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D-10] 사고 칠 준비 끝났다... '런던 그 이상' 도전하는 김학범호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07.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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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 최종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나선 김학범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사고 한 번 치겠습니다."

김학범(61)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2020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며 던진 '출사표'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인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을 넘어선 새로운 신화를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팀이라는 건 하나로 뭉쳤을 때 '무한한 힘'을 보여줄 수 있다. 최고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도전해보고 싶다"며 "선수들에게 '사고 한 번 치자'고 했다. 사고 한 번 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준비 과정, 그리고 대표팀 선수 구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출사표이기도 했다.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나서는 도쿄올림픽





김학범호는 지난 2018년 12월 울산 소집훈련을 시작으로 도쿄올림픽 모드로 돌입했다. 그해 자카르타-팔렘방(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들 가운데 22세 이상 선수들은 자연스레 빠지고, 대신 21세 이하 선수들이 새로 가세하면서 올림픽을 향한 경쟁도 막이 올랐다.

이 과정에서 김학범호는 도쿄올림픽 1차 예선을 겸한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했다. 이어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 겸 AFC U-23 챔피언십 본선에선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사상 첫 우승까지 차지했다. 덕분에 한국은 '아시아 챔피언'의 자격으로 올림픽 무대에 나설 자격을 얻었다.

이 대회뿐 아니라 김학범호는 지난달 파주 훈련까지 총 10차례의 국내외 소집훈련, 그리고 10차례의 평가전(A대표팀 이벤트 경기 제외) 등을 치렀다. 2년 7개월의 여정을 거치면서 김학범 감독은 제자들을 추리고 또 추려내는 잔인한 작업을 반복했다. 22명의 최종 엔트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고민한 건 단 하나, 런던 이상의 신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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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황의조. /사진=대한축구협회




WC 황의조·김민재·권창훈에 이강인까지... "도쿄에 태극기 꽂겠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와일드카드(WC)는 지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일등공신이었던 '애제자' 황의조(29·보르도)가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A대표팀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25·베이징 궈안)와 미드필더 권창훈(27·수원삼성)이 가세했다. '혹사' 우려 속에 손흥민(29·토트넘)을 제외하긴 했지만,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최전방과 중앙 수비에 무게감이 잔뜩 실렸다.

19명의 24세 이하 선수들은 프로축구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골키퍼 송범근(24·전북현대)을 비롯해 정태욱(24), 정승원(24·이상 대구FC), 원두재(24), 이동준(24), 이동경(24·이상 울산현대), 송민규(22·포항스틸러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뛰는 이강인(20)이 4살이나 월반해 김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오던 '병역 특례' 여부는 김 감독에게 고민의 대상은 아니었다. 오롯이 올림픽에서의 성적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선수들을 발탁했다. 22명 가운데 5명이 지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김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수들의 의지도 남다르다. 와일드카드 권창훈은 "지난 대회에선 어린 나이였지만 이번엔 보다 책임감을 느낀다"며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사고 한 번 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동현(24·강원FC)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쿄에 태극기를 꽂는 생각을 했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출사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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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 중인 올림픽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최상의 조 편성이라지만, 방심은 없다... 목표는 런던 동메달 이상





한국은 지난 4월 올림픽 조 추첨에서 뉴질랜드와 루마니아, 온두라스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멕시코나 프랑스 등을 모두 피한 역대 최상의 조 편성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김 감독은 '방심'을 경계하고 있다. 일찌감치 상대팀들의 전력 분석에 돌입한 가운데 마지막 소집 훈련의 주안점 역시 조별리그 상대팀들에 따른 맞춤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역대 최고 성적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강팀'들과의 일전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김학범호는 13일 오후 7시30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프랑스와 평가전을 치른다. 올림픽을 앞두고 모든 패를 깔 수는 없겠지만, 남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강팀들을 상대로 김학범호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기회다. '자신감'을 얻는다면 금상첨화다.

김학범호는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결전지 일본으로 출국한다. 이후 22일 오후 5시 뉴질랜드, 25일 오후 8시 루마니아, 28일 오후 5시30분 온두라스와 차례로 조별리그 B조 경기를 치른다. 8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선 조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단판승부인 8강전에선 A조(프랑스·멕시코·남아공·일본) 팀들과 만나게 된다. B조 1위는 A조 2위, B조 2위는 A조 1위와 각각 만나는 방식이다. 8강전은 7월 31일, 4강전과 결승전은 각각 8월 3일과 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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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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