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故손정민 사건 겨냥? "휴거는 오지 않았다" [전문]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1.06.01 15:24 / 조회 :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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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 씨의 사건을 겨냥한 듯한 글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허지웅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1992년 10월 28일 휴거가 일어난다며 사람들을 현혹시킨 다미선교회의 소동을 언급하며 "친구 가운데 하나는 그걸 심각하게 믿는 눈치였다. 친구는 휴거 전날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나는 정말 휴거가 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상상해보았다. 휴거는 오지 않았다"고 적었다.

허지웅은 이어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친구가 돌아와 있었다. 아이들이 친구를 둘러싸고 놀려댔다. 시간이 지나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휴거가 왜 오지 않은거니' 친구가 말했다. '휴거는 일어났어. 그런데 지상이 아니라 하늘에서 먼저 이루어진거래'"라고 덧붙였다.

허지웅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견해와 수집한 사실이 서로 모순될 때를 인지부조화의 상태라고 말한다. 사람은 이런 인지부조화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한다"며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자기 견해를 강화하는 사실만을 편향해서 수집한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허지웅은 이 글을 통해 고 손정민 씨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일부 네티즌들은 허지웅이 손정민 씨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지 않고 거듭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일부 무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으로 추측했다.

허지웅은 "우리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와 사실을 보여주면 납득할 거라 착각한다"며 "하지만 이미 자기 견해를 고수하기 위해 나름의 희생을 치뤄온 사람들에게는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보다 가설을 추가해 자기 의견을 강화하는 쪽이 훨씬 덜 고통스럽다. 그래서 같은 견해를 가진 이들을 모아 가설을 영원히 더해가며 결말이 없는 싸움을 시작한다. 이런 일은 늘 반복해서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거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그걸 해결할 지혜 같은 건 제게 없다. 다만 오래 전의 그 친구를 떠올린다. 아이들이 친구를 놀려대며 굴복시키려 하지 않았다면, 누군가 절박한 친구를 돈벌이로 생각해 새로운 가설을 계속해서 제공하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그 안으로 도피했을까. 친구의 눈은 참 슬펐다"고 전했다.

다음은 허지웅이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 전문

90년대 초반에 휴거 소동이 있었습니다.

동네 길가에 벽마다 빨간 스프레이로 날짜와 십자가가 그려졌습니다.

친구 가운데 하나는 그걸 심각하게 믿는 눈치였습니다.

친구는 휴거 전날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정말 휴거가 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상상해보았습니다.

휴거는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친구가 돌아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친구를 둘러싸고 놀려댔습니다.

시간이 지나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휴거가 왜 오지 않은거니.

친구가 말했습니다. 휴거는 일어났어. 그런데 지상이 아니라 하늘에서 먼저 이루어진거래.

내가 가지고 있는 견해와 수집한 사실이 서로 모순될 때를 인지부조화의 상태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이런 인지부조화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자기 견해를 강화하는 사실만을 편향해서 수집합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착각합니다. 부정할 수 없는 증거와 사실을 보여주면 납득할 거라고요.

하지만 이미 자기 견해를 고수하기 위해 나름의 희생을 치루어온 사람들에게는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보다 가설을 추가해 자기 의견을 강화하는 쪽이 훨씬 덜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같은 견해를 가진 이들을 모아 가설을 영원히 더해가며 결말이 없는 싸움을 시작합니다.

이런 일은 늘 반복해서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걸 해결할 지혜 같은 건 제게 없습니다.

다만 오래 전의 그 친구를 떠올립니다. 아이들이 친구를 놀려대며 굴복시키려 하지 않았다면.

누군가 절박한 친구를 돈벌이로 생각해 새로운 가설을 계속해서 제공하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그 안으로 도피했을까. 친구의 눈은 참 슬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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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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