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가디슈' 탈출의 공감각적 쾌감과 깊은 울림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7.23 11:45 / 조회 :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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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 '모가디슈'다.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남과 북의 대사관들은 신경전이 치열하다. 서로보다 먼저 UN에 가입하려 냉전의 제 3지대에 있었던 아프리카 로비전이 치열했다. 당시 남북 관계는 최악이었다. 말이라도 잘못 섞으면 큰 일 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하던 날들이 지나가다가 그만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터졌다. 곪고 곪은 모순이 터져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한층 격화됐다. 정부군과 경찰은 길거리에서 반군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을 마구 때리고 짓밟고 죽인다. 반군은 어린 아이마저 총을 들고 정부군을 죽이고 거리를 약탈한다. 거리에는 시체가 널부러져 개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

한국대사 한신성과 안기부에서 파견 온 강대진 참사관 등은 어떻게든 모가디슈에서 탈출하려 하지만 통신마저 끊겼다. 다른 나라들은 자국 국민들을 구조기로 속속 탈출시키고 있지만, 한국대사관은 그야말로 고립무원 상태. 그런 가운데 한 밤 중 한국대사관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림용수 북한대사가, 태준기 참사관 등을 비롯해 여자와 아이들을 포함한 북한 대사관 식구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이미 북한 대사관은 폭도들에게 털린 뒤였다.

고민 끝에 그들을 받아들인 한신성과 강대진. 양쪽은 모가디슈를 탈출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친다. 과연 그들은 살아서 모가디슈를 탈출할 수 있을까.

'모가디슈'는 실화다. 냉전이 끝으로 다가가기에 더욱 어두웠던 시절, 1989년 임수경 등의 방북 이후 계속된 공안 정국 막바지, 노태우 정권의 끝무렵, 바로 그 시기에 벌어졌던 실제 이야기다. 북쪽 사람에게 말 한마디 잘못 건네도 빨갱이로 몰릴 수 있던 시절, 대한민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내전의 한복판에서 탈출했던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류승완 감독은 이 실화를, 영화화했다. 재연이 아니라 상상력을 더해, 감독의 생각을 더해, 의도를 더해 영화화했다. 이 방식은 매우 좋다. 이야기의 전개, 캐릭터 구축, 탈출의 속도감, 그리고 먹먹한 감정 등이 한축이라면 아나모픽 렌즈로 구현해낸 필름룩과 애트모스로 입힌 소리들의 입체감, 그리고 올로케이션이 주는 현장감이 또 다른 축이다. 이 두 가지 축은 '모가디슈'를 꼭 극장에서 봐야, 커다란 스크린과 좋은 스피커 시스템으로 들어야,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시네마로 완성했다. OTT시대에 매우 반가운 시네마다.

'모가디슈'는 류승완 감독의 전작 '군함도'의 철저한 반성이 기본값이었던 듯 하다. 서사를 말로 설명하지 않고, 수많은 인물들에 나누지 않고, 영화적으로 집중한다. 그러면서도 하고픈 뜻을 잊지 않는다. 이 전개가 아주 영화적이다. 남북 갈등을 적절한 유머와 캐릭터들의 갈등으로 드러내되 목표를 잃지 않는다. 목표는 탈출이다. '군함도'가 탈출영화였는데도 탈출의 영화적 쾌감이 아쉬웠던 반면 '모가디슈'는 탈출의 영화적 쾌감이 상당하다. 하이라이트 20여분은 잠시도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카체이싱의 쾌감이 있는 동시에 아이러니와 긴장과 먹먹한 감정이 교차한다. 이 탈출 장면만으로도 '모가디슈'는 극장에서 볼 제 값을 다했다.

'모가디슈'는 아나모픽 렌즈로 필름룩을 구현했다. 30년 전이 배경인 만큼, 이 필름룩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밤 장면의 아날로그 분위기가 근사하다. 촛불과 렌턴 등의 광원으로 구현해낸 밤 촬영 장면은, 관객을 그 공간으로 이동시킨다. 공포와 두려움, 낯섬, 무더위, 긴장, 온갖 감정들이 영화적으로 구현된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등 전작들을 최영환 촬영감독과 호흡을 맞췄다가 '군함도'에서 이모개 촬영감독과 작업한 뒤 다시 '모가디슈'로 재회했다. 손발이 맞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가디슈'로 확인할 수 있다.

애트모스로 구현된 음향 시스템도 매우 좋다. 총알이 날아드는 소리가 좌우앞뒤에서 들리는 데 의식조차 할 수 없이 몰입된다. 모기 날아다니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리면 비로서 깨닫게 된다. 음향도 적절하다. 탈출하는 자동차들의 속도감을 몇 배로 체감시킨다. 자동차 엔진 소리와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가 총 소리와 화염병 터지는 소리 등과 뒤섞여 귀로 듣되 심장을 강타한다.

'모가디슈'의 서사와 시각적 구현, 이 두가지 축은 관객들에 따라 우선 순위가 갈릴 것 같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눈을 두 번 가리지만 아이들이 목격하고 마는 내전의 참상. 웃으며 총을 쏘는 소년병들의 모습과 교차되며 주는 만감과 마지막 이별의 순간이 주는 먹먹함. 구태여 울리지 않지만 관객이 동화되는 감정들. 이 영화의 이념이 아닌 휴머니즘을 선호하는 관객이 있을 법하다. 한편으로는 탈출 장면까지 쌓아가는 유머와 긴장감, 그리고 마침내 폭발하는 탈출의 영화적 쾌감과 감정. 후자를 우선하는 관객도 많을 법하다. 두 축을 만끽하는 관객은 영화적 포만감을 가질 것 같다.

한국대사 한신성 역을 맡은 김윤석은 역시 김윤석이다. 평범한, 사람은 좋지만 능구렁이인, 그런 사람이 할 법한 평범한 대사를 어느 순간 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가 북한대사 림용수 역의 허준호에게 "살 사람은 살아야지요"라고 할 때의 눈빛은, 영화배우를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쾌감을 준다. 허준호는 그의 조각 같은 얼굴이 매우 좋다. 얼굴로 모든 게 설명된다. 깊고 그윽하고 자존심이 단단한.

강대진 참사관 역의 조인성은 진작 류승완 감독과 작업을 했으면 좋았을 법했다. 껄렁하고 소심한 마초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남자. 류승완 영화에 등장하곤 하는 류승완의 또 다른 모습 같다. 조인성의 긴 팔다리로 구현되는 액션도 좋다. 태준기 참사관 역의 구교환은 선입견으로 갖고 있는 북한 사람 이미지와 가장 닮았다. 그 역할을 잘 녹여냈다.

'모가디슈'에서 한국대사 한신성 사무실 벽에는 포커스 아웃됐지만 노태우 대통령 사진이 걸려있다. 그 사진을 바로 알아채는 연령대의 관객과 그 사진이 내포하는 폭압적인 시대를 모르는 연령대의 관객은, '모가디슈'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를 듯 하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나고 과연 그 뒤에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한 먹먹한 감정은 공통될 듯 하다. 탈출 시퀀스가 주는 쾌감은 어느 연령대라도 다 같이 느낄 것 같다.

'모가디슈'는 1991년의 소말리아로 2021년의 한반도를 말한다. 극장 문을 나설 때, 왜 지금 '모가디슈'인지, 의미와 재미를 안고 갈 것 같다.

7월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추신. 엔딩 크레딧이 중반 정도 올라갈 때 등장하는 OST를 놓치면 아쉬울 듯 하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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