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마이너 설움'... 일당 800만→100만원, 버스 6시간 이동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1.06.26 18:37 / 조회 : 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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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사진=라운드록 구단 홍보팀 제공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잠시 빅리거의 꿈을 이뤘던 양현종(33)은 이제 마이너리거 신분이 됐다. 지난 20일(한국시간)부터 그의 계약은 텍사스 산하 트리플 A 라운드록 익스프레스로 이관됐다.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의 다른 점은 단지 경기를 하는 무대뿐만이 아니다. 연봉에서부터 먹고 자고 이동하는 일상생활 등이 '하늘과 땅' 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설움이지만, 그만큼 빅리그 복귀를 향한 의지를 다지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양현종은 급여가 크게 줄어든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 연봉이 다른 '스플릿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연봉으로 130만 달러(약 14억 8000만원), 마이너리그 연봉으로 15만 달러(약 1억 7000만원)에 사인했다.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는 한 시즌(총 183일) 중 로스터에 체류한 일수에 따라 130만 달러의 일부를 받는다. 마이너리그 연봉(총 153일 기준)도 같은 방식이다. 일당으로 계산하면, 메이저리그는 7104달러(약 808만원), 마이너리그는 980달러(약 111만원)이다.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원정 경기를 할 때 이동하는 교통편도 달라진다. 메이저리그는 전세기를 타고 다닌다. 공항에서 일반인과의 접촉도 최소화된다. 전세기이다 보니 넓고 쾌적하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트리플 A는 상대팀에 따라 비행기와 버스를 이용한다. 여기서 비행기는 전세기가 아닌 일반 항공기다. 때문에 일반인과 같은 수속과 탑승 과정을 밟아야 한다.


라운드록 익스프레스 홍보팀장 안드레 펠츠는 스타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경기 일정에 따라 버스와 항공편 모두를 이용한다"며 "가까운 곳은 버스로, 그 외 지역은 비행기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시즌 우리 팀이 버스로 이동할 때 최장 거리는 오클라호마시티(오클라호마주)이다. 라운드록(텍사스주)에서 출발하면 대략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알려줬다. 라운드록은 오는 8월 13일부터 오클라호마시티 원정이 예정돼 있다. 이따금 20시간씩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하위 마이너리그보다는 낫지만 전세기를 타는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고생길이다.

먹는 것 역시 차이가 크다. 메이저리그 홈 경기 때 식사는 거의 호텔급이다. 김하성(26·샌디에이고)과 최지만(30·탬파베이) 등 한국 선수가 있는 구단은 식단에 갈비나 초밥 등을 특별메뉴로 제공한다. 스테이크와 바닷가재는 흔한 메뉴다. 하지만 트리플 A는 볶음밥이나 샌드위치 등 편의점 런치박스 수준이다. 그래도 빵에 잼을 발라 먹어야 하는 마이너리그 하위 레벨보다는 나은 편이다.

숙소도 마찬가지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원정 때 5성급 호텔을 이용한다. 물론 1인 1실이다. 보안 및 식사도 최상급이다. 하지만 트리플 A는 이름 없는 모텔에 묵는다. 이따금 침대 밑에서 바퀴벌레도 만난다. 옆방에서 들리는 각종 소음과도 친해져야 한다. 화가 나서 프런트 오피스에 항의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고 선수들은 전한다.

"그럼 야구 잘해서 어여 메이저로 가."

냉정하다. 하지만 그게 프로다. 프로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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