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왜 이강철 감독을 좋아할까?

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6.03 11:50 / 조회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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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왼쪽), 황재균. /사진=kt wiz
"솔직히 첫 타석부터 번트 대고 싶었죠."

KT 위즈 이강철(55) 감독은 주장 황재균(34)의 복귀전 첫 타석에 번트를 지시하려다 참았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치고 싶지 않았겠느냐며 선수 마음을 헤아렸다. 이강철 감독에게 선수는 승리를 위한 도구나 수단이 아니다.

황재균은 지난 1일 잠실 LG전, 38일 만에 1군 경기에 나섰다. 코뼈 골절을 치료하고 맞이한 첫 경기였다. 이 감독은 실전 감각을 고려해 황재균을 8번에 넣으려고 했다가 그래도 원래 자리였던 2번에 배치했다.

1회부터 황재균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 선두타자 조용호가 2루타를 치고 나간 것이다. 이강철 감독은 "솔직히 번트 사인 내고 싶었는데 한 번 쳐봐라 싶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황재균은 삼진을 당했다. 두 번째 타석과 세 번째 타석은 모두 외야 뜬공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너무 상위 타순을 빨리 줬나 싶었다"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어 "세 번째 타석을 보고 다음에는 '무조건 번트'라고 마음을 먹었다"고 돌아봤다.

KT는 3-1로 쫓긴 7회초, 선두타자 조용호가 다시 안타로 출루하며 흐름을 잡았다. 3타수 무안타의 황재균 타석이었다. 이 감독은 이번에는 보내기를 지시했다. 팀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전이었다. 이미 3타석을 소화한 황재균도 납득할 만한 사인이었다. 황재균은 투수와 1루수 사이 절묘한 코스에 번트를 대 이강철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KT는 무사 1, 2루로 주자를 모았다. 여기서 대거 5점을 뽑아 LG를 완벽히 무너뜨렸다.

이강철 감독은 "그 장면이 포인트였다. 황재균이 번트를 정말 잘 댔다. 복귀전 신고 잘했다고 해줬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도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크게 만족해 했다.

선수들이 팀을 위해 하나로 뭉치도록 하는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이 빛난 단적인 장면이다. 지난 시즌 주장 박경수는 "선수들이 진짜 감독님을 위해서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할 정도다. 그런데 감독님은 '아따 니들 야구 해라'라고 하신다. 선수들이 가만히 있으면 되겠나.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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