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모두에게 안긴 '감동'... 에릭센도, 축구팬도 챙겼다

고양=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06.14 05:31 / 조회 : 5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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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토트넘에서 함께 했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등번호 23번을 의미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옛 동료의 쾌유를 비는 골 세리머니에, 마지막까지 홀로 그라운드에 남아 팬들에게 건넨 인사,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팬들에게 전한 진심까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손흥민(29·토트넘)이 모두에게 안긴 '감동'이었다.

손흥민에게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은 평소와는 그 의미가 달랐다. 2차 예선의 마지막 경기임과 동시에, 경기를 앞두고 옛 동료인 크리스티안 에릭센(29·인터밀란)이 심정지로 쓰러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뒤 치르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앞서 토트넘에서 4년 반 동안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었던 에릭센은 이날 오전 1시(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20 경기 도중 심정지를 일으켜 쓰러졌다. 다행히 병원으로 이송된 뒤 큰 고비를 넘겨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전문가들은 그가 축구선수의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레바논전 당일 새벽에 열린 경기였던 터라 손흥민은 잠에서 깬 뒤에야 에릭센의 소식을 접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내 모든 사랑을 너와 너의 가족들에게 보낸다. 힘내라"고 적은 게시글로 멀리서나마 에릭센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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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3일 자신의 SNS에 올린 크리스티안 에릭센 응원 메시지. /사진=손흥민 SNS 캡처
그러나 SNS 게시글 하나만으론 손흥민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진 못했다. 그 역시 "마음적으로 되게 불편했다. 같은 축구인이자, 정말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그런 일을 당하게 돼 너무 많이 걱정됐다"며 "경기를 하는데도 신경이 쓰였던 것이 사실"이라고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털어놨다.

후반 21분. 남태희(알 사드)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뒤 선보인 세리머니는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 그는 골망을 흔들자마자 중계 카메라를 향해 달려갔다. 이어 한 손은 손가락 2개, 다른 손은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며 '23'을 만들었다. 이는 에릭센의 토트넘 시절 등번호였다.

더 나아가 손흥민은 중계 카메라를 잡고 에릭센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더했다. 중계화면엔 목소리가 담기지 않았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그는 "스테이 스트롱, 아이 러브 유(Stay Strong, I love you)'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힘내, 사랑해'라는 의미가 담긴 메시지를 중계를 통해 전한 것이다.

이같은 소식은 외신들을 통해 고스란히 전 세계로 퍼졌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손흥민이 골을 터뜨린 뒤 에릭센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고, 데일리메일은 "손흥민이 에릭센에게 골을 바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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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골을 터뜨린 손흥민이 이날 새벽 심정지로 쓰러진 전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향해 응원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손흥민이 안긴 감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레바논전 2-1 승리를 끝으로 2차예선을 모두 마친 뒤 대표팀은 그라운드 한가운데에 모여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어 선수들은 관중석에 남아 있던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손흥민은 가장 늦게까지,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팬들에게 손 인사를 건넸다. 다른 선수들이 경기장을 모두 빠져나간 사이, 홀로 그라운드에 남아 손을 흔들고 있던 건 손흥민뿐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팬들을 향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팬분들한테 가장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3연전이라는 어려운 경기 동안 팬분들의 큰 응원과 성원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종예선엔 분명히 더 어려운 길이 기다리고 있다"며 "팬분들과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이라는 한 나라, 한 팀이 돼서 어려운 길도 무찌르고 나갈 수 있는 팀이 되면 좋겠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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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레바논전을 끝으로 2차예선을 모두 마친 뒤 그라운드에 마지막까지 홀로 남아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는 손흥민. /사진=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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