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된 구교환, 닮고 싶은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로 얻은 용기 [★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1.08.01 14:00 / 조회 : 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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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겸 영화감독 구교환(38)은 영화 '모가디슈'를 통해 류승완 감독의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그에게 있어 '모가디슈'는 또 보고 싶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관객들의 높아진 기대치에 구교환은 더욱 자극을 받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될 작품이라고 했다.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다.

구교환은 '메기', '꿈의 제인' 등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영화를 통해 연기를 인정 받았다. 다양한 단편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던 그가 '모가디슈'를 통해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극중 구교환은 태준기를 연기했다. 태준기는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관 참사관이다. 북한 대사관의 안전을 도모하는 충성심 강하고 충직한 인물이다.

-'모가디슈'가 개봉 첫날 2021년 개봉한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을 기록했는데. 또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반도'에 이어 또 여름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지게 된 소감은?

▶ 어려운 시기에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들이 반갑다. 저도 오랫동안 많이 기다렸던 영화다. 개봉날 극장에 가서 다시 한 번 '모가디슈'를 봤다. 시간이 지나도 또 보고 싶은 영화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실감을 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귀를 쫑긋하며 영화를 본 관객들의 리뷰를 들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속삭이시더라. 다들 즐겁게 보신 것 같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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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가 좋은 이유는 한 곳에 모여서 한 곳을 응시한다는 것이다. 오랜만은 아니지만, 그 감정을 제 영화로 나누고 있으니 반가운 마음도 든다. 어려운 시기에 관객분들이 극장에 와서 제가 웃었던 부분에 웃고, 제가 긴박하게 느끼고 긴장하던 부분에 긴장감을 느끼시더라. 서로 같이 스크린을 보면서 이러한 감정을 나눈다는 게 감사하다.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다.

-극중 연기한 태준기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또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 영화에도 드러났듯이 타협하지 않고 북한 대사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근성을 표현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을 했다. 대사도 중요했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부분들이 중요했다. 저한테는 단단해 보이는 액션들이 중요했다. 예를 들면 강대진(극중 조인성 역) 대사관과 체급 차이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물건들을 던졌다. 컷이 돌아와도 제가 물건을 던지고 있더라. 그러한 부분들이 북한 대사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도 불사하지 않는 모습을 트레이닝 했다. 실제로도 액션 스쿨에 오랜 시간 나갔다. 프로덕션 기간이 짧았던 영화지만, 제가 제일 건강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사실 설렘이 더 많았다. 어떻게 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에 다른 작품에서 보여줬던 제 목소리와는 다른 발성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 열심히 준비했고, 즐겼던 것 같다. 낯선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프로덕션 과정에서 미술, 의상, 촬영의 전반적인 모습 등 모든 상황들이 태준기를 감싼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 안에 쏙 투입이 된 것이다. 태준기의 옷을 입으면 그렇게 목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 많은 힌트를 통해 도움을 얻었다. 고충보다는 낯선 인물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설렘이 컸다. 시나리오에 모든 힌트가 다 있었다. 저는 시나리오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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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한 소감은?

▶ '모가디슈' 출연에 대해 고민은 1도 하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다. 평소 좋아했던 감독님의 영화에 캐스팅 되는 확률은 많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성덕'이 된 기분이다. 얼마 전까지 관객으로 있었는데 그 안(작품)으로 들어갔다는 게 신기하다.

일전에 제가 단편 영화를 만들 때 류승완 감독님을 연출자로 처음 뵀다. 감독님께서 제가 연출한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인 '오늘영화'를 보시고 코멘트를 해주셨다. 저한테 류승완 감독님은 닮고 싶은 분이다.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는 '모가디슈'까지 배우로서의 행보도 있다. 저도 그러고 싶어하는 것 같다.

저는 류승완 감독님을 닮아가고 싶다. 류승완 감독님은 제게 선배님이시자 감독님이시다. 저의 단편 영화 중에 류승완 감독님의 영화 '베를린' 스태프로 가는 게 있다. 이미 제가 감독님에게 러브레터를 보낸 것 같다. '모가디슈'에 참여하게 됐을 때 '류승완 감독님의 영화에 내가 나오네'라며 신기했다. 얼마 전까지 관객으로 있었는데 (영화) 안으로 들어갔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류승완 감독님께서 제게 응원의 제스처를 해주셨다. 태준기 참사관에 대한 디렉션 자체가 응원과 힘이었다. 제게 많은 힌트를 주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태도와 마음을 가져야 되는지도 이야기를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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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와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 (세 분의) 대단한 팬이었다. 극중 초반에 네 명이 마주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가슴이 많이 뜨거워졌다. 연기를 공부하고,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저한테는 아이콘이었다. 세 분의 선배님들의 각자의 모습들이 실제로나 극중에 태준기 참사관을 바라보는 리액션이 달랐다. 김윤석 선배님과 극중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눈빛이 표했고 청년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허준호 선배님은 내가 지켜야할 존재이기도 했지만 카메라 너머에서는 나를 지켜주는 존재였다.

조인성 선배님은 저에게 연기 자극을 주셨다. 카메라 밖에서도 실제로 농담도 많이 건네주셨다. 태준기 참사관을 연기하는 데 있어 세 분 다 영감을 주셨다. 카메라 밖에서는 당연히 저를 응원해주셨지만, 카메라 안에서도 각 캐릭터대로 저에게 주셨던 액션들이 태준기 참사관을 만드는 데 영감을 줬다.

-조인성과의 액션신에 대해 순두부 터치라고 했는데.

▶ 극 안에서 거칠고 위험해 보이겠지만 모두 사전에 합의가 된 액션신이었다. 또 그렇게 연습을 했다. 그래서 춤 같았다고 표현을 했던 것 같다. 프레임 안에서 당장 라이트, 레프트를 한 게 아니었다. 휴차 때나 촬영을 준비하면서도 조인성 선배님과 맞췄다. 류승완 감독님께서 저에게 주셨던 힌트는 '액션은 춤과 같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 계속 춤처럼 다가갔다. 실제로는 탱고로 수정해야할 것 같다.

-모로코에서 100%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소감은 어땠나. 특히 모로코에 대한 인상은?

▶ 매 끼니마다 김치를 먹었다.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 재미가 있었다. 한식과 현지 음식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촬영 현장으로서는 저한테 매 촬영장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번 촬영장은 배우로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환경들의 집대성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숙소와 가까운 로케이션, 서랍을 열어보면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미술들 등 때문이다. 배우로서 그 인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현장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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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처음 모로코를 마주했을 때는 바다가 보이는 숙소였다. 처음 현장에 갔을 때는 아무래도 현지보다는 첫 촬영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여기가 모로코인지 대한민국인지 모르고 있었다. 점점 프로덕션이 진행되면서 모로코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주변 골목 사이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와 휴차 때는 동료 배우들과 장을 보러 갔다. 마트도 같이 다녔다. 맛집이 있다고 하면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의 리뷰를 듣고 먹어봤다. 모로코는 저한테 제가 알고 있는 가까운 도시가 된 것 같다. 모로코가 저한테는 의정부가 되는 것 같다.

-자신에게 '모가디슈'는 어떤 의미인가. '반도'에 이어 '모가디슈'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 주는 의미가 많은 영화가 될 것 같다. 매회 꺼내보고 싶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보게 되고, 추억하고 다시 봐도 처음 보는 영화처럼 볼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시간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대중의 기대치를 접해보지 못했다.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부담이 생겼다. 높아진 기대치라고 생각한다면, 저를 자극한다. 자극은 건강한 마음을 들게 한다. 누군가 저에게 사적으로 응원을 해줬을 때 더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모가디슈'도 저에게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연출자로서도 만나볼 수 있나.

▶ 지금도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곧 연출자로서도 만났으면 한다. 물론 좋은 연기도 하고 싶어한다. 최근에 광고회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봤다. 오피스물인데 오피스물이 아닌 것 같은 장르다.

강민경 기자 light3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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