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발신제한' 시작부터 갇히고 달린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6.22 16:26 / 조회 :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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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된 공간에 폭탄이 설치됐다. 도망치거나 외부에 연락하면 터진다. 이 밀폐된 공간은 움직이는 자동차다. 그러니 이 소재를 택한 순간, 이 영화는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바로 그 밀폐된 공간이 움직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진행된다는 뜻이다. '발신제한'은 그런 영화다.


부산의 은행센터장 성규는 출근길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려 차에 태운다. 차 안에 있는 휴대전화에 발신제한 표시가 뜨는 전화가 걸려온다. 당신의 차에 폭탄이 설치돼 있고 자리를 뜨는 순간 폭파된다는 내용이다. 보이스피싱이라고 무시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심상찮다. 더군다나 오늘 미팅을 같이 하기로 한 부하직원에게도 똑같은 전화가 걸려왔단다.

그리고 바로 성규와 아이들 눈 앞에서 그 부하직원의 자동차가 폭파된다. 믿을 수 밖에 없다. 전화의 목소리는 계좌로 수십억원의 돈을 요구한다. 경찰은 성규를 폭파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영화는 시작부터 달린다.

'발신제한'은 시작부터 갇혀있다. 시작부터 달린다. 이 두 가지 콘셉트로 구성됐다. 밀폐된 공간에서 어떻게든 아이들이라도 탈출시키고픈 아빠. 밀폐된 공간에서 탈출하기 위해 어떻게든 자동차를 달려야 하는 남자. 영화는 이 뼈대에 폭탄설치범과의 밀고당기기, 경찰과의 밀고당기기로 긴장과 서스펜스를 더하려 한다. 양념처럼 등장하는 카체이싱은 덤이다.

'발신제한'은 익숙한 설정이 주는 느슨함을 속도감으로 이겨내려 했다. 94분 밖에 되지 않는 러닝타임 속에서 빠른 속도감으로 이야기를 휘몰아치려 했다. 이 연출방식은 절반은 성공했다. 자동차가 잠시 정차하면서 영화도 정차한다. 김창주 감독은 후반부로 내달리기 위해 잠시 자동차를 멈춰세운 것 같지만, 속도감을 잃는 순간부터 영화의 느슨함이 부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카체이싱은 더 많은 돈을 투입할 수 없었던 탓인지, 서스펜스를 더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성규 역을 맡은 조우진은,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홀로 책임진다. 초반부에 다소 힘이 들어갔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양면적인 얼굴이 드라마로 변한다. 뻔한 이야기로 결말이 내달려도 이야기를 납득시키는 건, 오롯이 조우진의 공이다. 조우진의 딸로 출연한 이재인은 그 몫을 다 했다. 폭탄설치범으로 출연한 지창욱은 선한 얼굴이 주는 효과를 영화에 담는다.

'발신제한'은 부산이 배경이다. 누군가에겐 낯익고 누군가에겐 낯선 공간이, 커다란 스크린에 시원하게 담기는 매력이 가득하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제 맛이라는 걸 입증한다.

6월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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