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X이 세상을 망친다" 김기천의 질타에 부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7.30 11:28 / 조회 : 1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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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데 똑똑한 척 한다.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의 숏컷을 두고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벌인 멍청한 짓들이 연일 불쾌지수를 치솟게 하고 있다. 숏컷을 하면 페미니스트라든가, 페미니스트니 금메달을 취소해야 한다든가, 일련의 멍청한 행동들이 결국 BBC 등 외신에까지 소개되고 말았다. 올림픽을 맞아 국가대표 멍청이 선발대회라도 연 것인지, 멍청이 세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경합을 벌이는 것인지, 그야말로 가관이다.

이들의 행태를 젠더 갈등으로 분류해선 안될 일이다. 집단 성차별 괴롭힘일 뿐이다. 간혹 그런 멍청한 행동을 하는 배경을 짚어봐야 한다는 둥, 이런 행동이 어리석은 짓이란 걸 논리적으로 납득시켜야 한다는 둥의 주장들도 나온다. 여성의 머리가 짧다고 나쁜 게 아니라는 걸 납득시켜야 하는 건, 밥은 코로 먹는 게 아니라는 걸 납득시켜야 하는 것과 다름없다.

숏컷이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해 구혜선과 김경란, 황혜영 등 연예인들이 잇따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있다. 밥은 코로 먹는 게 아니라고 설득할 일이 아니다. 중견배우 김기천이 SNS에 올린 것처럼 "숏ㅈ이 세상을 망친다"고 질타할 일이다.

이런 멍청한 행태에 깔린 정서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MBC 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 벌어진 국가 소개와 다를 바 없다.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는데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붙이면서 재밌겠지라고 생각하는 정서와, 여성 숏컷이 나쁘다고 엉엉 우는 정서는, 혐오를 혐오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정서에서 비롯됐다. 혐오를 권리나 운동방식으로 아는 정서, 그걸 재미로 아는 정서, 자기들끼리 추켜세워주는 정서들.

이런 정서는 멍청이 연대가 승리의 서사를 몇차례 가지면서 더욱 활성화됐다. 멀쩡한 손가락 모양을 남혐의 상징인양 몰아세웠더니 GS를 비롯한 기업들이 바삐 사과하면서 승리의 서사를 공고히 해줬다. 그러면서 공식화되다시피 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창조하고, 좌표를 찍고, 우루루 몰려가 사이버블링을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귀찮아서 피하거나 비슷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 때문이거나, 결과적으로 멍청이들이 활개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올림픽이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면, 이런 멍청한 행동들을 스스로 부끄럽다고 되돌아보지 못했을 터다. 올해 내내 불거진 이런 사이버블링이 안산 선수 때처럼 대대적으로 공론화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나라 망신이라는 말은, 타자를 통해서야 비로소 내부의 문제를 인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멀쩡한 손가락 모양을 남혐이랍시고 문제를 삼았을 때부터 "숏ㅈ이 세상을 망친다"고 질타했어야 했다.

경제가 어려우면 청년들이 극우로 치닫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현상 중 특이한 건, 극우로 치닫는 청년들 중에서 페미니스트를 가상의 적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당연하게 누렸던 걸 경제 위기로 못 누리게 되니 손쉬운 약자 패기를 놀이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 놀이로 삼는 건, 그렇게 놀아도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멍청한 데 똑똑한 척하는 걸 막아야 한다. 멍청한 행동을 멍청하다고 질타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한다한들, 감히 입 밖으로, 손 끝으로 꺼내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미워하는 데 힘쓰고 사는 게 결코 유익하지 않다는 걸 체험하게 해야 한다.

다수의 횡포는 온 사회가 경계해야 할 큰 해악이다. 멍청한 행동들이 다수가 되지 않도록, 늦었지만 질타해야 한다. 나라 망신이 아니다. 그냥 망신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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