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의 애틋한 사부곡, "하늘에서 지켜봐주셨죠?"

인천=심혜진 기자 / 입력 : 2021.06.22 22:13 / 조회 : 3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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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 투수 임찬규.
"쫓기며 살지 말아라.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라."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고 LG 트윈스 NO.1 임찬규(29)는 두 달만의 선발 복귀전에서 호투를 펼쳤다.

LG는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경기서 14-1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LG는 39승 26패로 1위를 굳건히 지켰고, 5연승을 질주했다.

이날은 임찬규가 선발 마운드에 돌아온 날이다. 지난해 10승을 올리며 LG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던 토종 선발이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은 힘겨웠다. 어깨가 좋지 않아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임찬규는 지난달 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최고 구속 147km까지 끌어올리며 복귀 준비에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22일 SSG전에 복귀했다. 그리고 복귀와 동시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임찬규는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4볼넷 4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나왔다. 1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은 임찬규는 2회 주자 2명을 내보냈으나 실점하지 않았다. 3회와 4회에는 병살타를 솎아내며 점수를 주지 않았다. 별다른 위기도 없었다. 5회 다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임찬규는 6회 최정을 병살타로 요리해 다시 이닝을 세 타자로 마감했다. 7회에는 최주환에게 솔로포를 맞긴 했으나 실점은 이것뿐이었다.


임찬규의 복귀에 반가웠던 타자들은 시작과 동시에 불을 뿜었다. 그의 복귀를 홈런으로 환영했다. 타자들은 시작과 동시에 큰 타구들을 만들어 담장 밖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김현수가 신호탄을 쐈다. 1회 2사에서 SSG 선발 이태양을 상대로 솔로포를 때려냈다. 이 홈런으로 김현수는 7년 연속 두 자릿 수 홈런을 완성했다. 이어진 3회에는 연타석 홈런이 나왔다. 주인공은 이형종과 김현수다. 김현수는 연타석 홈런을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4-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비도 타자들의 불방망이를 식히지 못했다. 오후 7시 29분경 갑자기 쏟아진 비로 인해 약 6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그리고 재개된 경기서 이형종이 연타석 아치(3점포)를 그렸다. 이 홈런으로 이형종은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을 신고했다. 무려 7타점을 쓸어담았다. 종전 기록은 2019년 9월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기록했던 5타점이었다.

홈런은 이어졌다. 6회에도 2개의 아치가 인천 하늘을 수 놓았다. 선두타자로 나온 문보경이 솔로포를 쐈고, 채은성이 바뀐 타사 서동민을 상대로 스리런 아치를 그렸다. 이렇게 총 7개의 홈런이 나왔다. 이 역시 기록이다. 올 시즌 LG의 한 경기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2020년 5월 27일 잠실 한화전에서 한 경기 5개 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이날 LG 타선은 장단 16안타 7홈런 14득점을 올리며 대승을 장식했다.

경기 후 임찬규는 "구속이 오른 것은 아버지가 주신 선물 같다. 돌아가시기 전에 어떠한 것에 쫓기지 말고 즐겁게 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대로 하다 보니 구속도 올라가고 좋은 경기를 펼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임찬규는 지난달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2군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와 다시 힘차게 공을 뿌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팬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인터뷰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거의 대부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만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임찬규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슬라이더 노래를 부르셨다. 재작년과 작년에 슬라이더를 연습했던 것도 아버지 영향이 컸는데, 아쉽게도 돌아가신 후 슬라이더가 잘 됐다"고 밝힌 뒤 "마운드에서 내려오니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셨을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145km 이상의 슬라이더, 재밌게 야구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셨을 것이다"고 애끓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아버지를 여의기 전과 후 내 야구 인생이 달라질 듯 싶다. 2군에서 어깨 아프고 부친상까지 당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아버지의 말씀대로 쫓기지 않고 행복하게, 재밌게 야구 하고 싶다"면서 "그동안 팀에 공헌한 것이 하나도 없어 미안했다. 아버지의 뜻대로 즐겁게 살아가겠다. 내 목표는 그것 뿐이다"고 각오도 전했다.

사령탑 류지현(50) 감독도 그의 호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 감독은 "임찬규의 올 시즌 첫 승을 축하하고 퓨처스리그에서 정말 준비를 잘했다. 임찬규의 합류로 용맹스러운 장수를 한 명 더 얻은 것 같다"고 흐뭇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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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이 홈런을 치고 들어와 김현수( 오른쪽)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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