 트로트 가수의 무대는 김유라를 트로트의 매력에 빠지게 했다. 대학생 시절 국악 공연을 많이 다녔다는 김유라는 "어느날 트로트 무대를 보게 됐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재밌더라. 내가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국악과 호응이 다른 무대를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그 뒤로는 국악 공연을 하는데 재미가 없더라. 무대가 끝나고도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트로트로 가요제에 나가서 경험도 쌓고, 작곡가 선생님도 알게 되어 앨범도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TV조선 인기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 시즌1, 2의 우승자인 송가인과 양지은도 국악을 전공한 트로트 가수다. 김유라는 '국악 출신'의 편견을 딛고 독보적인 트로트 스타로 거듭난 송가인과 양지은을 보며 희망을 얻는다고 고백했다.

"처음엔 국악을 하는 사람이 트로트를 하면 굉장히 안 좋게 봤어요. 발성이나 기교가 국악스러워서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많았죠. 요즘엔 국악 출신들이 실제 트로트 경연에서 좋은 결과가 있고, 열심히 활동하는 걸 보면 "나도 정말 송가인, 양지은 씨처럼 돼서, 그들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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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유라는 자신의 롤모델로 '트로트계의 디바' 김용임을 꼽기도 했다. 김유라는 "국악에서 트로트로 옮기면서 생각했던 분은 김용임 선배님"이라며 "정말 노래도 잘 하시고, 외모도 예쁘시고, 무대 매너도 좋다. 선배님의 풀 버전 영상도 많이 봤다"며 존경심을 표현했다.

긴 무명의 터널 끝에서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한 김유라. 트로트 가수로서 그의 마지막 바람은 훌륭한 선배들처럼 닮고 싶은, 배우고 싶은 가수가 되는 것이다. "나훈아, 주현미, 이미자 선배님처럼 제가 트로트를 공부하면서 교본처럼 봤던 선배들이 있어요. 저도 나중에 트로트를 배우는 친구들에게 교본처럼 공부하고 배울 게 많은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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