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어떤 승부가 이 두 사람의 희로애락을 갈랐을까요. 시계 바늘을 돌려 최종 라운드 직전 상황으로 가볼까요.
이정은은 단독 2위인 재미교포 노예림(20)에게 5타나 앞선 18언더파의 기록으로 1번홀을 출발했습니다만 후발 주자들의 거센 추격을 어떻게 따돌릴 것인가가 관전의 포인트였습니다.
이정은6이 25일(현지시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샷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연장 첫홀인 18번홀(파5·455야드)에서 이민지가 2온에 성공하자 이정은 역시 2온을 노렸습니다. 하지만 회심의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물에 빠뜨려 우승 기회를 날려 버렸습니다. 5타 차의 리드로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지나친 걱정과 긴장의 연속으로 일을 그르친 거죠.
이번엔 이민지의 라운드를 살펴보죠. 이민지는 이정은에게 7타 뒤진 11언더파로 출발했습니다. 빅 매치인 메이저대회에서 7타 이상을 만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그래서 이민지는 우승 욕심 없이 샷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으며 플레이를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초반부터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캐디와도 가벼운 농담을 하는 등 여유가 넘쳤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정은은 대역전패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휩싸여 샷을 망쳤고, 이에 반해 이민지는 자신의 플레이를 즐기는 여유로움으로 뜻밖의 '대어'를 낚았습니다.
이민지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이정은이 연장 첫홀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물에 빠뜨린 게 바로 이런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민지가 핀 3m 가까이 붙였는데, 나는 못 붙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빠져 어이없는 미스샷이 생긴 거죠.
아마추어들도 흔히 걱정하는 대로 공이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티잉 그라운드 앞에 연못이 있을 때 혹은 그린 앞 벙커가 도사리고 있을 때 "연못이나 벙커에 공을 빠뜨리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는 순간 공은 연못이나 벙커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래서 레슨 프로들이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라운드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 뇌는 생각대로 움직입니다. 이제부터는 "이 정도 연못은 충분히 건널 수 있어!" 혹은 "벙커엔 절대 안빠져!"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