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뼈가 부러져도 뛰었던 '투지'의 아이콘... 유상철, '하늘의 별'이 되다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06.08 00:06 / 조회 : 57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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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는 유상철(왼쪽부터)과 설기현, 김태영. /AFPBBNews=뉴스1
"유상철 감독님 덕분에,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유상철 전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자 그를 애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유 전 감독은 7일 오후 7시께 서울 아산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지난 2019년 10월 황달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지만, 끝내 병마와 사투를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세.

1994년 프로축구 울산현대에서 데뷔한 그는 요코하마 마리노스, 가시와 레이솔(이상 일본)을 거쳐 2006년 울산에서 은퇴했다. 프로 데뷔 직후부터 은퇴 직전 해까지 11년 동안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A매치 124경기(18골)에 출전했다.

특히 선수 시절 그는 '투지'와 '투혼'의 아이콘으로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멕시코전에선 코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경기를 뛰며 헤더 결승골까지 넣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코칭스태프의 만류에도 그는 스스로 경기에 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결국 골까지 터뜨리는 투혼을 보여줬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에선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첫 승을 이끄는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온 국민에게 행복을 선사했다. 이후 대표팀의 주장이 된 그는 이듬해 한일전에서 유니폼이 찢어진 상태에서도 계속 뛰는 모습으로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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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멕시코전에서 코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뛰며 헤더 결승골을 터뜨린 유상철(왼쪽). /AFPBBNews=뉴스1
그는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멀티플레이어'이기도 했다. 미드필더는 물론 중앙이나 측면 수비수, 최전방 공격수까지 팀이 필요할 때마다 어디서든 제 역할을 해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역대 세 차례 K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는데 1994년엔 수비수, 1998년 미드필더, 2002년 공격수로 각각 뽑혔을 정도다.

선수 은퇴 후엔 프로축구 대전시티즌과 전남드래곤즈를 거쳐 인천의 지휘봉을 잡았다. 시즌 도중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최종전까지 팀을 이끌었고, 인천의 극적인 1부리그 잔류가 확정된 뒤에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유 전 감독은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SNS 상에서는 유 전 감독을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한 팬은 대한축구협회 SNS를 통해 "감독님께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주신 감동과 희망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늘 행복하시길 기도한다.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팬도 "감독님의 선수 시절 플레이를 보고 나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왔고 현실에 부딪혀 포기해야만 했었다"며 "어릴 적 '도전'이라는 단어를 감독님에게 배웠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어려움을 극복해내려는 노력과 의지를 배웠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이제는 아픈 곳 없이 편안하게 쉬시기를 바란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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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도 인천유나이티드 지휘봉을 놓지 않고 시즌 최종전까지 팀을 이끈 유상철(오른쪽) 감독이 인천의 1부리그 잔류가 확정되자 기뻐하는 모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구단 SNS에도 유 감독을 애도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인천 팬은 "인천 감독으로 계시면서 잔류도 하고 감독이 계셔서 행복했던 인천이었다"며 "다시 돌아오겠다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감사했고 또 감사했다"고 적었고, 자신을 다른 팀 팬이라고 밝힌 소개한 팬은 "축구를 접하게 된 첫 경기에 감독님이 계셔서 그런지 충격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며 "감독님께서 남기신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등도 유상철 전 감독의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FIFA는 이날 SNS를 통해 유 감독의 선수 시절 사진과 함께 "한때 월드컵 영웅이었던 그는 영원한 월드컵의 영웅이 됐다"고 추모 글을 올렸고, AFC도 "축구 레전드 유상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도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당신과 함께한 그날의 함성과 영광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유 감독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지상 3층)에 마련됐다. 발인은 9일이고, 장지는 충북 충주시 진달래메모리얼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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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유상철 감독의 명복을 빈 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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