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 감독과 한화 선수단이 미팅을 하는 모습. |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LG와 한화의 경기가 비로 취소된 가운데, 류지현(50) LG 감독은 "(2일 한화전을 놓고) 프로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저희가 잘 안 풀렸던 경기였다"고 되돌아봤다. 10연패에 빠져있던 한화는 2일 LG전에서 5-3으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당시 경기 전 류 감독은 "상대 팀이 연패가 길 경우 부담감이 솔직히 없지는 않다.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하위 팀의 연패를 끊어준 꼴이 됐다.
사실 한화전 승리에는 뒷이야기가 있었다. 경기에 앞서 수베로 감독은 이례적으로 그라운드에서 선수단을 불러모은 뒤 메시지를 전달했다. 수베로 감독은 "타석에서 결과가 안 좋을 때, 또는 평범한 땅볼을 친 뒤 1루로 가는 게 선수 입장에서는 짜증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 감정이 팀보다 앞설 수는 없다. 필드에서는 늘 100%로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음날 한화 구단이 공식 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수베로 감독의 메시지는 이른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수베로 감독은 '기본 중의 기본'을 강조했다. 그는 분노 섞인 목소리로 선수들을 향해 "내야수가 공 잡고 던질 때 이미 좋은 송구를 해 아웃될 거라는 걸 깔고 들어와 이런 플레이(설렁설렁 뛰는 것)가 나오는 것"이라면서 "보통 평범한 땅볼이 나왔을 때 1루수가 공을 잡는 순간까지는 계속 100%로 뛰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베로 감독이 선수단을 향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한화 공식 SNS |
이어 "그러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 기회다. 여러분 모두에게 경고하는 마지막 기회다. 제대로 한다는 건 100%로 하는 것이다. 이해했는가. 항상 100%로 해라. 그게 제대로 하는 거다. 이 내용에 관해서는 제가 옳다는 걸 여러분도 알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 상황이 안 좋은 거 알고 있다. 매일 연패 중이다. 그렇지만 투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했듯이, 저는 연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전 어떤 일이 있어도 잘 참아낼 수 있다. 플레이만 제대로 한다면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베로 감독은 9회 3루에 역전 주자가 있는 상황서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쳤다고 가정한 뒤 아웃되지 않기 위한 1루 전력질주를 주문했다. 이미 프로 선수들이었다. 반복 주문도 아닌 단 한 차례였다. 수베로 감독은 "여러분들이 성인처럼 행동하면 성인으로 대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처럼 굴면 저도 아이처럼 대할 것"이라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베로 한화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