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용품에 돈까지 받는' ML 선수들, 유독 배트 계약은 꺼리는 이유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1.08.03 14:02 / 조회 : 6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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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 최지만. /사진=탬파베이 홍보팀 제공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메이저리그는 일명 '꿈의 무대'로 불린다. 뛰고 싶다고 아무나 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정글 같은 경쟁을 뚫어야 올라설 수 있다. 그게 끝이 아니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다시 매 경기 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면 높은 연봉과 명예, 그리고 연금 등 다양한 혜택이 기다린다. 달콤하다. 마이너리그 때까지 일부 사서 쓰던 야구용품도 서로 써 달라고 이 회사 저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격세지감이다. 용품을 써준다고 돈까지 주니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모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공짜로 야구용품을 지원 받고, 사용해 주는 대가로 돈까지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에이전트의 능력과 선수의 인지도 및 실력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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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류현진. /AFPBBNews=뉴스1
글러브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글러브가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에는 다양한 글러브 회사가 진출해 있다. 공인구를 만드는 R사부터 류현진(34·토론토)이 사용하는 W사. 최지만(30·탬파베이)이 쓰는 국내 N사,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이 이용하는 E사, 그리고 양현종(33·텍사스)이 쓰는 A사 등이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 중 트리플 A와 빅리그를 자주 왔다갔다 하는 선수들 중에는 에이전트가 없는 이도 있다. 때문에 야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장비인 글러브도 협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최지만은 이런 팀 동료를 위해 자신이 마이너리그 때부터 사용하고 있는 N사로부터 글러브를 지원 받아 제공해 주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루키들은 대략 글러브를 연간 2~3개 정도 협찬 받는다. 루키의 경우 1라운드 지명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돈은 받지 못한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 적게는 연간 500만 원부터 많게는 수천 만원까지 글러브 사용 계약을 통해 현금도 받는다. 리그 슈퍼스타인 마이크 트라웃(30·LA 에인절스)의 경우 억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러브 용품 계약에 해당 선수가 올스타, 수위타자, 리그 MVP 등 개인적으로 수상을 하게 되면 추가로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액수는 선수의 경력 및 인지도에 따라 다르며 계약할 때 미리 정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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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양현종. /사진=이상희 통신원
야구화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야구화는 대략 4가지 회사 제품이 주를 이룬다. 류현진, 최지만, 김광현이 이용하는 미국 N사, 양현종이 신는 독일 A사, 김하성(26·샌디에이고)이 쓰는 미국 NB사. 그리고 또다른 미국 회사인 U사가 주를 이룬다.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은 대부분 자국 브랜드인 A사 제품을 사용한다.

야구화도 글러브처럼 용품 계약을 통해 지원 받는 선수가 있고, 구단에서 제공하는 물품을 사용하는 선수도 있다. 이 역시 메이저리그 경력과 실력, 그리고 인지도로 구분된다.

계약을 통해 야구화를 지원 받는지, 아니면 구단에서 나눠주는 제품을 사용하는지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타자의 경우 그 선수의 배팅 장갑을 보면 된다. 최지만의 경우처럼 N사 제품 야구화를 신고 N사 제품 배팅 장갑을 꼈다면 이는 정식계약을 통해 용품을 후원 받고, 그에 상응하는 현금 및 현물도 추가로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U사 야구화를 신고, N사의 배팅장갑을 끼었다면 이는 정식계약이 아닌 주위에서 얻은 용품을 사용한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다만 휴스턴의 2루수 호세 알투베(31)처럼 야구화는 NB사, 배팅 장갑은 F사 제품을 이용하는 선수도 종종 있다. 물론, 정식계약을 통해서다.

글로벌 기업인 미국 N사는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엄청난 영업손실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이 회사는 지난 겨울부터 재계약을 앞둔 선수들 일부와 계약을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전략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과는 모두 재계약을 했다. 그 만큼 한국 선수들의 실력과 인지도가 미국 현지에서 높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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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김하성. /사진=이상희 통신원
배팅장갑

메이저리그의 배팅 장갑 회사도 야구화를 제작하는 회사 수와 비슷하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배팅장갑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있는 F사가 있다는 점이다.

F사 또한 미국에서 다양한 야구용품을 만드는 중견기업이지만 메이저리그에는 오롯이 배팅장갑으로만 승부를 걸고 있다. 때문에 F사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도 무상으로 배팅장갑을 지원해준다. 물론 선수의 실력 및 리그 레벨에 따른 지급 수량의 차이는 있다.

최지만처럼 N사 야구화를 사용하는 선수들은 계약 조건 때문에 무조건 N사 배팅장갑을 끼어야 한다. 하지만 알투베처럼 NB사 야구화를 사용하는 경우는 선수 입맛에 따라 배팅장갑을 사용할 수 있다. NB사는 초창기에 배팅장갑을 생산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투베처럼 NB사와 용품 계약을 한 김하성은 미국 본사가 아닌 한국지사에서 배팅장갑을 따로 제작해 지원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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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포수 버스터 포지. /사진=이상희 통신원
배트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면 배트를 사용하는 야수의 경우 구단에서 무료로 주문 배트를 지원해 준다. 때문에 배트 회사와 따로 용품계약을 하는 선수는 없다.

과거 메이저리그에 처음 진출한 M사가 자신들의 배트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알버트 푸홀스(41·LA 다저스)와 계약한 경우가 있다. 또 다른 회사인 L사의 경우는 샌프란시스코 포수 버스터 포지(34)와 다년간 배트 계약을 맺으며 수억 원에 달하는 용품 계약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자들이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따금 슬럼프도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 다른 제조사의 배트를 사용하는 등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곤 한다. 하지만 배트 회사와 용품 계약을 맺은 선수는 그 회사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부각되면서 선수들이 배트 회사와는 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은 배트 회사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용품 계약을 맺은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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