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역사상 전무후무!' 딱 50년 전 오늘, 오타니도 울고 갈 '이도류'가 있었다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1.06.23 17:03 / 조회 : 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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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시절의 릭 와이즈. /사진=MLB.com 캡처
정확히 50년 전인 1971년 6월 23일(현지시간). 메이저리그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이도류(two-way)'라 부를 만한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필라델피아 소속의 우완투수 릭 와이즈(76). 당시 26세였던 그는 신시내티와 원정 경기에서 투수로 노히트 노런을 작성하고 타자로는 2개의 홈런을 때리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올 시즌 LA 에인절스의 일본인 오타니 쇼헤이(27)의 이도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MLB.com은 23일(한국시간) 와이즈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와이즈는 "50년, 반세기라는 세월이 지난 것을 믿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도 그 경기의 거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 요즘 몇 주 전 일이 잘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 경기만큼은 결코 내 머릿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날 와이즈는 심한 감기 몸살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야구장에 가기 싫었다.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며 "경기 전 몸을 푸는데, 공이 날아가다가 중간에 멈추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MLB.com은 '조던 플루 게임(Jordan flu game) 이전에 이미 그런 경기를 한 셈'이라고 표현했다. '조던 플루 게임'이란 1997년 6월 NBA(미국프로농구) 유타 재즈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시카고 불스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감기와 고열 속에서도 38점을 넣어 팀의 90-88 승리를 이끈 경기를 일컫는다.


최악의 컨디션에도 와이즈는 예정대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 규정상 9번타자로 타격도 해야 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록에 따르면 이날 신시내티 선발투수는 좌완 로스 그림슬리(통산 124승). 상대 1번타자는 전설의 안타왕 피트 로즈(통산 4256안타)였다. 와이즈는 1회말 첫 타자 로즈를 유격수 땅볼로 요리하며 역사적인 경기의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필라델피아는 2회초 무사 1, 3루에서 로저 프리드의 유격수 땅볼로 선제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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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와이즈가 대기록을 세운 경기의 이닝 스코어. /사진=베이스볼 레퍼런스 캡처
와이즈는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다. 게다가 5회초 1사 2루 타석에선 좌월 투런 홈런까지 터뜨렸다. 와이즈는 직전 해까지 6시즌 동안 5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퍼펙트가 깨진 것은 6회말 1사 후였다. 와이즈는 "(타자는) 6회 (데이브) 콘셉시온이었다"며 "볼카운트 3-1에서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높게 들어갔다. 분명한 볼이었다"고 정확히 기억해냈다. 그러나 버니 카보를 중견수 플라이, 로즈를 1루 땅볼로 잡아내 노히트 노런은 유지했다.

8회초 와이즈의 방망이가 한 번 더 힘차게 돌았다. 선두 타자로 나선 그는 상대 두 번째 투수 클레이 캐롤에게서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스코어는 4-0이 됐다.

9회말 투아웃, 이제 노히트 노런까지는 단 1개의 아웃카운트가 남았다. 공교롭게도 타자는 로즈였다. 타구는 3루쪽으로 강하게 날아갔으나 3루수 존 부코비치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직선타 아웃으로 필라델피아의 4-0 승리 확정. 경기 시간은 불과 1시간 53분이었다.

와이즈는 투수로서 9이닝 무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투구수는 93개. 타격 성적은 4타수 2안타 3타점이었다.

MLB.com에 따르면 홈런 1개를 치고 노히터를 달성한 투수는 웨스 패럴, 얼 윌슨, 팀 토빈 등 3명 있지만, 2홈런과 노히터는 와이즈가 유일하다. 이쯤 되면 오타니도 울고 갈 만한, 그야말로 '만화 같은' 기록이다.

매체는 "오타니가 올해 놀라운 이도류 현상을 일으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매 경기) 지명타자로 출장하면서 투수로서 9회까지 던지기는 쉽지 않으므로 와이즈 같은 위업은 다시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이즈는 오타니에 대해 "엄청난 선수"라고 평했다고 MLB.com은 덧붙였다.

1964년 필라델피아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와이즈는 이후 세인트루이스와 보스턴, 클리블랜드, 샌디에이고를 거친 뒤 1982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투수로는 통산 506경기(선발 455)에 나서 188승 181패, 1647탈삼진, 평균자책점 3.69, 완봉 30회를 기록했다. 대기록을 세운 1971년에 17승, 보스턴 시절인 1975년에는 19승을 따냈다. 타격 성적은 668타수 130안타, 타율 0.195. 홈런은 1971년 6개가 한 시즌 최다이며 통산 15개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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