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여름 빅4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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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혜정 대표 "'모가디슈' 액션+류승완식 휴머니즘" [★FULL인터뷰] ②

[빅4특집] 모가디슈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7.19 14:00 / 조회 : 1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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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제작자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올여름 극장가 구원투수가 됐다. 7월 28일 '모가디슈'를, 8월 18일 '인질'을 각각 개봉시킨다. 여름 성수기에 두 편의 영화를 개봉시키는 것도 전례가 없을 뿐더러, 코로나19 시국에는 더욱 힘들고 용감한 결정이다. 강혜정 대표는 "용기인 것인지, 객기인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개봉 결정 이후 몇주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강혜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올여름 빅4 특집 첫 번째 주자 '모가디슈'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가디슈'는 원래 '탈출'이란 제목으로 김용화 감독이 준비했던 작품이었다.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를 제외하고는 전부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연출했는데, 어떤 점에서 '모가디슈'에 끌려서 연출을 하게 됐나.

▶알려졌다시피 '모가디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힘을 합쳐 탈출했다는 이 사건은 한국 외교사에 정말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 당시는 남북 관계가 긴장감이 최고조였던 공안 정국이었다.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서로 힘을 합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시건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미 덱스터스튜디오에서 김용화 감독이 이 이야기를 준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덱스터에서 시나리오 제안이 왔다. 사건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했고, 원안에 대한 존중이 있었기에 같이 작업하기로 했다. 다큐멘터리처럼 사건과 동선을 구현할 수는 없기에 각색을 했다. '모가디슈'는 이념이 아닌 휴머니즘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

-휴머니즘이라면.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힘을 합치지 않으면 다 죽는 이야기인데,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궁금했다. 한국 외교사 중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인데 너무 묻혀져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결말에서 류승완식 휴머니즘을 구현했다고 자부한다. 신파가 아닌 어떤 먹먹한 감정, 그 뒤로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모로코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찍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 영화 촬영을 마쳤는데.

▶우리는 코로나가 올 줄 모르고 찍었다. 촬영 5회차를 남기고 코로나19가 터졌다. 모로코에서 촬영하는 데 지나가던 사람이 "차이나 아웃"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더라. 마지막까지 안전히 겸손히 찍는 게 최고 목표였고, 다행히 잘 마치고 귀국할 수 있었다.

-불분명한 게 많은 해외 촬영에 제작비까지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였을텐데. '모가디슈'는 총제작비가 255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인데.

▶아무래도 제작비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캐스팅이 돼 버리면서 가야 하는 방향이 되더라.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모로코 촬영은 현지 프로덕션의 도움이 컸다. 워낙 모로코에서 할리우드 영화 촬영을 많이 하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모가디슈'는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한 마을에서 화염병을 던지면서 총격전 장면과 카체이싱을 찍었다. 그걸 가능하게 한 건 현지 프로듀서들의 공이다. 이런이런 장면을 여기여기서 찍는 게 가능하냐고 하면, 60살이 넘는 현지 프로듀서가 직접 가서 일일이 확인하고 오케이를 한다. 류승완 감독이 그 모습을 보고 할 수 있겠다면서 신뢰를 갖게 됐다.

-모로코는 소말리아가 아니다. 제작진도, 관객도, 가보지 못한 소말리아를 재현하기 위해서 모로코 로케이션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무엇이었나.

▶우선 소말리아를 재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느냐였다. 그것도 30년 전 소말리아 모가디슈를. 자료 등을 놓고 가장 흡사한 공간을 부탁했고 현지 프로듀서들이 그런 공간들을 찾아냈다. 무엇보다 다른 팀들도 다 수고했지만 미술팀이 정말 대단하고 고생을 많이 했다. 30년 전 소말리아를 구현하기 위해서 많은 소품들을 모로코로 공수해갔고, 현지에서도 계속 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대작인 만큼 로케이션으로 인한 사실적 재현과 탈출이라는 액션이 잘 결합하는 게 중요했을텐데.

▶그걸 위해서 현지에서 가서 동선에 맞춰서 시나리오를 몇 가지 수정했다. 내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당부했던 건, 탈출 시퀀스 두 번의 동선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었다. 관객이 두 번의 결말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에필로그를 어떻게 가야 할까를 굉장히 고민했다. 그 감정이 그간 류승완 감독의 영화들과 제일 다를 것 같다. 그들이 그 뒤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감정. 류승완식 휴머니즘이라고 자부하는 결말이다.

-'모가디슈' 액션은 류승완 특유의 몸액션과 시가전, 그리고 카체이싱으로 구현됐을텐데.

▶조인성이 국정원 파견 군무관 역할이고, 구교환이 북한 참사관 역할인 만큼 각자가 표현하는 액션이 있다. 기대해도 좋을 만하다. 시가전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머물던 숙소 앞에 보이는 마을 전체에서 시가전을 찍었다. 마을 주민들도 참여했다. 실제 사는 공간인데 화염병을 던지고 총격을 하는 장면을 찍었다. 섭외해준 현지 스태프가 정말 대단하다.

카체이싱은 차 4대가 출발하는데 드라마와 차케이싱이 결합됐다.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모든 인적자원과 아이디어를 전부 동원해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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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과 조인성, 허준호와 구교환 등 '모가디슈' 스틸
-한국 대사 역의 김윤석, 한국 군무관 역의 조인성, 북한 대사 역의 허준호, 북한 참사관 역의 구교환 등 주요 배우들이 류승완 감독과 첫 호흡인데.

▶새로운 배우들과 해보고 싶었다. 김윤석은 가장 먼저 제안을 했는데 대뜸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다고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해서 만나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영화를 보는 시각, 이해도가 과연 달랐다. 김윤석은 정말 대본에 빼곡히 수많은 준비를 해온다. 평범한 대사를 그가 하면 전혀 다르게 만든다. 극 중에 김윤석과 허준호, 둘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한 번에 오케이가 났다. 류승완 감독이 이래서 김윤석, 김윤석 하는구나라면서 현장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하더라.

조인성은 우연히 조인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마침 그와 친한 사람이 한 번 만나볼까요,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정말 그가 왔다. 조인성은 이미 한다는 생각으로 왔더라. 책을 주지도, 무슨 역할인지도 이야기를 안 했는데. 그래서 우리가 모실 수 있을까요? 라고 했더니 "갖다 쓰세요"라고 하더라. 첫 만남부터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현장에서도 스태프 하나하나, 배우들 한명 한명, 다 챙기더라. 극 중에 영어 대사가 있는데 "난 이렇게 영어 잘 못해요"라고 하더라. 그 태도가 좋았다. 조인성이 극 중에서 80년대식 짧은 영어로 툭툭 하는데 그 모든 걸 타고 넘더라. 또 액션을 하는데 긴 팔다리로 정말 근사하다.

허준호는 어떤 초연함이 있다. 나와 류승완 감독이 '국가부도의 날'에서 허준호 얼굴을 보고 너무너무 반했다. 정말 구력이 어마어마한 사람인데 생각은 굉장히 프레시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 얼굴로 다 표현해낸다.

구교환은 처음부터 류승완 감독이 픽이었다. 너무 좋아해서 너무 하고 싶다고 했었다. 새 얼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새 얼굴이 갖고 있는 힘이 있고, 액션도 근사하게 마무리했다. 나중에 소속사 대표님에게 액션배우로 출연 요청이 많이 올 것 같다고도 했다.

-현장 소식들로는 구교환이 처음에는 이런 대형 프로젝트 경험이 없어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하던데.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처음이다보니 처음에는 당황했던 게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구교환이 첫 촬영 때 28번 NG가 났다. 그러면 아무래도 얼어붙기 마련인데 조인성이 곁에서 잘 챙겨주고 이끌어줬다. 다른 선배들도 잘 이끌어줬고. 결과물로 충분하다고 자신할 만큼 잘 해냈다.

-모로코는 백인 비중이 많고 흑인 연기자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소말리아인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어떻게 섭외했나.

▶케냐 또는 유럽에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했다. 케냐에서 모로코로 오는 직항 비행기가 없어서 스페인을 경유해서 모로코로 다 들어왔다. 액션스쿨 무술감독님들이 한 명 한 명 다 액션 훈련을 시켰다. 영화 속에서는 소말리아어와 영어 등을 섞어서 사용하도록 했다. 피켓은 영어로 사용하자고 했고.

-모로코가 태양광이 상당하니 조명에 대한 연구도 컸을텐데. 렌즈는 어떤 걸로 사용했나.

▶최영환 촬영감독과 류승완 감독이 상의해서 아나모픽 렌즈로 준비했다. 아나모픽으로 해야 30년 전 룩이 더 잘 살아날 것이라 판단했다. 데이 촬영은 거의 모로코의 광으로 했고, 나이트와 실내는 촛불 같은 조명을 활용했다. 아나모픽으로 찍었기에 가능한 촬영이기도 했다. 요하네스 메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같은 광이 느껴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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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제작자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베테랑'까지는 최영환 촬영감독과 같이 했다가 '군함도'는 이모개 촬영감독과 했고, '모가디슈'는 다시 최영환 촬영감독과 같이 했는데.

▶최영환 촬영감독의 속도, 호흡, 아이디어 등이 이번 영화와 그리고 류승완 감독과 잘 맞았다. 최영환 촬영감독과 '인질'도 같이 한 건 그런 이유다.

-음악은 방준석 음악감독이 맡았는데.

▶'모가디슈'에서 처음으로 애트모스 시스템으로 음악을 했는데 정말 좋더라. 방준석 음악감독이 만든 음악과 현장감을 최대한 살린 사운드가 애트모스를 통해 울리는 데 정말 좋았다. 그래서 '인질'도 애트모스로 음악을 담았다.

-'모가디슈'를 어려운 상황에서 개봉한다는 결심을 했는데. 어떤 결과가 났으면 하는 바람인가.

▶용기인지, 객기인지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매일 코로나 상황 기사를 체크하고 밤잠을 거의 못 잔다. '모가디슈'는 그런 점에서 영화가 흥행이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류승완 감독의 신작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게 가장 크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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