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청춘' 작가 "처음부터 새드엔딩 기획..배우들에게 감사" [★FULL인터뷰]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이강 작가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21.06.16 18:40 / 조회 : 4825
  • 글자크기조절
image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사진=이야기 사냥꾼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두 청춘 남녀의 애틋한 멜로를 그린 '오월의 청춘'. 시청자들에게 잔잔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

지난 8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극본 이강, 연출 송민엽, 제작 이야기 사냥꾼)은 1980년 5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황희태(이도현 분)와 김명희(고민시 분)의 아련한 봄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레트로 휴먼 멜로드라마다. 이도현, 고민시 외에 금새록, 이상이, 오만석, 김원해, 심이영, 권영찬 등 여러 배우들이 출연해 각자 맡은 캐릭터의 아픔과 상처를 공감있게 표현해 냈다. 마지막회(12회)에서 여주인공 김명희의 죽음과 40년 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코끝을 찡하게 했다.

가슴 아픈 역사, 그 속에 살았던 청춘들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오월의 청춘' 이강 작가. 그가 스타뉴스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시작 그리고 끝맺음에 대해 이야기 했다.

image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고민시, 이도현/사진=이야기 사냥꾼
- '오월의 청춘'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

▶ 마지막 회를 보고서 마치 가까운 사람의 일처럼 마음 아파해주시고, 슬픔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는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작품을 시작할 때 저희가 의도했던 바가 잘 전달이 된 것 같아 감사하고 기쁜 마음입니다.

-'오월의 청춘' 집필 계기,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이번 작품을 집필했는지 궁금하다.

▶ 처음 자료 조사를 시작했을 때는 5.18이라는 비극과 떠난 이들을 보고자 했는데, 어느 순간 그 수많은 텍스트 뒤의 '남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제가 읽는 모든 증언과 자료들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를 잃은 비극을 기억하기 위해 눈물로써 남겨둔 기록으로 느껴졌고, 남아있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오월의 청춘' 집필을 시작했다.

-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했지만, 기존 드라마와 달리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이를 풀여내는 과정에서 고충은 없었는가.

▶ 처음엔 5.18 소재를 다룬다는 것에 굉장히 부담이 커서, 기획을 제안하신 센터장님한테 저는 그 이야기를 할 만한 그릇이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런 저의 우려에 '그럼 그릇에 맞는, 작고 따뜻한 사람 얘기를 해보라' 격려해주셨고 그 말에 용기를 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작품이 역사의 큰 흐름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과 가족 이야기에 집중하고는 있지만, 그 이야기 밑에 흐르는 시대를 표현할 때 역사에 없는 사실은 한 줄도 적지 말자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일단 저를 포함하여 감독님과 주연 배우들 모두 겪어보지 못한 시대이기도 하고, 비교적 자료가 많은 80년대 중후반에 비해 작중 배경인 1980년은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라 참고할만한 자료가 적어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옛날 영화나 영상자료, 서적 등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서로 권해주고, 각자의 부모님이나 주변 분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하며 그 시대에 접근하려 노력했다.

image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사진=이야기 사냥꾼
- '오월의 청춘'의 주인공들의 연기도 관심을 끌었다. 배우들의 매력은 만족했는지,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비법이 있었는가.

▶ 첫 만남부터 주연 배우 네 명(이도현, 고민시, 이상이, 금새록) 모두 각 캐릭터와 닮은 부분이 많아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 누군가 우리 배우들에 관해 물으면 늘 '헤르미온느 네 명'이라고 답했습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고된 일정에도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식지 않는 열정으로 작품에 임하는 모습에 매번 감탄했습니다. 또 대본을 바탕으로 감독님들과 배우들이 현장에서 풍성하게 재창조한 장면들이 많아, 방송 내내 작가인 저 역시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캐릭터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 넣어 준 배우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image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고민시/사진=이야기 사냥꾼
- 결말이 짠한 새드엔딩이었다. 남아 있는 그 시절(광주 민주화운동) 사람들을 위로한 엔딩이었던 것 같다. 이 결말은 예정했던 것인가.

▶ 타인의 슬픔을 위로하는 가장 진정성 있는 방법은 당신의 슬픔을 안다고 깊게 공감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드라마는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매개체이기에, 시청자들이 우리 작품으로써 그 오월의 슬픔에 공감하고, 남아있는 분들에게 '당신의 슬픔을 안'다고 따뜻한 손길을 건넸으면 하는 마음에 처음부터 새드엔딩을 기획했습니다.

명희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사실 기남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생사의 경계에 서 있었습니다. 우리 작품 안의 명희는 누군가의 딸이자 누나이고 직장 동료, 하숙생, 친구이자 연인입니다. 한 명의 죽음이지만 수많은 '남은 사람들'을 낳은 죽음이기에, 작품 구상 단계부터 명희의 죽음으로 결말을 정해놓았습니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개인적으로 5화에서 명희가 혜건(이규성 분)에게 수련의 시국선언문을 전달받는 장면에서의 시청자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긴장감을 유발하고자 넣은 요소가 아니었음에도, 보시는 분들은 현철이 시국선언문 찢기 전까지 마음을 졸이셨더라고요. 혹여 명희가 위험에 처할까 친한 친구 일처럼 우려해주는 그 반응에서 시청자분들이 저희의 '오월' 속으로 한 걸음 다가와 주셨다는 게 느껴져 참 감사한 순간이었다.

image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사진=이야기 사냥꾼
- '오월의 청춘'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는지, 작가의 의도나 메시지는 잘 전달 된 것 같은가.

▶ 남아있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로 그분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제작진 모두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었던 것 같다. 작품으로 인해 불필요한 논쟁이 생긴다면 그 역시 남아있는 분들께 불필요한 상처를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 최대한 잡음 없이 조용히 작품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저희 작품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결국 마지막 명희의 기도, 희태의 편지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도 '밀물의 삶'을 견뎌내고 있는 또 다른 '희태'들이 슬픔에 잠기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헤엄쳐 나아가길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 그 동안 성원을 보내준 애청자(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타인의 슬픔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리는 것만큼 선한 마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오월의 청춘'과 함께 눈물 흘려주신 시청자 여러분의 그 선하고 따뜻한 마음이 2021년의 현실을 사는 수많은 희태에게 답장처럼 가닿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끝.

기자 프로필
이경호 | sky@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재미있는 방송-가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제보는 언제 어디서나 받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