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신' 제대로 MBC..일벌백계하지 않으면 [윤성열의 참각막]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1.07.27 13:57 / 조회 :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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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는 MBC 박성제 사장 /사진제공=MBC
"MBC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MBC 박성제 사장)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대형 참사를 빚은 MBC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MBC 박성제 사장이 뒤늦게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MBC 시청자 소통센터 홈페이지에는 "국제적 망신", "중계권 박탈하라"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부적절한 이미지와 자막을 삽입해 물의를 빚었다.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아이티를 소개할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과 현지 폭동 사진을 쓰는 등 상대국에게 모욕감을 주는 소개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마셜 제도에 대해선 "한때 미국 핵실험장"이라고 소개했다. 세계의 평화의 화합을 도모하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MBC의 행태에 비난이 쏟아졌다.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는 트위터에 "이 자막 만들면서 '오?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담당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 미국은 911 테러 사진도 넣고?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어"라고 분노했다. 가수 JK김동욱은 인스타그램에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방송국의 수준이 이 정도였다는 게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외신도 MBC 중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국 CNN은 인터넷판을 통해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며 "MBC가 불쾌한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를 묘사하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은 "MBC가 기본적인 고정 관념을 제공했다"며 루마니아에 드라큘라, 이탈리아에 피자, 노르웨이에 연어 사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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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MBC는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 중계 도중 상태팀을 조롱하는 듯한 자막으로 또 한 번 비난을 자초했다. 박 사장은 주한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전달했으며, 외신 기자들에게 사과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 사장은 대대적인 쇄신 작업과 내부 심의규정 강화,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 등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으나 얼마나 효과적인 개신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MBC가 국제적 무례를 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도 케이멘 제도에 대해 "역외 펀드를 설립하는 조세회피지로 유명", 키리바시에 "지구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짐바브웨에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차드에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고 소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주의'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MBC는 안일한 태도로 심각한 방송 사고를 되풀이했다. 자칫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는 국제적 망신 수준의 방송 참사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MBC가 올해 초 스포츠국을 조직개편하면서 상당수 인력과 제작 및 중계 기능을 자회사 MBC플러스로 이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러한 국제적 이미지를 실추시킨 MBC의 행태는 이미 13년 전에도 벌어졌다. 세월이 흘렀지만 딱히 나아진 게 없다.

2018년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희화화 논란도 MBC 제작진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최근엔 MBC 기자가 경찰을 사칭해 취재 윤리 위반으로 물의를 빚는 사건도 있었다. 과연 MBC 내부에 어떤 사고와 인식이 팽배해 있는지 의문스럽다.

무엇보다 MBC는 가장 중요한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시청률이 바닥을 찍고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지만 아직도 안일하고 방만한 태도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박 사장은 올림픽이 끝난 후 철저하고 강도 높은 조사를 약속했다. MBC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을까.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돌파구는 없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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