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첫 등판 9K' 이의리, 韓 대표 좌완들도 그렇게 시작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1.08.02 05:20 / 조회 : 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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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사진=뉴스1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인 이의리(19·KIA 타이거즈)가 한국 대표 좌완 에이스들의 어릴 적을 떠올리게 했다.


이의리는 지난 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 도미니카 공화국과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서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으로 3실점 했다.

프로 데뷔 후 이의리의 한 경기 9탈삼진 경기는 이번이 3번째로 관록투를 보여준 상대 선발 투수 라울 발데스(44)와는 대비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의리는 과감한 몸쪽 승부뿐 아니라 낮게 제구되는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과 땅볼 타구를 유도하는 등 자신의 장점을 100%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 인상적인 장면은 실점 이후에 나왔다. 이의리는 1회 초, 무사 1, 3루 위기에서 폭투로 첫 실점을 했다. 실점 직후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로 꼽히는 훌리오 로드리게스(21·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연속 메이저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바 있는 호세 바티스타(41)가 타석에 들어섰지만, 이의리는 이들을 상대로 삼진을 솎아냈다.

2, 3회에도 3개의 삼진을 잡아낸 이의리에게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후안 프란시스코에게 중월 투런포를 내줘 1-3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흔들린 기색이 없었다. 홈런 직후 타자는 바티스타였지만, 이의리는 주저 없이 몸쪽에 직구를 꽂아 넣었고 바티스타는 선 채로 삼진을 받아들였다.


국제 대회 첫 등판임에도 자신의 강점을 그대로 살린 19세 좌완 신인의 배짱 있는 투구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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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사진=뉴스1


지난 15년간 한국 야구 대표팀은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 등 뛰어난 좌완 선발 투수를 보유해왔다. 덕분에 국제 대회에서 강팀을 상대할 선발 투수를 고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세 선수 모두 한국 대표 좌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국제무대에서의 활약 덕분이었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원투펀치를 이뤄 무패 우승의 전설을 만들었다. 이의리의 팀 선배기도 한 양현종은 뒤늦게 기량이 만개한 탓에 올림픽 무대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아시안게임 통산 성적 6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1.17로 한국의 아시안게임 3연패에 큰 공헌을 했다.

첫걸음을 잘 뗀 이의리의 다음 등판은 어떨까. 그 모습은 의외로 일찍 찾아올 수 있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제도를 도입한 대회 특성상 경기 수가 많아질 경우 지난 3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투수들은 필연적으로 한 번의 선발 등판을 더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의리가 이번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5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인 만큼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중요 길목에서 한 번 더 이의리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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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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