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에게 악마였던 오재일, 동료 되니 '수비요정' 수호천사

대구=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6.12 20:48 / 조회 : 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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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일(왼쪽), 원태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악마가 동료가 되니 수호천사였다.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35)은 두산 베어스 시절 원태인(21·삼성)에게 악마였다.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된 올해부터는 천사로 돌변했다.

오재일은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경기에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원태인은 선발 투수로 나섰다. 오재일은 허슬 플레이를 포함해 3타수 1안타 1타점 공, 수 맹활약을 펼쳤다. 원태인은 7이닝 1실점 호투했다. 4-1 완승을 합작하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이날 오재일의 가장 빛난 플레이는 7회초 수비에서 나왔다. 원태인은 "이걸로 작년에 저에게 친 홈런 하나 지워도 될 것 같다"며 웃었다.

6회까지 90구를 던진 원태인은 4-1로 앞선 7회초에도 등판했다. 승부처가 될 이닝으로 보였다. 고비가 올 타이밍이었다. 원태인은 선두타자 박석민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다행히 노진혁에게 병살타를 유도했다. 투구수 97개였다. 강진성과 승부가 중요했다. 투구수가 불어나면서 100개를 넘기거나 강진성을 내보낸다면 7회부터 불펜이 가동될 가능성이 높았다.


강진성이 초구를 쳤다. 1루 파울 지역에 높이 떴다. 타구는 점차 NC 더그아웃 방향으로 휘었다. 1루수 오재일이 잰걸음으로 낙구 지점을 찾았다. 마지막 순간 타구는 NC 더그아웃 내부로 떨어졌다. 오재일은 난간에 허리를 걸치며 팔을 쭉 뻗었다. 가까스로 포구에 성공했다. 그대로 이닝이 끝났다. 원태인이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도 7회초를 공 8개로 정리했다. 오재일의 수비 덕분이었다.

원태인도 고마운 마음을 확실히 표현했다. 원태인은 마운드에서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았다. 3루 파울라인서 오재일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원태인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 뒤 오재일과 서로 주먹을 툭 쳤다. 경기 후 원태인은 "부상도 무릎쓰고 달려가셔서 잡아 주셨다. 정말 든든한 지원군"이라며 활짝 웃었다.

오재일은 두산 시절 원태인의 천적이었다. 16타석 13타수 8안타(2루타 1개, 홈런 5개), 15타점, 타율 0.615, 출루율 0.688, 장타율 1.846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원태인만 만나면 신나게 타격 기록을 적립했다. 반대로 원태인은 오재일만 아니었다면 평균자책점을 훌쩍 낮췄을 것이다. 그랬던 오재일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FA 계약을 맺었다. 원태인은 이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한 사람 중 하나였다. 이제는 오재일이 원태인을 지켜주고 있다.

원태인은 "오재일 선배님은 타석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정말 든든하다. 내가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이 많아서 1-2간 땅볼이 자주 간다. 1루에 선배님이 계셔서 편하게 승부를 할 수 있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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