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워너비'·'슬의생2', 약발 다 된 '탑골 감성'[한해선의 까방권]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07.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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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tvN


'찌잉~' 하고 밀려오는 감동이 없다. 방송에서 야심차게 내민 '탑골 감성'의 약발이 이제는 다 된 듯하다.

출연진은 정말 애쓰는데, 잘 하기도 하는데 정작 시청자들은 하품이 난다. 최근 방영 중인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프로젝트,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이하 '슬의생2')가 기대에 못 미치는 고루한 감성에 머물러 아쉽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시즌제'의 숙제는 새롭고 풍성한 그림으로 시즌1 이상의 재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는 싹쓰리, 환불원정대에 이은 시즌3 격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그런데 MSG워너비에선 의문의 가수들이 가면을 벗고 결승 진출 8명이 전원 합격자가 된 순간부터 재미가 반감됐다. 가면을 벗은 이들의 정체가 이효리, 비, 엄정화만큼 모이기 힘든 예상밖의 스타가 아니었으며, 웃음을 주는 케미가 나오는 조합도 아니었다.

MSG워너비처럼 '레트로'에 호소한 싹쓰리가 신선한 느낌을 준 건 '뉴트로'였기 때문이다.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리메이크 하면서도 2020년 Ver.의 세련된 스타일을 첨가했기 때문에 오히려 힙했고, 결과가 '궁금해지는' 콘텐츠였다. 이효리의 트렌디한 감각이 음악과 패션, 토크 방식에 반영된 덕도 컸다. 그런데 MSG워너비는 2000년대 초를 쫓아가기에 급급했다. 뉴트로로 발전하지 못하고 레트로를 반복 재현할 뿐이었다. 안그래도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수요일은 음악프로', '슈가맨' 등에서 벅차오르는 탑골 감성을 느꼈던 시청자들에겐 기시감이 중첩돼 있던 터. MSG워너비가 어지간한 스타성이나 믹스 매치가 아니고선 감동을 주기 힘든 프로젝트였던 거다. MSG워너비 멤버들보다, 나얼의 20년 만의 방송 출연이 오히려 돋보였다.

MSG워너비는 음원 제작, 녹음, 음악방송, 콘서트 순의 싹쓰리의 활동 루트를 그대로 따라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기시감만 커졌다. 그 안에서 유재석과 지석진의 물어 뜯는 웃음 정도만 있었을 뿐, 멤버들끼리만 재미있는 '자화자찬 파티'가 반복돼 보는 사람이 낯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러니 결국 절정에 다다라야 할 마지막 콘서트에서 감동의 눈물이 아닌 하품이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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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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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MSG워너비가 빅마마의 '체념'을 귓가에 반복적으로 메아리치게 한 것만큼, '슬의생2'의 엔딩 장면들도 상투적인 패턴으로 시청자를 지루하게 만든다. 조정석의 재간, 배우들의 연주 연습이 무색하게 '슬의생2'의 밴드 장면, 노래방 장면은 그저 그런 한국 영화의 클리셰 같이 보인다. 시즌1에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등 OST가 이제 막 썸타는 설렘의 감정을 잘 전달했지만, 시즌2에선 썸의 유효기간이 지나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이는 가운데 OST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감동을 강요하는 역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슬의생2' 현 시점에선 대부분의 커플이 시즌1에서 진척 없는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개중 익준(조정석 분) 동생 익순(곽선영 분)이 건강 문제로 준완(정경호 분)에게 이별을 선언한 후, 준완을 발견하고 차 안에서 몰래 오열하는 모습이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때 흘러나온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이 장면을 희화화시키고 말았다. 감정 과잉이 일어난 거다. 시청자들이 "아..! 안돼!"라고 안타까워하는 이병헌 짤방 모드가 돼버렸다.

레트로, 탑골 감성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할 게 '꼰대 감성'으로의 전락이다. 나만 공감할지도 모르는 그 시절 추억에 취한 나머지 같은 패턴을 반복하면 주입식 감성이 돼 진절머리가 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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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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