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자부심→창피함, KBO리그는 스스로 먹칠하고 있다

심혜진 기자 / 입력 : 2021.07.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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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야구장(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스1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채 리그 중단은 결정됐다. 야구팬의 자부심은 1년 만에 창피함으로 변했다. 그리고 KBO리그는 알아서 퇴보하고 있다.

KBO는 12일 이사회 회의 후 "13일부터 18일까지 편성된 KBO 리그 30경기와 퓨처스리그 35경기를 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초 리그 중단이다.


예정보다 1주일 빨리 시즌을 중단하고 올림픽 휴식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사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NC와 두산의 확진자 발생 및 자가격리 인원 대거 발생이라는 여러 이유로 리그를 중단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스스로 정한 매뉴얼을 깬 행동이라 더욱 그렇다. KBO가 올해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팀은 특별엔트리를 활용, 2군 구성원들을 1군에 올려 경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므로 확진자가 발생한 NC와 두산은 2군에서 선수들을 콜업해 시즌을 치르면 될 일이었다.

특히 지난해 사례도 있지 않았나. 2군에 있던 한화 이글스 투수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많은 2군 선수들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 당시 한화는 2군 선수들을 콜업하지 못한 채 한정적인 자원으로 힘겹게 경기를 소화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복수 구단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NC와 두산을 포함해 몇몇 구단이 리그 중단을 원했고, 결국 이같이 결정됐다.


1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던 지난해 5월 KBO리그는 2020시즌을 개막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등은 코로나로 인한 혼돈 속에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 반면 정상적으로 리그가 시작되고, 계획대로 144경기를 모두 치르는 KBO 리그의 모습은 해외 야구팬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KBO 리그의 중계권을 구매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 최대 스포츠 전문 방송사 ESPN은 미국 전역에 KBO리그 1경기를 TV 생중계 했고, KBO 관련 뉴스 및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서비스했다.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경기를 보며 환호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주요 외신에서는 KBO리그 개막전을 취재하기 위한 열띤 경쟁도 펼쳤다. 이와 같은 행동에 당연히 한국 야구팬으로서는 자부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야구팬들의 자부심은 창피함을 넘어서 수치심으로 변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때 메이저리그에서는 한 팀에서 10명 이상의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상황도 벌어진 바 있었다. 하지만 해당 팀의 경기를 연기하는데 그쳤을 뿐, 리그 중단 이야기는 없었다. 반대로 스스로 원칙을 깨버린 KBO리그는 1년 만에 퇴보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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