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청춘' PD "광주 민주화운동, 왜곡하지 않으려 노력했다"[★FULL인터뷰]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 연출 송민엽 PD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21.06.20 15:00 / 조회 : 3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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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사진=이야기 사냥꾼


"'오월의 청춘' 배경 5.18 광주 민주화운동, 왜곡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1980년 5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오월의 청춘'. 한국 근현대사에 아픔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했다. 자칫 논란이 될 수도 있었던 배경에서 연출자는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휴먼 멜로드라마로 이끌었다.

지난 8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극본 이강, 연출 송민엽)을 연출한 송민엽 PD의 이야기다.

'오월의 청춘'은 레트로 휴먼 멜로드라마로 광주 민주화운동을 겪은 청춘 남녀인 황희태(이도현 분), 김명희(고민시 분)의 러브스토리를 담았다.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기존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드라마와 다른 분위기에 시청자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덕분에 월화극 시청률 1위를 기록도 하며 선전했다. 작가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그 때, 그 시절을 돌아보게 한 송민엽 PD를 스타뉴스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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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 연출 송민엽 PD/사진제공=KBS


-첫 회부터 마지막회까지 관심 있게 '오월의 청춘'을 시청해 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개인적으로 기쁜 게, 제가 했던 드라마를 보고 사람들이 "그거 봤어?"라고 얘기하는 게 제일 기쁘다. 부족한 부분도 없잖아 있었을 텐데, 너그럽게 봐주신 시청자들께 감사하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자칫 역사 왜곡이나 그 시절을 겪은 시청자들 사이에 논란이 될 수 있었다. 부담은 없었는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했. 큰 차원의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잘못 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다. 사건과 관련해 디테일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계엄령' '계엄군' '첫 총상 환자' '계엄군 집단 발포' '광주 봉쇄' 등 큰 줄기를 표현했다. 왜곡하지 않으려 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 각자 다른 기억을 갖고 있겠지만, 그것을 저희 마음대로 생각해서 창작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제작 입장에서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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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 연출 송민엽 PD/사진제공=KBS
-시대극, 사극이 '고증'의 문제로 논란이 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에 따른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 멀지 않은 과거였지만, 고증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 역사적 사실이 디테일하게 다루게 되면, 조금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큰 줄기로만 갔다. 사실 관계가 틀리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예로, 극중 빠다빵이 등장했다. 부담되는 소재는 아니었지만 미술팀과 저도 정확히 하고 싶어서 찾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하는 게 각자 달랐다. 이 지역에선 이거, 또 다른 지역에선 저거. 하나를 갖고 사람들 생각이 다 다르니까 놀라긴 했다. 저희가 세트장도 따로 있었지만, 당시 모습을 보여줄 소품을 모두 다 만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음악 부분은 충실히 재연하려고 했다. 쉽지는 않았다.

-주인공들이 90년대 출생했다. 10년, 20년 사이지만 사용했던 기기들이 많이 달라졌다. 배우들이 소품을 다루는데 어리둥절 하진 않았는가.

▶ 기본적으로 90년대생은 스마트폰 세대다. 그것도 터치 스크린이다. 심지어 무선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았던 배우들이 있다. 이런 배우들이 다이얼 전화기를 사용해야 했는데, 잘 몰랐다. 또 오픈 세트장에선 당시 광주를 완벽히 재연을 못했는데도, 젊은 친구들이 신기해 했다. 묘한 재미가 있었다.

-'오월의 청춘'을 통해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는가.



▶ 특정하게 '어떻게 해야된다' 등의 메시지를 주려고 만든 것은 아니다. 저는 드라마의 덕목이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미가 있는 것도 중요하다. '드라마의 재미'라는 게 웃음, 감동 등등 볼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큰 차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의) 왜곡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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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김명희 역 고민시(사진 왼쪽), 황희태 역 이도현/사진=이야기 사냥꾼
-시청자들이 결말을 두고 많이 아쉬워 했다. 명희의 죽음을 두고 "꼭 죽였어야 했는가"라고 할 정도. 명희의 죽음은 예정됐던 것인가.

▶1회에서 유골이 나올 때부터 누구냐는 이미 정해져 있던 이야기였다. 명희가 죽고난 후, 남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드라마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게, 여러 인물들이 각자 어떻게 짐을 등에 짊어지고 사는가였다. 실제 그런 분들도 계셨다. 그래서 여러 인물들을 표현함에 있어서 명희가 죽는 게 효율적이었다. 명희라는 인물이 죽어야 했던 이유는 드라마적으로 다른 주변 인물들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이유였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지만 죽었던 것 같다. 슬픈 이야기인데, 그거대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명희의 죽음 후 도현 등 일부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40년 뒤 모습이 공개되지 않았다. 왜, 다 보여주지 못했는가.

▶ 디테일하게 설명하지 않았을 때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 너머를 표현했을 때, 제가 제한을 한다고 생각했다. 뒷이야기는 희태, 명희 제외하고는 시청자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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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 황기남 역을 맡은 오만석/사진=이야기 사냥꾼
-극 중 아들 황희태가 김명희와 만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권력욕에 시민들을 괴롭혔던 황기남. 이 역을 맡은 오만석과 에피소드는 없었는가.

▶ 여러 측면에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분들 중 한 명이다. 표현하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고, 어려운 신도 있었다. 또 사투리를 쓰기도 했는데, 대본에는 사투리가 거의 없었다. 화가 났을 때, 감정이 격해졌을 때 사투리를 썼다. 무서울 정도로 잘 표현했다.

또 오만석은 관록이 있다. 극 중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몇 분 제외하고는 출연자나 스태프들이 저보다 나이가 어렸다. 그래서 제가 뭔가 이끌어가야 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오만석이 참 의지가 됐다. 뭐랄까, 기남은 무서웠지만 오만석은 큰형 같은 느낌이었다. 의견도 많이 물어보고 그랬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실제로 굉장히 유쾌한 분이다.

-'오월의 청춘' 이후 어떤 장르 작품을 기획 중인가.

▶ 아직 결정된 게 없다. 항상 다른 장르를 하고 싶어 한다. 스릴러 했다가, 멜로도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다. 제가 드라마를 하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거는 경험하지 못한 거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봤을 때, 재미있다고 하면 장르에 상관없이 할 것 같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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