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tvN |
지난 11일 tvN 예능프로그램 '대탈출4'가 첫 방송됐다. '대탈출'은 확장된 세계관, 시공을 초월한 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국내 유일의 탈 지구급 어드벤처 버라이어티.
'대탈출'은 지난 2018년 시즌 1을 시작으로 매해 새 시즌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저조한 시청률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결국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시즌4 1회 시청률은 2.8%(닐슨코리아 기준)로 2배의 성과를 얻었다. "시작은 미미해도 끝은 창대하리라"에 어울리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탈출'의 최대 약점은 멤버들이었다. 대개 추리 예능프로그램은 몰입도가 강하기 때문에 이에 빠르게 발맞춰 나아가는 출연진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탈출'은 타 프로그램에 비해 비교적 느리고 답답한 면모가 있었다. 이 때문에 시즌1부터 소소하게 멤버 교체에 대한 요구가 많았으며 시즌4 시작 전 제작발표회에서 정종연 PD는 관련 내용에 답변하기도 했다.
많은 기대를 얻고 시작한 시즌4 1회는 결국 그 멤버들 덕분에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복습해 와라"라고 당부하던 PD의 말을 무시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온 멤버들은 당당한 태도다. 오히려 이전 시즌을 본 신동, 유병재에게 "황소 개구리"라고 말하며 그들을 탓한다.
또 멤버들은 현 상황에서 전혀 몰입하지 않는다. '탈출' 예능에서 스토리 진행 상 탈출 요소가 몇가지 없을 땐 오히려 과할 정도로 상황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화면 밖으로도 긴장감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키지 않게 따라와야 한다"라는 말에도 얘기를 나누던 멤버들은 결국 NPC(Non Player Character : 게임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도우미 캐릭터)에게 한 소리 듣고 주요 NPC를 알아보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여러번 반복돼 나온다.
앞선 행동들이 예능이니 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대탈출'에선 허용되지 않는다. 정종연 PD가 "시청자들의 추리력은 사랑의 증거다. 오히려 몰입을 권장한다"라고 말한 만큼, '대탈출'은 몰입도가 굉장한 프로그램이며 시리즈 전체 핵심은 '세계관 이해'이기 때문이다.
/사진=tvN '대탈출4' 방송 캡처 |
이들의 준비되지 않는 모습은 정종연PD의 전작인 티빙 '여고추리반'으로 인해 더욱 부각된다. '여고추리반'은 여자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내는 내용을 담는다. 예능이지만 드라마처럼 총 16부작 동안 하나의 사건으로 진행된다. '여고추리반' 멤버들은 매번 전 회차 내용을 되새기고 하나씩 질문 요소를 해결할 때마다 더욱 몰입한다. 심지어는 어떤 상황에서 눈물까지 흘린다. 특히 '여고추리반' 후반에선 '대탈출' 태양여고 편에 나왔던 요소들을 몇 가지 배치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런 점들이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만들어냈고 시즌2 제작까지 확정됐다.
정종연PD는 '여고추리반'과 '대탈출'의 특성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두 프로그램의 맥락은 같다. 그러니 '여고추리반'은 '대탈출4'의 더 없이 좋은 비교군이 되고, 이에 따라 시청자들의 눈엔 단점이 더욱 드러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을 향한 태도는 방송 화면만 봐도 안다. 충실한 '여고추리반'과 대조되는 '대탈출4'는 실망감만 안긴다.
시즌3 종영 후 1년간 예능을 향한 태도, 주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늘 똑같다. 정종연 PD는 "새로움은 제작진의 과제"라고 말했지만 이 과제는 출연진들에게도 부여되는 문제다. 여러 시즌을 거듭해온 만큼, 탈출 예능 속 플레이어로 활동한다 해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앞으로 여러 피드백을 통해 방송은 더 좋아지겠지만, 지금 당장 확실한 건 그들의 안일한 판단이 '대탈출4'를 향한 기대감을 무너뜨렸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