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데 없어?" 떠나보낸 '옛 제자', 건강부터 살핀 적장 [★잠실]

잠실=김동영 기자 / 입력 : 2021.07.0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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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잠실 NC-두산전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NC 이용찬(왼쪽)과 김태형 두산 감독.
이용찬(32)이 잠실로 돌아왔다.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친정 두산 베어스를 상대했다. 적으로 만난 두산과 이용찬. 그래도 친정의 따뜻한 정은 있었다. 김태형(54) 감독은 떠나보낸 옛 제자 이용찬의 건강부터 물었다.

이용찬은 6일 NC 선수단과 함께 잠실구장에 도착했다. 두산과 3연전을 치르기 위함이었다. 경기 전 몸을 풀었고, 경기 시작 후에는 불펜에서 대기했다. 7회말 2사 1,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7회를 잘 넘겼고, 8회까지 잘 막아내며 1⅓이닝 무실점 호투. 덕분에 NC가 7-3의 승리를 거뒀다.


2007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고, 2020년까지 줄곧 두산 유니폼만 입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러나 2020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고, NC와 계약했다. 3+1년에 최대 27억원의 조건이었다. 상무 시절을 빼고 12시즌을 뛰었던 정든 두산을 떠나게 됐다.

시간이 흘러 적으로 두산을 만났다. 소속팀 NC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던졌고, 친정에 비수를 꽂은 셈이 됐다. 프로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 두산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경기 전에도, 경기 중에도 이용찬과 교감하는 모습이었다.

이용찬은 "야구장 들어올 때 조금 어색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경기할 때는 특별한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익숙한 마운드이기도 했다"며 "경기 전에 두산 라커에 갔다. 선수들 만나보고, 코치님들께 인사드렸다. 감독님께도 인사를 드렸다"며 미소를 보였다.


김태형 감독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살살 던지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들어줄 수 없는 요청을 한 셈이다. 이어 "감독님께서 '아픈 곳은 없느냐', '살이 빠진 것 같다'고 하셨다"며 다시 한 번 웃음지었다.

사실 이용찬이 FA 시장에 나간 후 누구보다 이용찬을 기다린 이가 김태형 감독이었다. 스프링캠프 당시부터 "팀에 필요한 선수다. 빨리 계약하고 합류하는 것이 감독으로서 바람이다"고 말했다.

시즌 돌입 후 선발진에 변수가 자꾸 발생했고, 이용찬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말 김태형 감독은 "이용찬이 오면 당연히 좋다. 말이 필요 없는 것 아닌가. 당연히 팀에 돌아올 경우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김태형 감독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투수 보강을 원했던 NC가 이용찬에게 손을 내밀었고, 두산을 떠나게 됐다. 건강하게 돌아온 이용찬이 NC 불펜의 필승조로 거듭나고 있다. 두산과 김태형 감독으로서는 입맛만 다시는 상황이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의 제자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살살하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제자의 몸부터 챙겼다. 이용찬도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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