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끼고 퍼트한 렉시 톰슨의 '눈물'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21.06.08 07:00 / 조회 : 4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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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유독 한국 낭자들의 우승이 많았던 LPGA 최고 권위의 US 여자오픈. 나흘간의 결전(한국시각 4~7일)을 치른지 하루가 지났지만 한국 팬들의 아쉬움이 큽니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세계 랭킹 1, 2위 고진영(26)과 박인비(33)는 일찌감치 선두권에서 탈락하며 나란히 1오버파로 공동 7위에 그쳤습니다.

US 여자오픈 4일간의 열전을 정리 및 분석해 볼까요. 먼저, 까다로운 코스입니다. 올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 클럽 레이크 코스에서 열렸습니다. 페어웨이는 좁고 전장(全長)은 길었습니다. 러프는 길고 그린은 딱딱했죠.

일단 장타자에게 유리했으니 드라이버샷 230~240야드를 날린 한국 선수들은 맥을 못췄습니다. 긴 러프는 힘있는 선수가 극복하기 쉬웠으므로 이 역시 파워는 뒤지나 정교함을 자랑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했습니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나란히 279야드에 달한 우승자 유카 사소(20·필리핀)와 단독 3위 렉시 톰슨(26·미국)이 잘할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다음으로는 다른 골프장보다 훨씬 많은 벙커입니다. 특히 그린 주변에 벙커가 많아 '아차~'하면 벙커에 공을 빠뜨려 보기를 저지르기 십상이었습니다.

고진영은 2라운드에서 10번홀까지 1언더파를 기록, 우승 경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벙커의 모래에 깊숙이 박히고 말았습니다. 정상적인 벙커샷이 불가능했으므로 고진영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 1벌타를 받고 벙커 안에서 드롭 후 네 번째샷을 날렸습니다. 결국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저질러 1오버파로 일찌감치 선두권에서 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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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 톰슨이 7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 15번홀에서 왼손에 장갑을 낀 채 퍼트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 대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선수는 톰슨입니다. 최종 라운드에서 한때 5타차 선두를 달려 우승을 예약했지만 역시 벙커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17번홀까지 4언더파로 사소, 하타오카 나사(22·일본)와 공동 1위를 이뤘으나 마지막 홀의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톰슨은 18번홀 티샷을 페어웨이 중앙에 잘 떨어뜨렸으나 109야드를 남긴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커다란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결국 보기를 기록,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벙커도 벙커지만 톰슨을 울린 것은 퍼트였습니다. 15번홀 이후 모두 거리와 방향을 못 맞춰 다잡은 '대어'를 놓치고 말았는데요. 톰슨의 퍼트가 부진했던 이유는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왼손에 장갑을 끼고 퍼트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장갑을 끼면 감각이 둔해지기 마련입니다.

장갑을 끼고 글을 쓸 때와 장갑을 벗고 글을 쓸 때, 어느 것이 정확한 필체를 나타내느냐는 물어보나 마나입니다. 톰슨이 LPGA 최고의 장타를 자랑하면서도 늘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는 건 정확하지 못한 퍼트입니다.

그러면 톰슨은 왜 다른 선수와 달리 장갑을 끼고 퍼트를 할까요. 몇 년 전 국내 대회에 참가한 톰슨에게 "왜 장갑을 끼느냐"고 간접적으로 문의한 적이 있습니다. 톰슨은 "처음 골프를 배울 때부터 장갑을 끼었기 때문에, 그냥 습관"이라고 답을 전해 왔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지요? 지금이라도 장갑을 벗고 퍼트를 하면 우승을 더 많이 쟁취할 건데....

아마추어 골퍼들 가운데 남성은 대략 열 명 중에 한 명, 여성은 3명 중 한 명꼴로 장갑을 끼고 퍼트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장갑을 벗으십시오. 퍼트가 훨씬 정교해질 겁니다. 골프의 품질이 달라지고, 스코어는 쑥~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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