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개월 아들이 보는데...' 쓰러진 이방인, 존중 보인 상대 KIA 팀과 팬들 [★고척]

고척=김우종 기자 / 입력 : 2021.06.2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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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고척 KIA-키움전. 키움 선발 요키시가 5회 1사 1,2루서 최원준의 타구에 목을 맞은 뒤 쓰러졌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타구가 투수의 목을 강타하는 아찔한 순간, 선수들도, 양 팀 팬들도, 중계진도 모두 침묵했다. 비록 상대 선수였지만, 타구를 때려낸 KIA 최원준, 그리고 윌리엄스 KIA 감독까지 마운드로 달려와 투수의 상태를 살피며 걱정했다. 천만다행. 그래도 키움 요키시는 다시 일어나 승리 요건까지 채우는 투혼을 발휘하며 키움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키움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KIA와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6-1 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키움은 위닝시리즈 확보와 함께 4연승에 성공했다. 35승 35패로 5할 승률을 회복한 6위 키움은 7위 두산과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 반면 3연패에 빠진 KIA는 25승 41패로 9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찔한 상황은 키움이 4-0으로 앞선 5회초에 벌어졌다. 1사 1,2루 상황. 키움 선발 요키시가 KIA 최원준을 상대했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이어진 2구째. 최원진이 받아친 공이 요키시의 얼굴 쪽을 향하더니 오른쪽 목 부근을 그대로 강타했다. 요키시는 그대로 쓰러졌다. 타구는 3루 쪽으로 굴절되며 내야 안타로 연결됐다.

쓰러진 요키시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키움 트레이너가 곧장 마운드로 뛰쳐 나왔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이승엽, 이동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 및 이동근 캐스터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원준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과 송신영 투수 코치를 비롯해 키움 내야수들이 모두 마운드 근처로 모여 요키시를 바라봤다. '적장' 윌리엄스 KIA 감독까지 마운드 근처로 다가와 요키시의 상태를 걱정했다. 이 순간만큼은 우리 팀도, 상대 팀도 없이 요키시를 향한 존중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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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요키시가 일어난 뒤 정신을 차리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얼마 후 다행히 요키시가 일어난 뒤 엄지를 치켜세우며 문제 없다는 뜻을 표했다. 1루 쪽 키움은 물론 3루 쪽 KIA 응원석에서도 뜨거운 박수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얻은 생후 8개월 아들 워스와 그의 아내도 관중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키움 통역이 그라운드에서 엄지를 펴 보이며 괜찮다는 뜻을 아내에게 전달했다. 결국 요키시는 후속 김선빈을 3루 땅볼, 김태진을 2루 땅볼로 유도하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무리했다. 5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팀이 승리하며 요키시는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즌 9번째 승리를 챙겼다.

키움 관계자는 "맞은 직후 본인이 괜찮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5회까지 책임지겠다는 이야기를 코칭스태프에 전달했다"면서 "그래도 혹시 몰라 6회 들어가기 전에 교체를 한 뒤 병원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2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3안타를 친 김혜성은 경기 후 요키시에 대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맞으면 아프다. 그런데 일어나서 던지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감탄한 뒤 "외국인 선수들을 워낙 티를 안 내는 편이다. 멋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도 경기장에서는 티를 안 내려는 편"이라고 했다. '승장' 홍원기 감독은 "요키시가 5이닝을 잘 막아줬다. 박동원과 호흡이 좋았다"면서 부상 투혼을 발휘한 외국인 에이스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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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키움 요키시(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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