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고정'이 중요한 이유... 'ERA 1.61' 홍건희가 증명한다

잠실=김동영 기자 / 입력 : 2021.06.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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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필승조로 맹활약하고 있는 홍건희.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래서 보직을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산 베어스 홍건희(29)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선발이 아니라 불펜으로 뛰기를 스스로 원했고, 이것이 최고의 결과를 내고 있다.

올 시즌 홍건희는 25경기에서 28이닝을 소화하며 2승 2패 5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1을 찍고 있다. 팀 내 최고 불펜투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펜투수 가운데 이닝 1위, 평균자책점 1위, 탈삼진 1위다.


이승진, 박치국과 함께 팀 필승조를 구축하고 있다. 마무리 김강률까지 이어지는 다리를 튼튼하게 놨다. 현재 김강률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홍건희의 비중은 더 커졌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더 극적인 변화다. 2020년 홍건희는 60경기 68⅔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은 4.98이다. KIA에서 10경기 12이닝,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중이었다. 두산에서는 3승 4패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6을 마크했다.

KIA 시절보다 나아진 것은 맞지만, 수치가 아주 좋지는 않았다. 보낸 선수가 류지혁이었고, 두산 팬들 사이에서 "류지혁이 아깝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래도 두산에 '우완 파이어볼러'는 꼭 필요했고, 김태형 감독도 중용했다.


그리고 2021시즌 홍건희는 강력함을 뽐내면서 두산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가 다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사실 KIA에서는 선발도 갔다가, 중간에서 뛰다가 했다. 공이 워낙 좋다. 올해도 선발로 준비시키면서 상황을 보려고 했다. 팀 사정상 선발이 필요하기도 했고, 사실 공이 좋으니까 선발 욕심은 난다. 그런데 홍건희 스스로 불펜을 원했다. 확신이 있으면 좋은 것 아니겠나"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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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시즌 두산 베어스 필승조로 호투를 펼치고 있는 홍건희.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어 "작년에 던지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됐고, 불펜으로 준비하는 것이 낫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불펜만 전념시켰다. 이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감독 입장에서도 결정하기 편하다. (홍)건희 스스로 보직을 왔다갔다 하면서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본 것 같다. 작년에 자기가 한 것도 있고, 자신에게 맞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KIA에서 홍건희는 '좀처럼 터지지 않는 유망주'였다.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파이어볼러. 당연히 매력적이다. 2011년 입단 후 2020년 5월까지 10년을 뛰며 선발도 해보고, 마무리도 해봤다. 2016년에는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다 7월 이후 간간이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2019년에는 시즌 21경기 가운데 14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KIA는 어떤 식으로든 홍건희가 자리를 잡기를 원했다. 결과적으로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 선발로도 모호하고, 확실한 마무리도 아니었다. '공은 빠른데 제구가 잘 안 되는 투수'였고, 시간만 흘렀다.

지난해 처음에 두산에 왔을 때 김태형 감독은 "보니까 선발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이영하가 썩 좋지 못했기에 홍건희가 선발 한 자리를 꿰차면 최선이기는 했다. 그러나 두산의 선택은 불펜이었고, 홍건희는 시즌 50경기를 오롯이 불펜으로, 거의 필승조로 나섰다.

이것이 통했다. 한 자리에 정착했고, 감독이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이것이 2021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홍건희가 잘했기에 성적이 좋은 것이지만, '보직 고정'의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물며 스스로 원해서 들어간 자리다.

2021시즌을 앞두고 홍건희는 "이제 나도 서른이다. 자리를 잡고,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이제 '유랑'은 끝났다. 두산 불펜의 '대체불가' 자원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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