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되는 방향으로 샷하지 마라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21.06.15 07:00 / 조회 : 2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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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3라운드. 16홀까지 리 민(26·대만)과 7언더파로 공동선두를 이뤘던 재미교포 다니엘 강(29)은 한 타를 줄일 수 있는 파5, 18번홀(503m)을 맞았습니다.

티샷은 페어웨이 중앙으로 잘 날아갔으나 2온을 노린 회심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지고 말았죠.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은 높은 플라이가 돼 그린을 훌쩍 지나고 나무 울타리도 넘어 카트 도로에 떨어졌습니다.

규칙상 원위치로 돌아와 다시 한 벙커샷(5번째 샷)은 그린엔 올라갔지만 핀과 15m나 떨어져 결국 두 번의 퍼트, 더블보기로 무너졌습니다. 선두 리 민은 16, 17번홀 연속 버디로 9언더파로 달아난 반면 다니엘 강은 5언더파로 처져,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습니다. 다니엘 강은 최종일 2타를 줄여 7언더파로 마감, 공동 5위에 그쳤습니다(마틸다 카스트렌이 14언더파로 핀란드 선수 최초로 LPGA 우승).

지난 7일 끝난 LPGA 최고 권위의 US 여자오픈에서도 '벙커'가 우승을 좌우했죠. 한때 5타 차 선두를 달려 우승을 예약하는 듯했던 렉시 톰슨(26·미국)은 18번홀 티샷을 페어웨이 중앙에 잘 떨어뜨렸으나 109야드를 남긴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커다란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결국 보기를 기록,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골프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 벙커에 공을 빠뜨려 프로 대회의 우승을 놓친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LPGA 사상 최고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히는 2003년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최종 라운드. 박세리(26)와 아니카 소렌스탐(33·스웨덴)은 17번홀까지 나란히 10언더파를 기록, 수천 명의 갤러리들이 손에 땀을 쥐고 치열한 경쟁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승부는 18번 홀에서 끊어진 연줄이 돼 버렸습니다. 소렌스탐은 티샷을 정중앙에 보내 파를 지킨 반면 박세리는 티샷을 왼쪽 벙커에 빠뜨린 뒤 2온에 실패, 한 타 차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마추어들도 벙커샷 때문에 라운드를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추어는 프로처럼 벙커샷 연습할 기회가 거의 없어 공을 그린에 올리기는커녕 벙커 탈출이 급선무입니다. 아마추어는 공이 벙커에 빠지면 일단 2타는 손해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스코어를 잃지 않는 비결은 공을 벙커에 빠뜨리지 않는 겁니다. 혹자는 말할 겁니다. "누가 공을 벙커에 넣고 싶어서 넣냐?"고. 그렇지만 반문하고 싶습니다. 벙커를 피할 노력은 해봤냐고?

페어웨이 우측에 벙커가 여러 개 도사리고 있다면 중앙보다 약간 좌측을 겨냥해야죠. 평소처럼 중앙을 노렸다가는 티샷이 벙커로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아마추어들은 걱정하는 곳으로 공이 날아가는 탓입니다. 그린 앞에 벙커가 있다면 좀 짧게 쳐 어프로치에 승부를 거는 게 전략적입니다.

그린 우측에 벙커가 있다면 그린 중앙보다 좌측을 타깃으로 잡아야 합니다. 벙커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말합니다. "문제가 되는 방향으로 샷을 하지 마라"고. 이는 벙커뿐 아니라 OB와 워터 해저드, 깊은 러프도 포함합니다.

개그맨 이봉원은 얼마 전 모 방송의 골프 프로그램에 나와 재미있는 멘트를 날렸습니다. "난 벙커샷을 못해요. 왜? 벙커에 공을 빠뜨리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샷은 다 잘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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