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 흉내는 신중하게!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21.05.17 07:00 / 조회 : 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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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지난 주 후배 A와 같이 운동을 하는데, 평소와 달리 퍼트시 거리를 좀처럼 못 맞추는 게 아닙니까?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 모양이구나"라고 여기며 라운드를 끝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A에게 물어봤죠. "어젯밤 잠을 잘못 잤나? 오늘 퍼트가 왜 엉망이었지?", "선배, 그게 아니고 허인회 퍼트를 따라하다 보니 거리감을 못 잡겠더라고요. 이젠 원래의 내 퍼트 습관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게으른 천재'로 불리는 허인회(34)가 지난 9일 끝난 KPGA 메이저 중의 메이저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소식을 언급한 겁니다. 허인회는 퍼팅 거리에 관계없이 딱딱 끊어치는 퍼트로 관심을 크게 끌었는데요, 우승 후에도 '딱딱골프'는 팬들의 입에 계속 오르내렸습니다. 급기야 허인회 퍼트를 따라 해보자는 사람들이 늘었고 그 중 하나가 후배 A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프로들의 동작이 좋다고 따라하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100명 중 99명입니다. 완벽한 폴로스루를 따라하려다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여제' 박인비(33)처럼 느린 백스윙을 하려다 오히려 리듬을 잃어 비거리가 줄어드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허인회의 '딱딱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허인회는 많은 노력 끝에 '딱딱골프'를 완성한 셈이죠. 그렇지만 아마추어는 별다른 적응 연습없이 바로 실전에 응용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남은 거리에 상관없이 '딱~' 쳐서 거리를 맞춘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퍼팅에 아주 자신이 없는 이들은 한번 시도해볼 만하지만 그렇지 않고 퍼팅을 웬만큼 하는 이들은 아예 외면하는 게 좋습니다. 교과서적인 이론대로 퍼팅시 양발 사이의 간격을 조정해 거리를 맞추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퍼팅 거리가 길어질수록 양발 사이를 넓게 벌린다). 적지 않은 이들이 퍼팅 거리에 상관없이 양발 간격을 똑같이 하는데, 이건 '딱딱골프'와 마찬가지로 공을 때리게 되므로 거리와 방향을 정확히 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폴로 스루, 백스윙, 퍼트뿐 아니라 프로들의 동작을 따라하는 건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연습량이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레슨 프로들은 흔히 "골프 시작해 처음 3개월간의 동작이 평생을 간다"고 합니다. 이는 한 번 고정된 자세는 고치기가 힘들다는 말이죠. 잘못된 폼을 수정하려면 겨우내 3개월 정도 열심히 훈련을 하거나 전문적인 레슨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시즌 중에 누가 좋다고 하는 말을 듣고 덥석 따라하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입니다. 물론 족집게같은 원포인트 레슨도 있습니다. '티샷 자세에서 오른쪽으로 5도만 더 기울여라(방향성 개선)', '어프로치 때는 양손에 수갑을 찬 듯 손목을 고정시켜라(거리 조정에 도움)', '롱퍼트의 경우, 공과 홀컵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브레이크를 읽어라(거리맞추기에 효과)'는 현장에서 코치를 받아도 즉시 써먹을 수 있는 효과적인 팁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섣불리 프로를 따라하다가는 그르치기 일쑤이므로 자신의 폼을 가다듬는 데 집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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