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명보, “(유)상철이 보낸 것 믿기지 않아”

스포탈코리아 제공 / 입력 : 2021.06.16 21:40 / 조회 :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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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거제] 이현민 기자= “아직 (유)상철이를 보낸 게 믿기지 않지만, 잘 추스르고 열심히 해봐야죠.”


울산 현대 홍명보(52) 감독은 최근 바쁜 한 주를 보냈다. 7일부터 12일까지 경남 거제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그 사이 아끼는 후배인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과 사투 끝에 별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구단과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빈소를 찾았고, 마지막 가는 길까지 배웅했다.

허전하고 미안해할 겨를도 없이 홍명보 감독은 곧장 선수들을 지도했다. 핵심 자원들이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 차출돼 완전체를 구성할 수 없었지만, 남은 선수들과 20일 성남FC와 순연 경기, 26일부터 태국에서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비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만난 홍명보 감독은 “아직 상철이를 보낸 게 믿기지 않는다. 정말 잘 따르는 후배였고, 축구를 위해 할 일이 많은 친구인데... 미안하다”라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마음을 진정시킨 홍명보 감독은 부임 후 반 년을 되돌아봤다. “불완전한 상황에서 전반기를 마쳐 다행이다. 우려했지만 시행착오를 겪고 준비하면서 선수들이 잘하는 걸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한 것보다 선수들이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좋은 성과를 낸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홍명보 감독이 언급한대로 울산은 성적, 분위기 모두 잡았다. 리그에서 10승 6무 2패 승점 36점으로 1위다. 최근 두 시즌 동안 우승 경쟁을 펼친 2위 전북 현대(승점33)에 승점 3점 앞서 있다. 휴식기에 돌입하기 전 4연승(FA컵 16강 경남FC전 포함)을 질주했다. 특히 우승 도전에 늘 제동을 걸었던 전북(4-2)과 포항 스틸러스(1-0)를 꺾어 더욱 의미 있었다. 고무적인 건 선수단 내 분위기가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다. 홍명보 감독이 지도자로 늘 추구하는 ‘원팀’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주장인 이청용은 “확실히 끈끈해졌고 동료애가 넘친다”고 웃었다. 외부 다수 관계자들 역시 “울산이 지난 시즌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인정했다.

홍명보 감독은 “나는 선수들을 나와 항상 동등한 입장이라고 생각하며 지도한다. 우리가 뛰던 때는 구타 문화가 있었다. 전반에 부진하면 하프타임에 맞고 후반 경기력이 달라졌다. 그런 것들이 당연시되던 시기였다”며 악습을 언급한 뒤, “그때부터 많이 생각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해서는 안 될 것들을.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선수 탓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지도자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하다”고 철학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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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선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간이 늘었다. 감독, 코치들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쌍방 소통이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을 코치진 회의에 합류시킨다. 감독이 방향성을 직접 얘기하는 것도 필요하나, 주장과 부주장이 참석해 의견을 표한다. 양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되고 서로 이해가 된다. 이런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오해가 안 생긴다. 시스템으로 가니 소통이 잘 되고 팀 운영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수들의 아이디어가 코치진보다 좋을 때가 있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우리에게 메시지가 안 올 때가 있다. 이런 게 갖춰져 있으니 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 무조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보다 이 방법이 좋지 않을까’식으로 말이다. 서로를 받아들인다”며 달라진 시스템을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울산은 리그 18경기 중에 2패를 당했다. 3월 21일 대구FC 원정에서 1-2로 졌다. 홍명보 감독 부임 후 리그 첫 패였다. 4월 18일에는 수원 삼성 원정에서 0-3으로 덜미를 잡혔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특정 선수를 탓하지 않았다. 다만 정신적은 짚고 넘어갔다. 선수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줬다.

그는 “대구전은 대표팀 차출 문제로 어수선했다. 다른 감독은 어떻게 캐치했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경험이 많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대표팀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다. 결과적으로 졌고,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여러분이 집중 못했다’고 말했다”면서, “질타한 게 아니다. 나는 항상 선수들에게 얘기할 때 신경 쓴다. ‘저 감독 미쳤나?’ 이런 얘기가 나올까봐. 이런 소리 안 들으려면 내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 화를 안 내고 메시지로 주지시켰다”고 털어놨다.

수원전에 관해서도 말을 꺼냈다. “수원전에서 상황은 괜찮았다. 질 수 있다. 충격은 아니었다. 방심한 결과다. 우리팀의 문제를 인식하기 위해 대구전, 수원전을 놓고 선수들과 공유를 했다. 계속 인지하고 대화하고, 이렇게 풀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과거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부침이 많았고, 이로 인해 큰 상처도 받았다. 과거 큰 업적마저 폄하되기까지 했다. 이러다 큰 지도자를 한 명 잃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그라운드에 돌아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에 등극했고, 16년 동안 리그 우승을 못했다. 따라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자리다.

그는 “4년 만에 지도자로 돌아왔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봤다. 한 발 떨어져서 울산을 봤던 것, 들었던 것. 그리고 들어와서 2, 3개월 해보니 어떻게 지도하면서 팀을 이끌지 고민했다. 100%라면 60%정도를 전달하고 나머지 40%를 합리적으로 채울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잠시 프로팀을 지도했다. 시즌 중반에 이미 2부로 떨어질 실력이었는데 마지막 라운드까지 끌고 갔던 기억이 있다. 그곳에서 많이 느꼈다. ‘이렇게 말도 안 통하는 선수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당시 경험이 현재 큰 도움이 된다. 아직 일부 선수들은 ‘나를 경기에 출전시키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은 아주 민감하다. 상처 받지 않게 잘 이해시키고 보듬어주면서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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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홍명보 리더십은 안팎으로 큰 화제다. 아버지, 삼촌, 동네 형 같은 이미지다. 일부 선수는 가끔 ‘우리 감독님이 레전드였던가’라고 잠시 까먹을 때가 있다고 한다.

노하우를 묻자 “선수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할 때가 있다. 이 외에는 항상 설득시킨다. A, B, C 중에 선택 사항이 있으면 왜 C인지 대화로 풀어간다. 내가 아는 걸 가르쳐주고 설득하면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라면서, “객관적 지표 마련을 위해 MBTI 검사를 했다. 지난 시즌 경기 출전 수, 포지션, 정신적인 면 등 전체적으로 잘하는 선수에게 굳이 얘기할 필요 없다. 내가 가장 추구하는 건 축구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가족 안부를 묻거나 한 발 벗어난 얘기로 긴장을 풀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잘한다고 너무 칭찬해서도 안 되고, 조금 부족하다고 질책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때로는 나의 경험으로 얘기하고,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함께 이해해주고. 감독 입장이 아닌 상대와 눈높이를 맞춰서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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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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