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국 개최' 유로2020, '환경에 실패한' 대회로 남을 이유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1.06.15 10:30 / 조회 : 2374
  • 글자크기조절
image
네덜란드 선수들이 1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로2020 우크라이나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3-2로 이겼다. /AFPBBNews=뉴스1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됐던 유로 2020이 24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2일(한국시간) 개막했다.

이번 대회의 최대 특징은 무려 11개국의 11개 도시가 나누어 개최한다는 점이다. 최근 유로 대회는 두 개국이 공동 개최한 경우가 두 번 있기는 했지만 이처럼 많은 국가가 공동으로 여는 것은 최초다.

당초 UEFA(유럽축구연맹)가 이렇게 많은 국가에서 유로 2020을 개최하려고 했던 것은 이번이 유로 6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회 개최로 인한 환경 문제 최소화와 다양한 유럽 국가에서 대회를 직접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소위 축구 문화 확산이라는 명분도 함께 있었다.

UEFA는 한 국가가 유로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선 해당 도시의 교통 인프라 개선과 적지 않은 경기장 신축 및 재건축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게 환경적 측면에서 아킬레스건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미 경기장과 교통 인프라가 갖춰진 국가와 도시에서 대회를 나눠 치르면 환경적인 문제를 개선할 것으로 봤다.

한 예로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에서는 본선 참가국 수가 24개국으로 늘어나 대회의 상업적 가치는 상승했지만 경기가 펼쳐진 프랑스 10개 도시 가운데 4곳에서 경기장 신축을 추진했고 이에 대한 환경적 문제가 제기됐었다.

상대적으로 유로 2020은 경기장 신축에 따른 환경 문제는 극복할 수 있었다. 오직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경기장 1곳만 신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11개국에서 치러지다 보니 선수단과 팬들의 이동거리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환경 측면에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1개국 또는 2개국에서 열린 유로 대회들은 참가국 선수단과 팬들이 비행기로 이동하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었고 개최국과 인접한 국가의 선수단과 팬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에 가장 크게 악영향을 미치는 비행기 대신 기차 등의 교통수단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유로 2020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적용되기 힘들다. 본선 참가국 24개 팀 가운데 과거 출전 경험이 있는 22개 팀 중 13개 팀의 이동거리는 바로 전 대회인 유로 2016 때보다 매우 길어졌다. 심지어 이번 대회를 개최하는 국가의 경우도 대부분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경적 측면 외에도 대회가 진행될수록 선수들의 체력 유지가 그 어느 유로 대회보다 팀 성적에 중요할 것이라는 얘기도 함께 나오고 있다.

image
지난 12일(한국시간) 스위스-웨일스의 유로2020 경기가 열린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올림픽 스타디움. /AFPBBNews=뉴스1
이동거리라는 면에서 최악의 경우는 스위스다. 유로 2020에서 가장 많은 이동거리를 소화해야 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고 해도 무려 1만 3115㎞를 이동해야 한다. 이는 스위스가 1996년(잉글랜드), 2004년(포르투갈), 2008년(오스트리아-스위스), 2016년(프랑스) 유로 대회 경기를 위해 이동한 거리를 모두 합친 것보다 약 두 배 이상 먼 거리다. 만약 스위스가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까지 진출한다면 선수 1명당 3973㎏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는 셈이며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전 세계 인구 1명이 1년간 배출하는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육박하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대회 일정에 따라 경기장을 이동할 때 직항노선이 적은 경우가 많아 환경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조별리그 기간 중 두 번이나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는 스위스는 바쿠까지 가는 직항 노선이 적은 상황이라 만약 다른 도시를 경유하게 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는 더욱 악영향을 주게 된다. 스위스는 지난 12일 경기를 바쿠에서 치렀고 오는 17일에는 로마에서 이탈리아와 2차전을 벌인다. 스위스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는 다시 바쿠에서 다시 펼쳐지며 상대 팀은 터키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비롯해 모든 스포츠 메가 이벤트는 환경 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기장과 각종 시설 건설은 물론이고 수많은 관중들이 해당 도시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비행기 이용을 통해 나타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개최국이 많아지면 경기장과 일반 시설 신축은 감소시킬 수 있지만 비행기 여행을 통한 이동거리가 증가한다는 부분을 감안하면 이번 유로 2020은 적어도 환경적으로는 실패한 대회일 수밖에 없다.

image
이종성 교수.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